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5일자 사설 '[사설]유럽 위기와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한 경고'를 퍼왔습니다.
유로존 위기의 현장에 급파된 경향신문 기자들이 보내오는 기사들을 보면 현재의 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불안이 언제 잦아들지 가늠하기가 이전보다 더 어렵다. ‘리더십 부재’에다 국내 정치·경제는 물론 역내 국가 간 정치·경제요인과 감정적 갈등까지 얽혀 사태 해결이 정말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국은행이 그제 개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현재 진행 중인 유로존 위기에 대한 다양한 진단과 분석이 나왔다. 그 가운데 기조연설에 나섰던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진단과 충고는 정부 당국자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지난 2009~2010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낸 바 있는 그는 여느 학자들과 달리 한국경제의 실체를 잘 아는 국제경제 전문가란 점에서 특히 그의 발언이 주목을 끈다.
신 교수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위기의 본질은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있다”며 “재정적자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어서 전통적인 재정정책으로 풀기도 어렵고, 유럽 각국의 정치적 공감대 마련이 가장 큰 변수여서 1~2년 안에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따라서 유럽 경제권이 새 질서로 재편될 때까지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한국은 무엇보다 금융시스템 안정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지적이다.
신 교수가 지적한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스템 불안 문제는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럼에도 그 위험성이 애써 간과되고 있다. 근본대책을 강구하려고 나서기보다는 미시적 대응으로 일관해옴에 따라 문제가 개선되고 있지 않다. 세계 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한국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위기의 진원지보다 훨씬 더 큰 변동성을 나타낸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면서 국제시장의 한국에 대한 신용불안은 증폭된다.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고통과 피해로 말하자면 한국경제가 최대 피해자인 셈이다.
정부 말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장치들이 보완된 것은 사실이다. 외환보유액 증액, 선물환 규제, 통화 스와프 확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의 과도한 개방성에 비하면 이런 장치들은 유사시에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의 과도한 변동성은 숙명과 같다”고 말하는 관료나 학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거꾸로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더욱더 자본 유출입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들이 긴요한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제사회에 ‘개방 후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자본 유출입 제한에 소극적이었다. 매우 잘못된 자세다. 국제사회 눈치보기가 나라경제의 명운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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