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6-15일자 기사 '"박근혜 비판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까닭은?"'을 퍼왔습니다.
이택광 교수 "독재자의 딸이란 공격으론 박근혜 못 무너뜨려"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15일 트위터에 "박근혜 비판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까닭, 통찰력 있는 글이네요"라며 한 글을 읽어볼 것을 권했다.
김 전 의원이 일독을 권한 글은 이택광 경희대 교수가 (한겨레) 자매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올린 '박근혜 없는 박근혜 현상'이란 제목의 장문의 글. 이 글은 최근 정가에서 '안철수가 아닌 안철수 현상'에 주목하는 데에서 힌트를 얻은듯 '박근혜 아닌 박근혜 현상'에 주목하면서 왜 야권의 박근혜 비판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가를 심층 분석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으로 무력, 운명(fortuna), 역량(virtu)을 지적했음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최근의 상황과 관련, "박근혜가 지금까지 보인 모습은 ‘독재자 박정희의 딸’에 그의 이미지를 고정하고자 했던 반대편의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며 "듣는 입장에서 속이 쓰릴 수도 있지만, 웬만한 공격으로 무너뜨리기 어려운 요새가 이미 구축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번 진지가 만들어지면 도발하기 점점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공성작전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결과는 뻔하다"며 "박근혜의 이미지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시도는 여럿 있었지만, 효과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결과를 놓고 쉽게 단정하자면, ‘국민들’ 수준을 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향수 운운도 이런 까닭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박근혜와 박정희를 연결 짓는 발상은 마키아벨리가 말한 운명의 수혜자로 그를 묶어놓고자 하는 의도를 감추고 있다. 박정희 후광으로 박근혜가 지금 지지를 받고 있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이런 까닭에 박근혜에 대한 지지를 박정희 향수로 판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그러나 이것은 나이브한 생각이다. 박근혜에 대한 지지는 하나처럼 보이지만, 복잡한 층위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에 대한 많은 진단이 범하고 있는 오류가 여기에 있다. 이른바 박근혜의 ‘적들’은 그에 대한 평면적인 인식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본격적으로 ‘박근혜 현상’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박근혜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것은 분명 박정희의 유산"이라며 "그러나 지금 시대가 중세도 아니고, 근대국가에서 이렇게 타고난 행운만을 가지고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획득하긴 어렵다.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의 역량은 지난 총선에서 비로소 증명된 것이 아니다. 그의 역량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금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이명박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을 때"라며 "당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분열을 점치고 있었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벌이는 계파갈등이 봉합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박근혜는 양보했고 덕분에 이명박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을 감복케 한 '깨끗한 승복'을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한 마디로 박근혜의 역량은 하루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증명된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차곡차곡 축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박근혜는 박정희의 후광에 머물러 있던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했다"며 "천막당사와 세종시 문제에서 확고한 입장을 보였을 때 지지율이 상승했다. 물론 그 이후 다양한 현안에 대해 침묵을 유지함으로써 그 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갉아먹은 측면이 있지만, 큰 타격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반대 측의 주장과 달리, 박근혜는 운명에 머물지 않고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여군주’의 이미지를 완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박근혜는 집권여당의 후보이기도 하다. 이 삼박자가 들어맞으면서 당분간 박근혜를 능가할 만한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라며 "안철수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했을 때 대세론이 흔들리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안철수는 행운 이상 확신을 줄 수 있는 역량을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했고, 지금은 전세가 역전되고 있다. 안철수가 박근혜를 능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일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현상에 빗대 총선과정에 한계를 드러낸 야권을 신랄히 꼬집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가 집권한다면 한국을 어디로 끌고 갈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박근혜 현상의 본질이다. 무엇인가 리드한다기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을 고쳐주기 바라는 것이 바로 박근혜에 대해 거는 기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와 여러 가지로 이미지가 겹치는 것이다. 박근혜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비어 있는 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대위를 내세워 과거의 한나라당을 혁신해서 새누리당을 만들 수 있었다"며 "흥미로운 것은 당시 민주당도 한나라당과 비슷한 처지였지만, 전혀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박근혜가 있어야할 자리에 한명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구체적으로 "박근혜는 기존의 보수에게도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다. 이중성은 애매모호한 혼란을 초래한다. 수구라고 불리는 세력과 결별하고, 양가적인 가치로 보수를 끌어내는 것이 이를테면 박근혜 식의 혁신이다. 물론 이 혁신을 박근혜가 도모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집권’이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의 충고도 들을 수 있다. 이것이 박근혜의 특징"이라며 "(반면에) 19대 총선에서 확인했듯이, 한명숙은 누구의 충고도 듣지 않았다. 둘 다 집권을 꿈꾸면서 왜 다른 반응을 보였을까? 가치에 대한 태도 때문이었다. 한명숙의 가치는 과거 노무현 정부를 다시 복원하는 것이었던 반면에, 박근혜는 낡은 것을 가져오되, 분리시켜 서로 다른 것들끼리 포개놓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독재자의 딸’ 박근혜에게 집권의 기회가 부여되고 있는 이 상황은 비극일까? 모를 일"이라며 "그러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목격하고 있는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박근혜가 그렇게 또 다른 박정희로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처럼 유력한 대권 후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이미 그 운명에서 한참 걸어 나왔다. 이것이 그의 역량이었던 것"이라고 단언했다.
야권이 향후 대선과정에 지금처럼 나이브하게 '독재자 딸' 공세에만 치중하다간 숙원인 정권 탈환이 힘들 수도 있다는 경고성 조언이었다.
엄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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