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6-01일자 기사 '은행들 조세피난국과 거래 못하게 하겠다'를 퍼왔습니다.
Cover Story - 프랑스 대선 이후 유럽연합- ② 미셸 사팽 신임 노동장관 인터뷰
프랑스의 노동장관에 새로 임명된 미셸 사팽 사회당 의원이 지난 5월17일 첫 번째 각료회의를 마친 뒤 엘리제궁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REUTERS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의 정책을 총괄했던 미셸 사팽(60) 사회당 의원은 적절한 정책 개입만이 금융을 본래의 '착한 금융'(실물경제에 대한 안정된 자금지원 기능)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정책, 은행 업무영역 분리, 은행가의 과다한 소득, 조세피난처 등 사회당의 금융규제 관련 주요 공약을 짚어봤다. 그는 대선 이후 새 정부의 노동장관에 임명됐다.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1992~93년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시장이 실물경제에 자금 지원 역할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정책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현실에서 시장은 늘 정책과 대화(때로는 매우 대립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다시 말해 국가정책, 유럽연합(EU) 정책, 세계정책과 끊임없이 교류 중이다. 상황이 복잡하고 대립적이고 불안정하게 치달을 때는 정책 개입의 여지가 더욱 커진다. 오로지 정책 개입을 통해서만 '착한 금융', 즉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 성격을 지향하는 금융이 경제에 대한 자금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유럽 국채에 대한 투기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가?
두 가지 정책을 취해야 한다. 먼저 개별국 차원에서 각 회원국이 균형재정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때 균형재정 회복 과정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EU 차원에서 상호보완적 성격의 세 가지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첫째, 회원국이 연대해 투기 바람을 꺾을 수 있는 유럽안정기구(ESM) 같은 제도를 활용한다. 둘째, 모두 똑같은 정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EU의 공통된 이익을 추구하는 범위 내에서 각국에 적합한 예산정책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회원국 예산정책을 조율한다. 셋째, 유로존 차원에서 성장 정책을 도입한다. 이제 다시 산업과 연구개발 진흥책을 펴야 할 때가 돌아왔다. 한마디로 포괄적인 공공투자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고삐 풀린 시장은 제 기능 못한다"
이 정책들은 모두 유럽을 위한 정책인가, 아니면 그저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길인가?
그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간단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라마다 예측 가능하고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면 시장도 긍정적으로 인식할 것이다. 정책적 방향이 분명치 않은 완전히 고삐 풀린 시장은 절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투자와 고용에 기여하는 은행의 업무와 그 밖의 투기 활동을 서로 분리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업무 영역 분리는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최후의 보증인' 노릇을 하는 국가가 은행의 파렴치한 행위까지 보증해줘서는 안 된다. 간단히 말해 경제에 기여하는 착한 금융만이 국가의 보증을 받을 자격이 있다. 국가가 예금 모집이나 자금 대출과는 거리가 먼, 은행의 이른바 '자기자본거래'까지 보증해줄 필요는 없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업무 영역 구분 기준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모색해야 한다. 상호공제조합의 위상 등 프랑스 은행만이 지닌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의 목적은 은행들을 각각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은행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투기 관련 부문에서 일어난 위기가 나머지 업무 영역으로 전염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은행과의 협상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정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은행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분위기다. 은행이 흡족해한다는 것은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나, 어쨌든 준비가 돼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올가을쯤이면 법안이 완성될 것이다.
본래 업무와 투기 업무 분리해야
영국은 은행의 위기가 국채 위기로까지 확대되지 않게 하려면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공공재정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소매은행에 위기가 발생할 때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자본을 평소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바람직한 정책인가?
은행은 '바젤3' 국제협약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것이 이미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 조달 등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를테면 장기로 빌려줄 자금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들어 은행들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자금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 규제를 더 강화하라고 주문해서는 안 된다. 은행의 대출 여력만 더 약화할 뿐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악성 금융상품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돈을 버는 방법이 모두 합법적인 것은 아니다.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될 투기 수단도 있다. 주요 20개국(G20)은 이 문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규제 당국은 앞으로 금융상품이 국채나 기업 주식에 대한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을 교란하는 금융상품을 찾아내 가차 없이 금지할 것이다.
몇몇 프랑스 은행 경영자가 받는 상여금이 고정 급여의 5배에 달하기도 한다. 상여금을 규제해야 하는가?
사실 소득은 민간 영역에 속하는 문제다. 국가가 일부 소득 유형을 금지하는 것은 몰라도 소득금액까지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올랑드는 소득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내급여위원회에 임금노동자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나는 현행 상여금 규제가 별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좀더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조세라는 무기도 활용할 수 있다.
공기업에 최저소득과 최고소득의 격차를 1~20단계로 분류한 급여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이제 100만유로 고소득자의 시대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국가가 주주로 있는 기업에 한해 도입할 수 있다.
조세포탈과 조세회피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무엇이 있는가?
세 가지 대책이 있다. 첫째, 이미 오래전부터 제안해온 대책이지만, 해외 거주자에 대한 과세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자본소득만이 아니라 해외에 보유 중인 자산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둘째, 탈세 관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인력 강화 방안이 마련돼 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현재 세무 당국은 인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세와의 전쟁은 인력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재정부 예산을 이 부분에 집중 투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은행과 조세피난국의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 이 조처는 EU 차원이나 세계적 차원에서 시행할 때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G20은 이 문제에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지만 끝까지 계획을 완수하지는 못했다.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이를테면 벨기에·룩셈부르크·스위스, 이 3개국과 새로운 조세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미셸 사팽 노동장관(오른쪽)이 지난 5월15일 파리 시청에서 열린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취임 기념식에서 장마르크 아이로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시장교란 금융상품 가차 없이 금지할 것"
모든 프랑스 은행이 조세피난국에 진출해 있다. 은행들이 조세피난국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은 결국 프랑스의 은행 시스템을 폐쇄하자는 것이 아닌가?
아니다. 그저 은행들에 조세피난국에서의 영업을 금지하자는 것뿐이다. 더욱이 이 조처가 은행들에 심한 타격을 주지도 않을 것이다. 앞으로 개혁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문제는 은행이 아니라 오히려 '그림자금융'이다. 다른 나라의 미흡한 조세 및 법규 체계를 악용하고 있는 투기 및 투자 기금이 문제인 것이다.
G20은 상대국의 요청이 있는 경우 조세정보를 자동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등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조세피난국은 조세정보 교환에 매우 비협조적이다.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 잘못된 관행을 금지하고, 조세정보 자동교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단호한 태도를 고수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 새로운 협정을 거부하는 국가들과도 협상에 나서야 한다. 뜻을 같이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을 모아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아 좀더 포괄적인 협상을 벌여야 한다.
기업의 수익이나 과세내역 신고 지역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별 회계'(Reporting Country by Country)를 도입하는 방안에 찬성하는가?
국내외적으로 과세액을 줄이기 위해 각 계열사들의 손익을 조작하는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기업이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 제도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EU 차원에서 은행 및 금융 규제에 대해 많은 논의와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의 입장을 좀더 체계적으로 잘 대변하기 위해 이를 담당할 금융개혁부를 신설하자는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공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 금융개혁부의 업무는 금융·경제 정책 수립, 다시 말해 재정부 관할 문제에 국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무부 장관 외에 EU 담당 장관이 필요한 것처럼, 재정부 장관 곁에는 금융 개혁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적임자가 누구인지까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겠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기자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2년 5월호(제313호) L'Etat n'a pasà assurer les turpitudes des banques!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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