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6-02일자 기사 '차기정권서 4대강 운명은?…“이슈는 죽은 게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4대강 이슈는 죽은 게 아니다. 야당이 들고 나올 것이고, 여름에 비가 오면 또 어떻게 될지…. 솔직히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4대강을 안고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담이 되는데 마냥 피하기만 하겠습니까.” 5월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을 역임했다. 비대위 이전 4대강과 관련한 그의 직함은 ‘4대강사업저지운동본부 공동대표’였다. 비대위원을 역임하면서도 그는 “4대강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이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촉구했다. 비대위에서 거의 유일한 ‘4대강 반대’ 목소리였다.
차기정권에서 4대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직 대선이 남았다. 어느 쪽이 대권을 잡느냐의 문제는 4대강의 운명에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4대강 반대운동을 벌여온 최병성 목사는 “일단 야권이 대권을 잡아서 지금 건설된 수문의 보를 열어두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한 열어놔야 그만큼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4대강 반대 진영의 일각에서는 ‘폭파를 통한 보의 해체’도 주장했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다. 광범위한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4대강 사업이 자연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대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일단 가동보 수문을 열어놓은 뒤 보의 기능을 하지 않도록 하면 더 이상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고, 고정보가 많은 구간은 몇 년 정도 흐르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의 운영원칙을 차기정부에서 세우는 정도만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명박 정부와 일정한 각을 세워온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다면?
충남 연기군 금남면에 위치한 세종보 위로 금강이 흐르고 있다. 세종보는 4대강 사업구간에 설치된 16개 보 중 최초로 완공된 보로 전체 길이 348m에 가동보 3기와 고정보 3기로 구성됐다. / 김창길 기자
(주간경향)은 지난해 6월 ‘대선주자 10인의 녹색성적표’를 선정하며 주요 대선주자의 4대강 관련 발언을 검토한 바 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대운하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적이 있다.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으로 바뀐 뒤인 2008년 12월 16일 그의 발언은 이렇다. “정부가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운하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으니 믿어야 할 것이다.”
“정권이 책임질 일” 박근혜 발언 진의는
박근혜 전 위원장은 그 뒤 오랫동안 ‘4대강’과 관련해서는 침묵을 유지했었다. 세종시 등 다른 현안에서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상돈 교수는 5월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그 후 경향신문 김호기·이상돈과 대담에서 박근혜가 ‘정부가 추진하고 책임질 일’이라고 말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전체 발언은 다음과 같다. “정부에서 대운하 대신 4대강 사업을 최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라서, 제가 언급하기가 부적절하고 또 결과를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이상돈 교수의 해석은 이렇다. “올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원점에 서서 검토하면 문제제기가 될 것이다. 야당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서도 모른 척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 최병성 목사는 “4대강 문제를 많이 지적했지만 아직 국민들이 모르는 것이 많다”며 4대강 저지운동에 국민 참여를 보다 많이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국민들이 나서서 4대강 수문과 주변의 문제를 꼼꼼히 검토하고 고발하는 운동을 지금이라도 일으켜야 한다. 이것이 더 큰 재앙으로 가지 않으려면.”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초록정책국장은 현재 4대강 저지운동이 일정한 소강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싸워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사실 8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이 시행된 뒤 한강물이 완전히 썩었다. 그런데 그 당시는 이렇게 만든들 저렇게 만든들 국민들이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4대강 문제를 방치하면 잊혀지겠지만 지속적으로 알려서 일단 취약한 부분부터 철거하는 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그대로 두면 다음 정권에서 논란이 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 다음 정권에서는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토부 “4대강 보 5백만 이용”
5월 30일, 국토해양부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4대강, 500만 국민을 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5월 29일을 기점으로 4대강을 찾는 방문객이 500만명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보도자료에서 “그 중 4대강에 건설된 16개 보를 찾은 관광객 수는 258만명으로, 보가 4대강 관광의 거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집계 기준은 연인원이다. 국토부 하천이용과 관계자는 “캠핑장·자전거길·보에는 계측기가 있어 실측이 가능하고, 생태공간 등은 일정한 면적에 시간당 얼마나 왔는지 추계하는 기법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보와 수변 생태공간, 체육시설, 자전거길, 캠핑장 모두 각각의 기준으로 집계한다. 이 방식대로 한다면 4인 가족이 오토캠핑장에 묵고, 가지고온 자전거로 도로를 달리다가 보를 가게 된다면 4×3=12명으로 집계된다. 이 관계자는 “수치를 과장하거나 부풀린진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이 통계 역시 의심한다. 이철재 국장은 “모든 정부 부처·기관에 4대강 강변에서 체육대회를 실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던 사람들의 집계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4월 총선 무렵 이 논란과 관련해 당시 4대강추진본부 쪽의 반론은 “산하기관에서 국토해양부에 문의가 많아 참고로 알려준 것이며, 국책사업으로 완공된 공공시설물의 활성화 등을 위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을 독려하는 활동은 정부 본연의 직무”라는 것이었다.
총선 이후, 정권 ‘핵심인사’가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사실 4대강 반대단체에 결과적으로 고마워해야 한다. 원래 관급공사는 시방서대로 하기어렵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다보니 공사도 더 엄정하게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더 좋아졌다.” 4대강 반대운동의 선두에 섰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함안보의 경우 보를 낮추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당시 국토부는 (그런 내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깎아 내렸다. 그런데 실제로 검토해보니 정말 그런 것이다. 결국 보 높이를 2.5m 줄였다. 우리는 총체적 문제와 부실을 비판했는데, 그쪽 입장에서는 잘못된 설계를 바로잡는 용도로 활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4대강 사업의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의 애초 취지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본래 목표는 수량 확보와 홍수 방어, 수질 개선이다. 그런데 캠핑장이나 경관 이야기를 하는 것 말고 지금까지 이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봤는가. 본질을 외면하면서 변죽만 울리는 까닭은 홍보할 것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가 내다보는 전망은 4대강추진본부가 애초에 설정했던 목표부터 정면으로 배치된다.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둠으로써 수질은 더 악화된다. 수질문제에 직결된 ‘녹조현상’은 날이 더워지면서 수온이 올라가면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홍수 방어문제도 마찬가지다. 본류를 준설하면서 지천의 홍수위험은 더 커졌고, 비가 집중되는 시기에 보에 설치된 가동보 수문이 고장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문이 고장나서 수리한 곳을 박 교수가 직접 확인한 곳만 다섯 군데가 넘는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문이 40m 이상 되는 곳은 거의 없다. 수문이 너무 무겁다. 낙동강의 많은 보들에 설치된 수문의 무게가 500톤 내외가 된다. 들었다 놓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홍수 철에 이게 고장나게 되면….”
지난해 10월 경기도 여주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맞이 기념행사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 부부와 김문수 경기도 지사, 권도엽 국토부 장관 등이 손을 흔들며 완공을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본류에 설치된 보가 위험
박 교수를 비롯해서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측에서도 “그렇다고 보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위험을 알리는 이상신호나 크고 작은 피해는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대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도 있지만 장기에 걸쳐 꾸준히 일어나는 변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어떤 문제점은 지금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다 정년퇴임한 이후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연합 이철재 국장은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4대강 재앙’은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으로서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큰 공사를 했는데, 그 정도 부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4대강 비리사건이 드러나도 일종의 불감증이라고나 할까 큰 반응이 없다. 반면,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면 4대강 반대운동이 결과적으로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다.”
천성산 이데올로기 공세가 그렇다. 지난해 봄과 올해 봄, “천성산에는 도룡뇽 알이 넘친다”고 표제를 뽑은 르포기사가 보수매체들의 1면에 각각 올랐다. 단지 참여정부 때 환경정책 과정을 비난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도룡뇽 소송단’으로 대표되는 환경운동의 가치나 목표를 공격하는 동시에 현재 진행되는 4대강 반대운동을 겨냥한 비난이다.
이 국장은 그동안 환경운동 진영의 4대강 반대운동 ‘전략’에도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로서는 기술적·공학적 문제보다는 생태문제를 기본으로 수질·예산·구조 문제 식으로 나갔어야 했는데, 전문적 논쟁으로 이슈가 흘러가도록 관리를 못한 측면이 있다.” 그는 현재까지 국면에서 아직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정권 쪽으로 보고 있다. “정권이 마음을 먹으면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MB정권으로선 운수가 좋았다. 지난해 봄과 올해 봄에 비가 많이 왔다. 원래 봄에는 비가 적게 오기 때문에 길바닥이나 하수구의 오염원이 비가 오면 일시에 몰려와서 수질 악화 문제가 나타나는데, 기본적으로 유량이 많다보니 그 문제가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4대강 준공을 작년 10월에 한다고 했다가 다시 6월로 미뤄놓은 상태다. 장마철이 돼서 홍수문제가 나타나면 ‘아직 공사 중이라 보완하면 된다’고 답을 하면 되도록 맞춰놓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여주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에서 “역사적인 일에는 반대가 있게 마련”이라며 “반대하는 사람이 남도 아니고 우리 품안에 있는 사람”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최병성 목사는 “사실 따지고 보면 한강종합계획 사업도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재임 시절에 시작한 것”이라며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한반도 대운하’가 자기의 평생 신념이라고 밝혀 왔는데, 이 대통령은 정말 그게 강을 살린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4대강 사업 공정이 거의 마무리된 이후 관광이나 레저 이외에 4대강 공사로 확보된 물을 활용하는 다른 이수(利水) 사례를 제시한 적이 없다는 본지 지적과 관련,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13억㎥의 물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는데 이 규모는 팔당댐의 5배 규모이고 서울시민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며 “이렇게 확보된 물은 갈수기에 흘려보내면 연중 일정하고 풍부한 물이 흘러 강의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계의 건강성도 회복될 것”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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