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13일자 기사 '“장장 3개월의 수사결과가 고작…” 검찰 발표에 거센 비난'을 퍼왔습니다.
[해설] 500여건 증거 확보하고도 지시보고체계·증거인멸 의혹 모두 밝히지 못해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지시·보고 비선라인과 민정수석실의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의혹을 밝히지 못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사찰 내용을 보고받았는지에 대해서도 규명하지 못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지시·보고 비선라인과 증거인멸 지시 윗선 등을 규명하겠다고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어떤 의혹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송찬엽 검사)는 13일 오후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등에 대해 공용물건손상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수집한 500여 건의 증거에 대해 3건을 제외하고는 처벌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지휘한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사한 500건을 수사한 결과 대부분 내용이 형사처벌이 어려운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소문이나 인터넷, 신문기사 검색 등을 통해 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단순히 동향을 파악한 것일 뿐 미행이나 강요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500여건의 사찰 문건을 확보하고 김경동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USB,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의 외장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그 결과 경찰은 지원관실이 지관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교계 인사들과 정두언·현기환 새누리당 의원, 백원우·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 방송인 김미화 등 다양한 영역의 인사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불법사찰의 '윗선'을 밝히는데도 실패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에서 불법사찰 지시가 'VIP→비선→지원관실'의 경로로 보고는 반대 경로로 이어지는 것을 파악했다. 그러나 검찰은 비선 인사로 박 전 차관과 이 전 비서관을 규명했을 뿐 그 윗선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사찰 내용을 보고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진실 여부를 가려내지 못했다.
검찰은 또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에 대한 실체를 밝혀지 못했다. 이 전 비서관이 최 전 행정관 등을 통해 장 전 주무관에게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원들의 컴퓨터를 파괴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드러났다.
검찰은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비공개로 단 한 차례 조사했을 뿐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이전부터 검찰이 ‘윗선자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의혹이 쏟아졌다.
검찰은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건내진 관봉 5000만 원의 출처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검찰은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의 "돌아가신 장인에게 받은 돈이다"라는 진술 외에는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등 윗선 개입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4월 류충렬 전 관리관이 자기에게 입막음 대가로 관봉 형태의 5천만 원을 건넸으며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나온 것이라고 폭로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지원관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엄기영 전 MBC사장 등에 대해 동향을 파악해 왔다고 공개했다. 검찰이 밝힌 지원관실의 감찰 대상 주요 인사 30명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10명, 고위 공직자 8명, 전·현직 자치단체장 5명, 민간인 7명 등이 포함돼 있다.
민주통합당은 "검찰은 지난 9일 내곡동 사저부지 헐값 매입 사건으로 고발된 이 대통령 등을 모두 불기소 처분한 것도 모자라,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한 수많은 증거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또다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며 "이번 수사결과 발표는 2010년 1차 수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청와대의 사찰 및 증거인멸 개입 의혹 등을 은폐하는 데 검찰이 앞장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민주당은 또 "민주당은 12일 권재진 법무부장관 해임촉구결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민간인 불법사찰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을 국민 앞에 약속했던 만큼, 이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것"이라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은 "배후는 박영준, 증거인멸 몸통은 이영호라는 결론을 장장 3개월 간의 수사결과라고 내놓다니 대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나"라며 "추악한 불법사찰의 치부가 드러나기 전에 권재진 법무장관은 자진사퇴하고, 임태희 전 비서실장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기를 촉구한다"고 규탄했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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