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10일자 기사 '
“남북 모두 밉다, 자식 군대 보낸 심정 아는가”'를 퍼왔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 움직임 등에 반발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한 6일, 임진각 부근 민통선 철조망에 리본으로 한반도를 형상화한 설치미술 작품 주변으로 국군 순찰병이 지나가고 있다. AP 뉴시스
전쟁이 게임도 아닌데…남북 ‘긴장 고조’ 애타는 부모들
“요즘 뉴스 보기 겁난다” “제발 대화로 풀어라”
어머니는 아들의 군복 옷깃을 계속 매만졌다. 전역을 한달 앞둔 ‘말년 병장’의 가벼워야 할 휴가 복귀 발걸음을 어머니는 놓아줄 수 없었다. ‘북한이 곧 미사일을 쏠 것’이라는 아침뉴스에, 부부는 혼자 가겠다는 아들을 쫓아 터미널까지 나섰다. 아버지는 아들을 꼭 끌어안고 나서야 버스에 태웠다. 2년 전 훈련소 입소 때처럼.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절실하다. 10일 서울 구의동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난 김아무개(51)씨 부부도 그랬다. 제대 전 마지막 휴가를 마치고 강원도 속초의 부대로 복귀하는 아들을 배웅하러 가게를 닫고 나왔다고 했다.
“하필 제대를 한달 앞두고 남북관계가 악화돼 걱정입니다. 몸 건강히 돌아만 온다면 바랄 게 없겠는데….” 김씨는 “전쟁이 무슨 게임도 아니고, 양쪽 정치 지도자들이 긴장만 고조시키는 게 마치 195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아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사먹였다. 오늘따라 배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들을 갓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했다. 경상북도에 사는 최아무개(54)씨의 아들은 지난 1월 경기도 의정부 306보충대에 입소했다. “스물입곱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간”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는 애가 끓었다. “남북관계가 좀 안정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예전에 김정일도 만나고 했잖아요. 대화로 이런 관계를 풀어나가야죠.” 최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집 아들들처럼 20대 초반에 보낼 걸 그랬다”고 말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아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했다. “엄마 걱정할까봐 자주 전화가 와요.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절 안심시키죠. 그동안 일하느라 피곤해서 못 나갔던 새벽기도를 내일부터 다시 나가볼까 해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성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들의 인터넷 모임인 ‘고무신카페’(cafe.naver.com/komusincafe)에는 걱정어린 글들이 줄줄이 올라있다. “곰신(고무신)들은 진돗개 뜰 때마다 가슴을 졸여요. 진짜 전쟁 나는 건 아니겠죠.” “요즘 들어 우리나라가 종전국이 아님을 새삼 느낍니다. 남자친구 격려해주느라 정작 우리 불안한 마음 내비치기도 힘들고 그러신가요?” 이들이 서로 위로하는 마음은 더욱 애절하다. “우리까지 흔들리면 홀로 떨어져 있는 남자친구들은 더 힘들 거예요.”
근심이 분노로 커지는 이들도 많다. 아들이 군 복무 중인 정아무개(52)씨 같은 경우다. “늘 통일이니 민족이니 말하는 북한 정권이 왜 항상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한 정부도 마찬가지에요. 부부싸움을 해도 한 쪽이 져주면 쉽게 해결되는데, 강경 일변도인 북한과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또다른 주부 정아무개(56)씨는 “북한에도 우리 정부에도 화가 난다”고 했다. “높으신 분들이야 본인이나 자식들 군대 안 보낸 사람들이 많으니 상관없을지 몰라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 군대 보낸 나같은 사람의 두려움은 설명할 수가 없어요. 대화로 해결해야만 해요.”
박현철 허재현 이유진 기자 fkcool@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