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사설] 개성공단 폐쇄는 민족에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28일자 기사 '[사설] 개성공단 폐쇄는 민족에 큰 죄를 짓는 일이다'를 퍼왔습니다.

북한 쪽이 18일 근로자 철수와 개성공단 잠정 가동중단 조처를 취한 이후 공단에 머물고 있던 우리 쪽 인원 176명(외국인 1명 포함) 가운데 126명이 그제 1차 철수했다. 나머지 50명은 오늘 돌아온다. 북한 쪽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우리 쪽의 실무회담 제의를 거절한 뒤 정부 당국이 내린 귀환령에 따른 조처다. 오늘 2차 인원이 철수하면 개성공단엔 우리 쪽 인원이 한 사람도 없게 된다. 2003년 6월 착공식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개성공단의 운명이 질식사 직전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사회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북한의 개성공단 담당 실무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어제 개성공단이 완전하게 폐쇄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쪽에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폐쇄 조처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지도총국 대변인은 우리 쪽이 철수 명분으로 내세운 식량 문제에 대해서도 “인원 철수 조치가 공업지구에서 식자재가 바닥이 난 것 때문에 취해진 것처럼 떠들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먹을 것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고도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그제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해 인원 철수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당국 모두 앞장서 개성공단을 폐쇄할 뜻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남북 당국이 진정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할 생각이 없다면, 일단은 냉각기간을 갖고 서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의 운명이라는 큰 사안이 걸려 있는데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니 아니니, 언제까지 답변을 하라느니 하고 티격태격하는 것은 사태를 풀어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밑 접촉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은 뒤 실무자 수준이 아닌 더욱 높은 차원의 당국자 회담을 통해 큰 틀에서 문제를 푸는 게 바람직하다.

남북 당국은 개성공단이 단지 서로 물질적 이익을 꾀하는 합작사업이 아니라, 통일 여정에 큰 디딤돌을 놓는 화해·협력사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이 금강산 관광 중단,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과 같이 남북 사이에 극도의 긴장이 벌어졌던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큰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와 김정은 정권은 사소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개성공단을 제물로 바쳐선 안 된다. 어떤 명분으로건 민족 화합과 통일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건 민족과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는 점을 두 지도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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