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한도숙 칼럼]대기업의 농업 포식,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4-26일자 기사 '[한도숙 칼럼]대기업의 농업 포식,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을 퍼왔습니다.

동부한농이 화옹지구에서 토마토 농사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농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무리해서 결코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 탓 일게다. 그러나 동부한농은 새만금간척지에 100만평규모의 유리온실 농업에 대해선 이렇다 할 의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동부한농이 농업 투자에 미련을 못 버린 결과다.

왜 그럴까. 왜 농업 투자에 미련을 버리지 못할까. 우리나라에서 농업 투자를 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은 기업은 아직 없다. 서산간척지에 벼농사를 지었던 현대그룹도 일부 농토를 분양하고 남은 일부도 수익성이 제로인 상태다. 동부한농의 경영진도 직접영농을 통해 회사의 경영을 합리화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농업에 손을 대면 결국 손해를 볼 것이라는 계산서가 있을 것이란 것이다. 그런데 왜 농민들의 복창을 터뜨려가며 농업투자를 밀어붙이고 있는 걸까?

그렇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있다”는 말 같이 농업보다는 농지투기가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50년을 임대하는 형식이지만 50년 농지를 이용하면 결국 동부한농이 불하 받게 될 것 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현대서산농장이 용도변경을 하면 2조원의 자산가치가 발생할 것이란 말도 기업의 끝없는 농지투기에 대한 욕망이다. 결국 저렴한 임차료를 지불하고 정부의 수출농업에 편승하면 수출 보조금도 지원받을 가능성이 있다. 동부팜화옹에 87억이란 엄청난 규모의 FTA피해보전기금을 쥐어준 것을 보면 앞으로의 일이 뻔하게 들여다보인다.

농민단체들이 동부그룹 제품의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대기업의 농산물 생산에 대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구자환 기자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 많은 대기업

공무원들로부터 지원금을 결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 농민들은 보증문제가 걸려서 기천만원도 지원받기 어려운데 회사는 그런 부분에서도 유리하다. 국내 농업회사치고 농업기금 지원 없이 설립된 곳이 있는가. 게다가 농업투자펀드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으며 대기업이 축산이나 경종농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그야말로 대기업자본은 물 만난 고기가 된 것이다. 결국 동부한농의 토마토농사가 잠재해 있던 농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 근원은 MB가 뉴질랜드에 다녀오고서 결정된 일이다.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직접생산에 뛰어들어 해외시장에 내다 팔아야한다는 것이 MB의 졸렬하기 그지없는 농업철학이었다. MB의 농업철학은 경쟁과 시장이었다.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은 무조건 퇴출되고 구조조정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농업현장에 그대로 투영돼 100개의 농산물유통회사를 세우도록 했고 일부 10여개의 자본 참여형 농업회사들이 속속 설립됐다. 평가는 빵점이다. 제대로 운영되지도 못하는 회사들이 국가 보조금으로 운영되다가 보조금 떨어지니 속수무책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

논산의 농업회사법인 팜슨이 그런 경우다. 동부팜한농은 부도직전의 팜슨을 매입하여 토마토 농사와 유통에 관여해왔다. 지난해 동부한농의 관계자는 “첨단 유리온실 사업 진출로 동부는 작물보호제ㆍ비료ㆍ종자 등 핵심 농자재부터 첨단 영농과 유통ㆍ식품ㆍ바이오 사업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며 “이로써 동부그룹은 1차 산업(팜슨,팜슨아그로 인수 등)과 2차 산업(곤충산업회사세실인수), 3차 산업(동화청과인수)을 포괄하는 6차 융복합 산업의 사업 모델을 구축한 최초의 전문기업이 됐다”며 자랑했다.

이는 농정당국의 수장인 이동필 장관도 기업농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여인홍 차관도 기업농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으로 봐 지속적인 지지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바로 동부한농이 토마토를 비롯한 직접영농에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동부한농이 손을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재-정-관이 유착돼 있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농민 생존과 식량자급 위협할 기업농

그렇다면 기업농은 무엇이 문제일까? 동부한농의 예를 들어보자. 동부한농은 토마토 농사를 지어 90% 외국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농민들을 달래 왔지만 외국시장도 결국 국내 농민들과 경쟁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과 농민이 시장에서 경쟁을 벌인다면 이 제로섬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자본가다. 그로 인하여 농민들은 수십 년 짓던 농사를 포기하고 농토를 포기하기에 이를 뿐이다. 즉 농민들의 안정된 삶을 자본이 파괴하는 것이다. 

기업은 경영이익의 최대화를 목표로 한다. 결국 농민들과의 경쟁에서 이긴 자본은 서서히 농산물 가격을 장악하고 시장의 주도권을 형성하게 된다. 소비자의 선택 권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국내 농산물 유통기업들의 행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이어서 농민과 기업의 갈등구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결국 다양한 작목의 농사는 사라지고 강도 높은 단작화로 인해 식량과 먹거리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그나마 26%의 식량자급율은 더욱 하락 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주권이 휘청거리는 결과로 다가올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박근혜대통령은 기업의 농업 참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시장경쟁에서 이겨 살아남고 국민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으로 농업은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아버지 박정희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식량자급을 위해 농촌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던 모습을 기억하고 그랬는지 모른다. 하지만 박근혜의 가슴엔 농민이 없다. 오로지 경쟁과 시장이 있을 뿐이다. 공약으로 직접 챙기겠다고 했으면 현재 양돈 등 축산업의 위기와 토마토 농가들의 분노에 대해 한마디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계의 곡물 등 먹거리 파동이 주기적으로 반복 되고 있음을 본다. 이는 농업이 아무리 과학으로 포장된다고 해도 기본 토양과 물과 햇빛에 의한 생산물이기에 그렇다.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결핍되면 하루아침에 절단이 나고 만다. 특히 가뭄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해서 선진국들은 농업에 많은 투자를 통해 다양한 농업형태를 유지하고 다양한 작목을 선택케 하여 식량과 먹거리의 안전성과 안정성, 다양성을 담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의 불확실한 식량 확보를 위해 중소농과 가족농 중심으로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농촌의 공동체를 유지함과 환경의 보전이라는 공익까지도 담보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농업 진출을 장려하고 곡물자주률이라고 하는 허무맹랑한 정책으로 농민들을 도륙 내도록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MB와 다르다며 선을 긋고 선거를 치러 당선됐다. 그렇다면 전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를 내린 후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정의와 보편적 복지는 순간에 창조경제로 둔갑하고 창조경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도깨비가 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말과 행동이 다른데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보리파종하는 농민ⓒ민중의소리


MB와 다르다는 박근혜 정부, 농업정책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라도 자신의 공약처럼 직접 챙기는 모습을 정책으로 보여 줘야 한다. 대통령 직속의 농업특위를 구성하고 농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한다. 대통령은 머리보다 가슴에 정책을 품어야 한다. 어려움에 처해있는 농민들의 삶의 질을 걱정하고 식량의 자주적 공급을 걱정해야 한다. 가슴에 그것들이 담겨야 비로소 머리로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슴에 없는 일을 하면 성과도 없고 보람도 없다.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는 관료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농사는 혼자서 독점할 수도 없으며 독점해서도 안 된다. 이미 국제곡물메이저들로부터 가나한 나라들이 휘둘리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어떤 정책이 농업농민을 살릴 수 있을지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독재자 박정희 시대에 도로변에 녹화사업 한답시고 보리를 강제로 심게 했던 그런 우스꽝스러운 정책이 반복될 것 같은 불안감과 노파심이 인다.
한도숙 한국농정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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