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권은희 수사과장 “경찰 윗선에서 축소 지시”


이글은 시사IN 2013-04-29일자 기사 '권은희 수사과장 “경찰 윗선에서 축소 지시”'를 퍼왔습니다.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중간수사 결과와 달리 기소 의견을 냈다. 경찰 수뇌부가 수사를 축소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비리의혹 조사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서경찰서는 처음에 보도자료만 뿌리겠다고 했다. 따로 브리핑은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경찰 스스로 지난해 12월16일의 중간수사 발표를 뒤집어야 했기 때문이다.

4월18일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 아무개씨(여·29), 이 아무개씨(38), 일반인 이 아무개씨(42)가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또 국정원 심리정보국의 조직적 개입을 밝히기 위해 민 아무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을 불렀지만 불응해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보냈다. ‘김씨의 컴퓨터에서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지난해 대선 사흘 전 12월16일 밤 11시에 있었던 중간수사 발표 내용과 180도 달라졌다. 중간수사 발표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에서 공방을 벌인 직후인 한밤중에 나왔다. 박 후보는 토론에서 ‘국정원 직원을 감금한 것은 인권유린’이라 주장했고, 문 후보는 ‘피의자를 변호하는 것이냐’며 대립했다. 경찰 중간수사 발표를 근거로 박 후보는 다음 날부터 ‘국정원 직원은 무죄다’라고 연설하고 다녔다.

ⓒ시사IN 이명익 이광석 수서경찰서장(가운데)이 4월18일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경찰이 왜 브리핑을 한사코 거부했는지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자들이 중간수사 결과 발표와 어긋난다고 잇따라 질문하자, 이 서장은 “아니다. 12월16일 발표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결과이고(컴퓨터에 댓글 흔적이 없다), 오늘 발표는 여태까지 수사한 결과, 특정 사이트에 글을 올린 부분은 어느 정도 정치 관여 행위로 인정된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국정원법 위반 기소 의견을 내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술을 마셨는데 음주는 아니라는 말이냐”라고 재차 묻자,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조항에 해당하지는 않고,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에는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권은희 수사과장 “경찰 윗선에서 축소 지시” 

그러나 경찰 수사 발표 다음 날, 경찰 안에서 수사 축소·은폐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사 초기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수사 축소에 관여했다는 폭로가 이 사건을 수사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으로부터 나왔다. 한 경찰은 “권 수사과장은 나중에 서울청장과 대면 업무보고 자리에서 직접 경위를 따지려고도 했다. 그만큼 (수뇌부가) 수사에 관여했다”라고 말했다. 한밤중 중간수사 발표를 직접 지시한 김 서울청장은 4월2일 명예퇴직했다.  

한편, 남재준 국정원장이 취임하면서 국정원 내부 분위기도 바뀌었다. 국정원은 남재준 원장 지시에 따라 장호중 감찰실장을 중심으로 수사국 요원이 참여한 ‘원세훈 전 원장 비리의혹 조사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지휘 아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팀장을 맡았다. 윤 팀장은 검찰 안에서 채동욱 총장이 키운 강골 특수통으로 통한다. 검찰 안에서는 이번 수사로 성과를 내고 ‘기구특검’을 피해보겠다는 분위기도 강하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정원 안에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비리 첩보가 검찰로 제보된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