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7일 토요일

“남북이 개성공단 닫아도, 우린 안 나간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26일자 기사 '“남북이 개성공단 닫아도, 우린 안 나간다”'를 퍼왔습니다.
정부 북한 대화제의 개성공단 업주들 성토…북한 답변 오자 깊은 한숨만

개성공단이 다시 한 번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25일 정부가 북한을 향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 제안을 하면서 26일까지 북측의 응답이 오지 않으면 “중대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먼저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맞대응했기 때문이다.

26일 예정된 개성공단포럼에서는 애초 개성공단 조업 재개를 전제로 그동안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상황이 급변하면서 주로 현 상황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제의하면서 북한의 퇴로를 차단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의 대응에 대해 “대화를 제의하면서 불과 하루 남짓의 시간을 주고 중대조치를 말한 것은 정부의 실수”라며 “개성공단을 둘러싼 불행한 사태의 모든 결과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고 잇달아 지적했다. 포럼 중간에 북한의 공식입장이 발표되자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임동 ㈜개성 대표도 “어제 정부 발표 뒤 한 시간 동안 아무 생각도 안 났다”며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회장님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이제 남북정부를 공히 믿을 수 없고 우리 재산은 우리가 지킬 것이란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정부든 북이든 개성공단을 나가라 해도 철수 안 한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3시부터 외교안보 장관회의를 한다는데 기업의 입장에서 바람은 철수나 폐쇄 같은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며 “만약 정부에서 철수라는 말이 나오면 이제는 북한과 상대할게 아니라 정부와 상대해야 하는 더 어려운 상황에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제발 철수란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재차 호소했다.

호산에이스 박용국 대표도 “신뢰프로세스의 가장 중요한 것이 경협”이라며 “남측에서 제일 먼저 (북한에)들어간 (개성공단)기업인들도 신뢰가 없는데 그 프로세스를 북한 사람들이 알아듣겠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남북에 함께 있지만 북쪽에서 기업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부가 남북대화 창구가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정권이 바뀌면 달라지니 기업하는 사람들이 살아남겠나? 너무 한이 맺혔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동작구 흑성동 중앙대학교 R&D센터에서 중대 민족통일연구소와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열린 제4회 개성공단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조업중단에 따른 지원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정기섭 SNG 대표는 “개성공단만 놓고 보면 우리 정부가 약속을 불이행 한 것이 더 많다”며 “그들(북한) 입장에서는 개성 사업이 ‘달러박스’니 해도 그들 기대의 20%밖에 못 거두는 입장에서 속이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대전 정도의 경제력도 갖추지 못한 것이 북한인데, 북한과 말싸움하면서 (개성)입주기업 123개 망하고 하는 건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성 창진어페럴 부장도 “이번 사태가 났을 때 지원재단이나 통일부에서 TF가 조직되어 있을 줄 알았다”며 “주관부서가 없는데 보상 논의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 입주업체는 대한민국에서 사업 못한다”고 덧붙였다.

대안도 제시됐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박사는 “북한의 개성공단 조치 이후 반응을 보면 북한 내 경제파들의 목소리 살아나고 있다”며 “명분을 던져줘야 하는데 그것은 공개적으로 보다 비공개로 논의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민간체제를 우선적으로 가동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기 싸움이 아닌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에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포럼에서는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언급한 개성공단 인질 구출 발언 그리고 이를 받아쓰는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호산에이스 박용국 대표는 “인질이 아니라 우리가 남겨놓고 온 것”이라며 “상황이 자꾸 와전돼서 서로 적대감만 키우면 뭐가 남나”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런 얘기가 매스컴으로부터 흘러나온데 대해서도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성공단 기업주들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호소도 이어졌다. 이은행 아이에스레포츠 대표는 “기업에 자금은 피와 같은데 납품이 안돼다 보니 (거래처에서)결재를 안 해준다”며 “2~30년 거래했던 회사도 거래를 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4월 급여도 지급 못하고 있다”며 “내일 모래 당장 차압이 들어온다고 하면”이라고 말을 흐리기도 했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도 “실제 기업들은 도산 직전”이라며 “4월에 납품을 안하니 3월 납품 대금도 안 주고 있고 이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고경빈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은 “죄송스럽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책임문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이 지경에서 모든 책임을 남쪽 정부가 지라는 것은 상황 오도하는 것 같다”며 “현 상황은 북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하고 우리는 폐쇄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우리 정부를 믿어 달라”며 “다만 북쪽은 물론 우리 정부도 북과 아웅다웅 싸울 입장이 아니라 대범한 입장에서 큰 틀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엄중한 시기에 언론도 좀 조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개성공단이 폐쇄돼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회장은 “빈틈없이 입주기업의 어려움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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