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7일 토요일

"정부, 북한 수법 흉내내나…무슨 목적 있길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26일자 기사 '"정부, 북한 수법 흉내내나…무슨 목적 있길래"'를 퍼왔습니다.

[전문가 진단] "개성공단 남북간 큰 이벤트 없으면 복구 힘들어"


2008년 7월 11일.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 씨가 금강산관광 도중 북한 경비병의 총격에 의해 숨졌다. 이 직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 길은 5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막힌 상태다. (☞관련기사 보기 : 관광 중단 3년, '금강산의 길목' 강원 고성군 현지르포 상편 / 하편)

2013년 4월 26일.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화 제의 거부에 따른 '중대 조치'로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한국민전원을 귀환시킨다는 결정을 내렸다. (☞관련기사 보기) 남북관계의 '옥동자'로 불렸던 개성공단이 여덟 돌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생사를오가고 있다.

(프레시안)은 남북관계 전문가들에게 긴급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개성공단의 앞날에 대한 전망을 들어 봤다. 전문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어두운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은 한국민들의 전원 귀환이 현실화되면, 금강산 관광단지처럼 개성공단이 멈춰선 사태가 장기화될지 모른다고 공통적으로 우려했다.

개성공단이 원상회복될 가능성에 대해 묻자 '남북이 원칙적이고 큰 틀의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회복이 어렵다고 본다'는 답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대체적으로 비관적인 견해가 다수였지만, 북미 간 대화 국면이 열림에 따라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 있었다.

또 북한의 통신선 차단과 개성으로의 출경 금지, 노동력 철수 등 부당한 조치로 이번 사태가 초래되긴 했으나, 정부가 좀 더 긴 안목에서 차분하게 대응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과의 통화 내용을 내용 흐름에 따라 재정리했다. (편집자)

▲개성공단 전경 ⓒ통일부


■ 정창현 국민대 교수

지금 이런 방식으로 철수하게 되면, 남북 간에 아주 원칙적이고 큰 틀의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개성공단이 재개되기 어려울 것 같다. 개성과 금강산은 질적으로 다르다. 금강산은 관광이다. 시설도 다 살아 있다. 시간이 지나도 재개만 되면 문제가 없지만, 개성공단은 판매망이라는 게 있는 것 아닌가. 한 번 닫히면 다시 열리기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가면 개성공단은 파국으로 간다고 봐야 한다.

남북이 큰 틀의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낮다. 박근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등을 출발점으로 '신뢰 프로세스'를 단계적으로 하려는 것 같은데, 북은 그런 낮은 차원에서부터 올라가는 방식보다 10.4 선언의 전면적 이행이라든지 하는, 남북 고위급회담이나 정상회담 같은 차원의 포괄적 합의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에 접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북한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에서 얻는 경제수입이 북한 내에서 상당한 비중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부분이다. 북측에서는 지난 5년 동안 그 필요 부분을 대중교역을 통해 보충했기 때문에, 비중을 상당히 낮게 보고 있다. '쉽게 닫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정세를 잘못 본 것이다.

■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전 청와대 NSC 국장)

개성공단도 금강산처럼 국면이 장기화됐다. 복구시키기 어렵게 됐다. 복구를 하려면 굉장한 정치적인 임팩트(충격)가 있는 사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6자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 문제가 합의가 돼야, 그 합의 과정에 이르기 위해 또는 그 합의의 결과로 복구가 되지, 안 그러면 어렵다.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 '이렇게 해도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개성공단이 살아 있어야 전쟁 위기 운운해도 한반도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

25일 통일부의 '중대조치 예고'는 남북 대화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정부가 북한이 하는 수법을 흉내낸 것이다. 중대조치를 먼저 말할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끊임없이 '살려야 한다', '식자재 공급해야 한다' 등 명분을 가지는 행동을 했어야 한다. 게다가 지금 위기가 지속되던 상황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한 이후 중국을 중재자로 하면서 진정되는 국면으로 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동북아 정세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 이정철 숭실대 교수

(긴 한숨) 안타깝다. 어차피 포괄적으로 협상을 해야 하니까…. 다 새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상태로 계속 가게 될 것 같다. 단, 남북 정세 문제만이 아니라 임금 등 다른 요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임금이 중국(과의 경협에서 받는) 임금보다 너무 낮아서 북한에서도 근본적으로 검토를 해 왔다고 봐야 한다.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철수를 하게 되면, 북한이 공단을 폐쇄하고 최악의 경우 금강산과 마찬가지로 압류와 몰수를 하는 상황으로 갈 있다. 만일 폐쇄된다면, 남북관계 실패와 '신뢰 프로세스' 좌초가 동시에 온다. 중대 조치에 대해 시간을 두면서 비공개 접촉을 계속했어야 하는데 자칫 우리가 개성공단을 폐쇄시키는 중요한 구실을 제공하고 전략적인 실패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답답한 게, 북한에 실무회담 제의를 하며 날짜를 박지 않았나. 그러면서 아무 연락이 없으면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중대 조치를 하는 날짜까지 박은 것은 아니다. 며칠 기다리면 독수리훈련 종료, 방미, 한미 간 정책 조정 등 시간을 벌 수 있는 계기들이 줄줄이 있는데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급하게 하는지 의문이 든다.

북한이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결국 폐쇄 쪽으로 갈 수 있다. 당장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계산만 있는 게 아니라 안보적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기 싸움'으로 가는 것인지,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이다. 돌이키기도 어렵고. 제대로 풀어갈 수 있는 방향? 없다. 북한을 한두 번 다룬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북한이 항복하고 나오겠나? 현실적으로 카드가 몇 개 없다.

■ 김근식 경남대 교수

(금강산처럼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금강산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법까지 바꾸면서 다 쫓아내고 몰수했지만, 26일 북한 국방위 정책국 성명을 보면 북한도 먼저 '철수하라'고 할 생각은 없는 것이고 '남이 간다면 보내준다'는 것 아닌가. 개성공단 사태는 원래부터 이렇게 될 것이었다기보다는 남북 간에 자존심 싸움을 하다가 일이 커진 측면이 크다. 그런 면에서 금강산처럼 사업권을 박탈하고 몇 년 동안 못 쓰게 할 것 같지는 않다.

문제가 풀리려면 큰 틀에서 풀어야 한다. 한반도 정세의 대화 분위기로의 반전이 우선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개성공단 문제가 풀려야지 우리가 개성에만 집중한다고 풀리는 게 아니다. 일단 북미 대화가 있고, 그래서 5월초 한미 정상회담이 관건일 것 같다. 만약 한국이 중간에 나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는 것을 발목잡는다거나 한다면 이명박 정부 때와 똑같이 하는 것이고 그러면 개성공단도 장기화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큰 틀에서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 같지는 않다. 박 대통령도 경협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기업이 다시 일어서야 하고, 현지 기업인들이 먹는 문제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강경하게 간다고 보기는 이른 것 같다.

하지만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서둔게 아닌가 싶기는 하다. 통일부의 대화 제의도 말은 대화 제의였지만 오늘까지의 수순을 예고한 명분 쌓기였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사실 '거부하면 중대 조치'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미 북한의 거부는 예고된 것으로 본다. 한 달 반 동안 끌어왔던 긴장 국면이 풀리고 대화 국면으로 어떻게 넘어갈 것인지 남북미중이 각자 주판알을 굴리며 숨 고르기를 하는 상황에서 뜬금없다는 생각이다. 난데없는 불필요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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