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7일 토요일

“사내하청 불법파견 개선 못해”...대법원 판결도 뒤집겠다는 회장님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4-26일자 기사 '“사내하청 불법파견 개선 못해”...대법원 판결도 뒤집겠다는 회장님들'을 퍼왔습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경제5단체 부회장 긴급회동이 끝난 뒤 관계자들이 회동 내용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경제5단체가 26일 박근혜 정부에 입장을 밝히면서 노동계 주요 현안인 ‘통상임금제 개선’과 ‘사내하청 불법 파견 금지’ 등에 대한 반대입장을 명확히 해 노동계와 마찰이 예상된다.

통상임금제가 노사간 단체협상 마다 떠오르는 단골 의제라면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는 비정규직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다. 특히 경제5단체는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정시 원청의 고용책임을 전면 부정해 노동계와 격렬히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은 이 두 문제와 관련한 판결에서 노동계의 손을 들어줬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판결이 있고 난 뒤 노동계는 통상임금제 관련 논의가 급부상했으며, 현대자동차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었으며 원청인 현대차에 고용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사내하청 개선관련 입법 흐름이 강하게 조성된 상황이었다.

이날 경제5단체의 입장 발표는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판결과 법제도 개선이 뒤따르고 있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 개선은 기본급이 전체 월급 50% 안되는 기형 구조 바꾸는 것
재계, “고정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기업 부담 너무 커”


경제5단체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정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이 일시에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소 38조5천억원에 달해 우리 기업들에게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며 "일자리 창출 여력과 근로자간 양극화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상임금은 휴업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해고예고수당 등을 지급할 때 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정기적인 임금인데, 통상임금이 높을수록 퇴직금과 각종 수당이 높아진다. 노동자로서는 같은 임금을 받더라도 통상임금이 높을수록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득을 얻는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업은 기본급 대신 정기상여금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임금인상을 해왔다.

통상임금 문제의 쟁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는 것이다. 경제계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기업 부담이 가중돼 결국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기본급 비중이 총액의 50%도 안 되는 현재의 불안정하고 기형적인 임금구조를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현대자동차 노조가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대표소송을 제기한 뒤 재판부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3월29일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6개월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근속 연수에 따라 미리 비율을 정해두고 이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분기별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해석이었다.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 이후 “그동안의 잘못된 임금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소송을 통해 임금 체계를 반드시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재계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지급할 때 부담 비용 38조5천억원이 든다는 주장에 대해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신뢰할 수 없는 근거다. 기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핑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재계, 노동계 핵심쟁점 사내하청 불법파견 개선에 정면 반대

경제5단체는 이날 사내하청 노동자 보호를 골자로 한 이른바 ‘사내하도급법’에 대해서도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원청업체가 아닌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임이 명백하다"며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차별 시정 제도는 애초에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다른 기업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를 차별로 보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고용관계 자체로 간주한다거나 원청기업에게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고용과 근로 조건 유지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사적 자치의 근간을 훼손해 위헌 소지마저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내하도급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므로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더군다나 올해 2월에는 대법원이 노동자를 파견받은 자동차 제조업체와 파견한 업체 대표의 형사책임을 모두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간접고용을 금지하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임금.고용 등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는 사용자로 보도록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사내하도급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이미 나와 있고, 새누리당에서까지 사내하도급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경제5단체가 이번에 ‘사적 자치’ 등을 운운하며 부당함을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미 나온 법적 판결까지 뒤집고자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재판부의 판결을 충실히 따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논평에서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대우를 그대로 방치하라는 것”이라며 “가진자들의 이기심과 탐욕, 무책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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