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0일 화요일

[사설] 죽어가는 진주의료원 환자부터 살려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29일자 기사 '[사설] 죽어가는 진주의료원 환자부터 살려라'를 퍼옸습니다.

경남도 진주의료원에서 강제로 쫓겨난 환자 최아무개(61)씨가 다른 병원으로 옮긴 지 8일 만인 지난 27일 숨졌다. 벌써 7번째 사망자다. 그러나 이는 병원에서 숨진 경우만이고, 갈 데가 없어 집으로 퇴원했다 사망한 환자들까지 합치면 20명이 넘는다는 게 보건의료산업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숨진 환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중증으로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했다. 병원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태였다. 숨진 최씨는 루게릭 환자로서, 몸무게가 20㎏ 정도인데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았다고 한다.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위태로운 상태였던 것이다. 다른 사망 환자들도 대부분 뇌졸중·폐암 등을 앓고 있었다. 이들은 병원을 옮긴 지 짧게는 2일, 길어야 17일 이후 숨졌다.

이런 위험 때문에 보호자들은 옮기길 꺼렸는데도, 경남도 관계자들은 ‘퇴원을 하라’고 다그쳤다. 최씨 보호자의 경우 전화를 10차례 이상 받았다고 한다. 공보의들은 일일이 환자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퇴원을 종용했다. 이런 강요에는 경남도청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동사무소 직원, 보건소 직원들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진주의료원은 폐업 상태가 아니다. 진주의료원 노사는 폐업을 한달 유보한 채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해 대화중이다. 그런데도 200여명의 환자를 모조리 쫓아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도록 하는 것은, 폐업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삼는 범죄행위이다. 그러면서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엉뚱하게 ‘서민 무상의료 정책’을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서민 대상 무료의료를 실현하는 획기적 대책’이라는 자화자찬도 빠뜨리지 않았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서민을 놔두고, 도대체 어디에 있는 서민들을 위해 무상의료를 펼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시간이 없다. 대통령도 보건복지부 장관도 손을 놓고 있으니, 노사의 대화는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우선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게 최우선이다. 현재 진주의료원에는 환자 8명이 남아 있으나, 공보의 2명만이 돌보고 있다고 한다. 당장 입원 환자들을 돌볼 수 있도록 의사들을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퇴원한 환자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경남도는 다른 병원과 집 등으로 흩어져 있는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위급한 환자들에게는 필요한 의료진과 장비를 투입해야 할 것이다. 더는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자들이 다 죽은 뒤 의료원이 정상화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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