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8일 일요일

형사 고소·계약해지 예고... BBQ의 '말썽 가맹점' 조리법


이글은오마이뉴스 2013-04-27일자 기사 '형사 고소·계약해지 예고... BBQ의 '말썽 가맹점' 조리법'을 퍼왔습니다.
소속 점주 방송에 출연해 불리한 발언하자... "법대로 하자"
"이게 3억7000만 원 들어간 가게거든요. 제게는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데 제가 가맹계약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고 형사 고소하고 계약 해지까지 시킨다고 하니까. 정말 불안하죠."

경기도 평택시에서 BBQ점포를 운영하는 유영진(가명)씨는 지난 3월 서울의 한 경찰서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가맹본부 측에서 그가 KBS 시사 프로그램 (추적60분)에 출연해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유씨를 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BBQ와 BHC가 방송에서 가맹계약과 관련해 자사에 불리한 내용을 말한 점주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를 하는 등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특히 BBQ의 한 본부장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부 점주 측에 계약 해지 및 억대의 손해배상 청구 계획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한 쪽에서는 '형사 고소', '계약 해지' 등의 무기로 불만을 제기하는 점주들을 압박하는 한편 다른 쪽으로는 가맹본부-점주 간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두 치킨 브랜드의 모기업인 제너시스비비큐는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가맹점주들과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취지로 전국을 순회하며 가맹점주들과 간담회를 갖는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명예훼손에 계약해지 압박... "힘없는 사람들은 TV도 못 나가나"

유씨와 가맹본부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유씨가 가맹계약을 결심하게 된 주요 요인이었던 '최저수익 보장제'의 실제 내용이 그가 알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부터다. 유씨는 회사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의했고 가맹본부 측은 '원래부터 정보공개서에 있는 내용'이라면서 일축했다.

"저는 그때까지 정보공개서라는 걸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이상하다 싶어서 계약서랑 정보공개서 수령 확인서를 찾아보다가 그 문서에 있는 제 서명과 날짜가 위조 됐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감정기관을 거쳐서 제 계약에 관여했던 본사 직원들을 사문서위조행사 혐의로 고소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죠."

유씨는 지난 1월 방영된 KBS (추적 60분)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내용을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영 후 제너시스비비큐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갔고 유씨는 그로부터 약 40일 후에 가맹본부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받았다.

갑작스런 고소에 유씨는 덜컥 겁을 먹었다. 그는 "너무 황당하고 겁이 나서 밥이 안 넘어갈 정도였다"면서 "치킨집 주인인 제가 얼마 전에는 병원에서 영양실조 판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유씨는 "명예훼손 소식을 알려준 경찰관도 '고소 사유가 방송출연'이라고 황당해했다"면서 "힘없는 사람들은 TV도 못 나가나 싶었다"고 말했다.

유씨의 주장에 따르면 가맹본부 측의 '압박'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그는 "최저수익 보장제 문제로 회사와 갈등을 빚은 뒤부터 '계약 해지'를 언급하는 내용증명이 날아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유씨가 가맹본부로부터 받은 내용증명. '일반적 계약의 해지사유'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 김동환


"원래 계약서 상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에서 밤 12시 까진데 영업을 해보니 여기는 야간상권이라 낮에는 손님이 없었어요. 그래서 당시 본부 측 배아무개 운영과장과 오후 2시 이후부터 장사를 하는 걸로 구두 합의를 했지요. 그런데 지난해 10월, 갑자기 오전 11시에 문을 안 열었다면서 '영업시간 미준수'로 내용증명을 보내더군요." 

가맹본부가 보내온 내용증명에 '일반해지 사유'라는 문구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11월. 회사 측은 이 문서에서 유씨가 본사 비승인 사입품인 건빵을 주문 후 대기중인 손님들에게 무료 제공한 일과 매일 오전 11시에 가게를 열지 않은 점, 매장에서 BBQ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은 점 등이 "일반적 계약의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계약위반 사유"라고 경고했다.

유씨는 "내용증명을 받은 후 주변 BBQ 점포들에 물어보니 다른 곳도 모두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본사에서 내용증명 형식으로 계약해지 운운하는 경고를 받은 곳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회사에 맞서자 회사에서 자신을 표적 삼아서 위협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다른 점포는 분기에 한 번 나오는 위생검사를 우리는 일주일에 두 번 온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걸핏하면 '일반해지 사유'라고 내용증명을 보내니 당연히 계약 해지에 대한 공포가 있지 않겠어요. 계약해지 당하면 투자비용은 다 날리는 거지요. 내가 처음 투자한 돈만 3억 7000만 원인데 그 돈을 투자하고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폐점을 당할 수도 있나 하는 생각에 미칠 지경이었어요."

BBQ "계약해지 시키고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

상황이 이러니 유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대리인을 통해 회사 측과의 화해도 시도했다. 그러나 가맹본부 관계자들은 그 자리에서 아예 직접적으로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청구를 거론하며 유씨 측을 압박했다. 유씨가 사문서위조행사 혐의로 직원들을 고소했으니 자신들은 계약 해지 사유를 근거로 "해지할 계약은 해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유씨 측의 한 관계자는 "가맹본부의 본부장급 인사가 '이제 시작이고 나는 나대로 해야 한다'면서 '10억 원을 하든 20억 원을 하든 직접 손해배상 청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본부장급 인사는 '법대로 하자'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내가 내용증명 보낸 거. 아니라면 근거 들어서 반박하세요. 나는 여차여차해서 몇 통의 내용증명 보내고 이래서 몇 월 몇 일자로 계약해지 합니다. 그렇게 보낼거야. 그리고 (유씨쪽) 변호사한테도 그대로 얘기하세요. 그건(계약 해지) 가맹거래법에 의해서 공정위에서 판단하면 되니까'라고 했어요."

위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BBQ 측 관계자는 "원칙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면서 위협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가맹본부라고 해서 가맹점을 함부로 없앨 수가 없다"면서 "가맹거래법상 중대한 사유가 되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BBQ의 다른 관계자는 문제의 계약 해지 발언은 회사의 공식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회사는 공식 입장을 모두 문서로서 밝히도록 되어 있다"면서 "영업 일선에서 점주들과 대화하다 보니 흥분해서 나온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해지사유' 적힌 내용증명 올지 몰라 불안"
▲ BHC 부천 행복점 ⓒ 김동환


BBQ의 자매 브랜드인 BHC측도 '말썽 점주'를 다루는 방식은 비슷했다. BHC 부천 행복점 점주인 이아무개씨 역시 "(추적60분) 출연 직후인 지난 2월 가맹본부로부터 명예훼손 고소와 '계약 해지 사유'라는 문구가 담긴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저희는 계약서 상 영업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예요. 그런데 점심에는 장사가 안 되니까 11시 보다 조금 늦게 열고 밤에는 새벽까지 영업을 하거든요. 저희만 그런게 아니라 이 지역 점포들이 다 그렇지요. 그런데 방송 다음 날짜(2월 1일)로 '영업시간 미준수' 명목으로 저희한테만 내용증명을 보내더군요. 황당했죠."

전국 가맹점 숫자가 약 1000개인 BHC에서 한 달에 가맹점주에게 발송하는 계약 관련사항 이행 내용증명 건수는 약 5~10건. 이 업체가 2월에 '영업시간 미준수' 명목으로 발송한 내용증명은 모두 3건인데 그 중 한 건이 부천 행복점이다.

이씨는 "4년째 비슷한 방법으로 운영했지만 이런 내용의 내용증명을 받지 못했다"면서 "주변에 우리보다 오래 영업한 점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가맹본부 측이 방송에서 회사측에 불리한 말을 한 자신에게 계약 해지 문구를 앞세워 압력을 넣는다는 얘기다.

BHC측은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BHC의 한 관계자는 "부천 행복점 영업시간 미준수 사항은 우연히 해당 지역을 관리하던 영업사원이 적발한 것"이라면서 "저희는 원칙대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명예훼손 고소에 대해서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명했다. 부천 행복점주가 방송에서 'BHC 자매 브랜드인 BBQ 점포가 자신의 가게에서 25미터 떨어진 곳으로 초 근접 이전을 하는 바람에 매출이 떨어졌다'고 했는데 그 부분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허위사실이 방송에 나가는 바람에 본사가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 BHC 측이 이씨에 대한 명예훼손 근거로 제시한 본사 매입 자료. ⓒ 김동환


그러나 실제 부천 행복점의 매출 관련 자료를 보면 BBQ 점포의 근접 이전이 이뤄졌던 2011년 10월을 기점으로 3개월간은 매출이 올랐으나 이후 5개월간 혼조세를 보이다가 2012년 6월부터는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이다. 점주 측 발언을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는 무리가 있는 셈이다.

BHC측은 이에 대해 "매출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지난해 6월부터 급격히 매출이 떨어진 것은 해당 점주가 적극적으로 영업 의사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결국 가맹본부의 명예훼손 고소나 내용증명 발송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점주인 이씨는 이같은 회사와의 갈등 상황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표출했다. 그는 "언제 와서 먼지털이 식으로 사진을 찍고 '해지 사유'라고 적힌 내용증명을 보낼지 몰라서 소름끼치게 불안하다"면서 "장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점포가 나가지 않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동환(hea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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