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8일 일요일

[사설] 기득권에 눈먼 재계의 반경제민주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26일자사설 '[사설] 기득권에 눈먼 재계의 반경제민주화'를 퍼왔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년연장 의무화, 공휴일 법률화 등이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한다.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하나같이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상식과 정의를 바로잡는 수준의 것들이다. 재계의 반발은 기득권에 눈이 먼 적반하장으로 대단히 실망스럽다.

재계는 60살 이상 정년 의무화에 대해 장년층의 고용 부담이 가중되고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세대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60살 이상 정년 의무화는 세계적인 추세일 뿐 아니라 많은 연구 결과 복지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휴일제 도입 반대나 심지어 조리사·영양사 의무고용 반대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아전인수의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재계는 공휴일 대체휴일제 도입에 대해 인건비 부담을 높이고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장시간을 일할 뿐 아니라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내수가 살아날 것이란 도입 취지는 안중에도 없다.

새 정부의 눈치를 보던 재계가 공공연하게 반대 목소리를 들고나온 까닭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비빌 언덕을 내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기업 옥죄기식 경제민주화에 반대한다고 하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 술 더 떠서 경제민주화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정과제에 포함됐던 대체휴일제는 국회 소위를 통과했으나 정부가 반대해 무산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에서 부당내부거래가 적발되면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30% 룰을 삭제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철학은 고사하고 과연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경제민주화는 국민에게 철석같이 한 약속일 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활력을 갖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재벌의 독점과 전횡을 바로잡아야 경제생태계가 살아나고 창조경제도 싹틀 수 있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재계를 감싸는 것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 환부를 손대지 말자는 우를 또다시 되풀이하는 것이다. 재계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경제민주화가 기업을 옥죄고 기업인을 위축시킨다는 편협한 생각을 넘어서야 한다. 당장의 기득권 지키기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돼 갈등이 커지면 기업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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