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안철수의 새 정치, bird 정치는 아니겠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27일자 기사 '"안철수의 새 정치, bird 정치는 아니겠지?"'를 퍼왔습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15) 안철수, 국회의원 되다


고유명사 '안철수'의 직업이 결정됐다. '국회의원' 안철수.

국회 본회의 출석 첫날인 26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이 자리에 서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이고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되는지, 선거 과정을 체험하며 알게 됐다"며 자신을 "19대 국회 늦깎이"라고 소개했다. "새로운 정치,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던 그의 행보가 시작된 셈이다.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는 4.24 재보선 다음날, '안철수'를 이야기했다. 그가 말하는 '새 정치'는 무엇이며, 서울 노원병 득표율 60.5퍼센트의 의미는 무엇이고, '안철수 신당'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날 수다에는 까칠한 정치평론가 이철희(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겸 [이쑤시개] 진행자), 따뜻한 독설이 매력인 정치학자 김윤철(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그리고 정치보다 야구를 좋아하는 임경구(프레시안 정치팀장)와 국회의원이 된 안철수 전 교수를 귀국 때부터 취재한 선명수 기자가 동참했다.(☞팟캐스트 바로듣기)
▲ 국회의원 안철수가 26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안철수 '새 정치'가 '새(bird) 정치'에 그칠지, 10월 재보선은 다시 한번 정치인 안철수의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연합뉴스


안철수 새 정치, '새' 되지 않으려면?
(이쑤시개) 녹음이 한창이던 지난 25일 오후 안철수 의원은 선거캠프 해단식에서 "새 정치를 이루기 위한 대장정의 출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투표 마감 후 캠프에 들러서도 "당선된다면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과 노원 주민의 열망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새 정치'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취재 기자들과 정치 전문가들도 서로에게 묻기 일쑤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김정은의 생각'과 더불어 '3대 미스터리'로 꼽힌다.(이철희 소장은 이 표현에 대해 자신이 저작권자라고 주장했다.)

김윤철 교수는 안철수 의원이 유력 주자로 대선과 재보선이라는 두 번의 선거를 치렀지만 아직까지도 모호한 '새 정치'를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은 '새 정치'를 말할 게 아니라, 땅에 내려와야 한다"는 비판이다. 그는 이어 "(안철수 의원은) 아직 정치계에 입문한 게 아니"라며 "('새 정치'가) 전략적으로 모호할 수 있"지만 "자신의 비전과 철학이 담겨 있지 않다"고 일갈했다.

"하늘을 나는 '새 정치(bird politics)'가 아니라, 땅에 내려와 '사람 정치(human politics)'를 해야 한다."
김 교수는 또 "안철수 존재 자체로 자꾸 '새 정치'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며 "정치적 고난이 없는 상황에서 '자기가 새 정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어디서 나오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안철수'라고 하는 존재 자체는 그릇"이라며 "자신의 삶이 녹아 있는 정치 비전이나 철학이 나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철희 소장은 "왜 안철수 의원은 그런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보여줘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 '박근혜'라는 정치인이 등장했을 때 '정동영·문재인'이 등장했을 때 '너의 비전이 뭐고,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제시하라며 가혹하게 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경구 팀장은 "안철수는 일반 국회의원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라며 "300분의 1의 한 사람이냐, 아니면 정치 세력을 도모하는 한 사람이냐"에서 후자에 무게를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안철수'의 정치적 행보가 '서울시장'과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위상은 엄연히 다르다는 말이다.

이 소장은 안철수 의원이 "보통의 정치인에 비해 더 많은 것에 응답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지금은 "안철수 의원을 어디로 움직이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관되게 가지고 있는 '안철수 활용론'"을 제시했다.

"'안철수'란 사람을 활용해야 하고, 그 사람도 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하고, 그 속에서 진화가 안 됐을 때 과감하게 폐기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서로 피곤한 논쟁을 하고 있다."
득표율 60.5%, 안철수 노선 설정은 어떻게?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이 서울 노원병에서 얻은 득표율 60.5퍼센트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철희 소장은 "야권 전체 포지션이 10퍼센트 늘어났다"고 분석하며 "(정치 지형의) 전체구도 자체가 꿈틀거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는 32.78퍼센트,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5.73퍼센트,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는 0.78퍼센트, 나기환 무소속 후보는 0.22퍼센트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안철수 60.5% + 김지선·정태흥 6.51% = 67.01%'로 이는 19대 총선 당시 57.2퍼센트를 얻은 노회찬 전 의원보다 10퍼센트가 많은 수치이다.

이철희 소장은 "이것이 안철수 의원이 힘을 발휘하는 핵심적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내용적으로는 새누리당 지지층 상당수를 끌어냈고, 이탈시킬 수 있는 힘"이며 "구도상으로는 원래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갖고 있던 힘이 다시 복원됐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안철수 의원이 "'우(右) 클릭'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임경구 팀장도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한 말에 주목하며, "현재 대중적 정서에 맞는 부분이 있어 (새누리당 지지자 또는 보수층을) 흡수할 여지가 높다"고 덧붙였다.

김윤철 교수는 '늘어난 10퍼센트가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의 지지라면 안철수 의원의 정치 행보에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권 대선 실패 요인 중 핵심인 저소득계층의 상당수가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이라며 향후 안철수 의원이 50대 이상의 저소득층을 흡수할 수 있는가에 주목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안철수 의원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10퍼센트의 매직'이 '깜짝 후보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새누리당에서 온 표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유권자의 것이라면 정세 상황에 따라서 다시 이동한다"는 해석이다. 결국 그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권을 충성도 높은 지지자로 굳혀 내고, 이를 통해 안철수 의원은 뚜렷한 정치인 또는 정치세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후보 효과이다. 야권이 (결집이) 안 된 상황에서 '안철수'라고 하는 '새 정치 바람 효과'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잘 안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새누리당 상층에서 전략적으로 '안철수 조금 찍어줘도 돼, 배운 놈이니까'(라는 정서가 있을 수 있다). 새누리당의 특징은 또 그런 것이다. (18대 총선 당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에서 손학규 전 의원도 찍어준 사람들이다. 이런 부분을 잘 읽어야 한다."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6일 선의의 경쟁을 펼친 진보정의당 김지선 전 후보 사무실을 찾았다. 김지선 전 후보는 안철수 의원에게 초콜렛과 장미를 선물했다. ⓒ뉴시스


'안철수 신당', 문제는 돈과 사람
임경구 팀장은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대해 "독자 신당이 10월 재보선 전후를 기점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지지자 중심 정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어떤 사람들과 무슨 돈으로 창당하느냐는 것.

김윤철 교수는 프랑스 사회당과 같은 '풀뿌리 모형'을 추천했다. "정책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강한 결속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지방 선거와 이후 국회의원 선거 등을 대비할 수 있는 지역 일꾼을 확보해나가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주 철저하게 능력과 결과를 낼 수 있는 유틸리티 파티(utility party, 유용성 높은 정당)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되는 창당 준비금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철희 소장은 지지자 정당의 한계성을 지적하며, "원내 교섭단체가 안 되면 '3김' 정도의 지역기반이 있어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며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 그동안 쌓아놨던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는 현실"이라며 "그것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안철수 의원 앞에 놓인 과제인데, 제가 볼 때는 녹록지 않은 과제이다. 가시밭길이다"라고 충고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제는 뭐든지 자기 실력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잘성장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야권에도 필요한 일이이다. 그냥 객관적 여건에 의해서만 붐업(boom-up, 일어나는 바람)되지 말고, 스스로 차곡차곡 알곡을 만들어 가듯 성과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 <이철희의 이쑤시개> 출연진. 왼쪽부터 임경구 팀장 - 선명수 기자 - 이철희 소장 - 김윤철 교수 ⓒ프레시안(이명선)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안철수의 새 정치, bird 정치는 아니겠지?"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바꿔야 이긴다) 출판 기념 이벤트


정치평론가 이철희, SNS 분석가 유승찬, 정치학자 안병진이 공저한 책 (바꿔야 이긴다) 출판 기념회가 4월 28일 일요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립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저자들이 직접 참가하는 이번 행사는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짚어보고, 야권의 혁신과 재편의 길은 없는지 독자들과 함께 모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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