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월요일

[여의도칼럼]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세 가지 제언


이글은 이데일리 2013-04-29일자 기사 '[여의도칼럼]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세 가지 제언'을 퍼왔습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 경제 각 분야에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것이 결국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우리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가계부채문제다. 가계부채가 많아 소비가 위축되니 경제성장도 잘 안되고, 고령화시대에 노후준비도 어렵다. 가계부채 때문에 금융시스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사교육비, 집값, 전세값 모두 가계부채와 연관되지 않은 경제문제가 없을 정도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의 정책이 동시에 진행될 필요가 있다. 

첫째, 가계부채 자체를 연착륙시켜야 한다. 사실 이와 관련된 정책들은 이미 거의 다 나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11년 6월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보면 시중유동성의 안정적 관리, 주택시장 안정기조 지속,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활성화, 소비자보호 강화 및 서민층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 등 가계부채 연착륙 관련 대책들이 거의 총망라되어 있다. 이렇게 내놓은 대책들을 지속적으로 흔들림 없이 시행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최근에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그간 엄격히 지켜온 LTV, DTI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이러한 규제들을 유지해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도 시스템위기를 겪지 않는 것은 일찍부터 이러한 규제들을 비교적 엄격히 지켜온 것이 크게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가계부채 차주들 중에서 저소득층과 고연령층 그리고 다중채무자 등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금융회사들이 일시에 자금을 회수하지 않도록 금융권 내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가계 실질소득을 증대시키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가계소득이 늘어나려면 경제가 잘 성장해야 하고 또 성장의 과실이 가계로 잘 배분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가지가 다 잘 안 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였다. 이는 오일쇼크가 있었던 1980년, 외환위기가 터졌던 1998년,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등 위기 때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도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성장률이 낮아서는 소득을 늘려 가계부채를 갚기가 너무 어려워진다. 

여기에 성장의 과실이 가계로 잘 배분되지도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의 비중이 1990년 70%에서 2011년에 61% 정도로 줄어들었다. 가계보다는 기업으로 가는 소득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성장도 잘 안되는 데다 가계로 분배도 잘 안되니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이 올라가기 어렵다. 대책이 필요하다. 필자는 현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창조경제가 일정 부분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로 생산성을 높여야 성장률을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해답은 알고 있지만 이를 도출하는 풀이과정이 너무 어렵다. 창조경제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난제다.

셋째, 과도한 부채로 인해 경제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제도권 밖으로 내몰려 있는 가계에 대한 신용회복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이들이 제도권으로 다시 진입해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소비가 촉진되어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량적 효과보다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구현한다는데 더 가치를 둬야 할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이 이러한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도덕적 해이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전제로 제도권 밖으로 내몰려 있는 가계들에게 일정한 조건하에서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편집부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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