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2-08일자 기사 '[사설]정부의 방송장악 길 터준 방통위 개편안'을 퍼왔습니다.
정부조직 개편안 중 방송통신위원회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개편안은 방송·통신분야의 규제 및 정책 업무를 나눠 방통위와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분산시키는 게 요지다. 방통위는 공중파 방송과 종편, 보도채널의 인허가와 통신사의 규제업무만 남긴 채 모든 기능을 미래부로 넘기도록 돼 있다. 핵심인 방송·통신정책을 미래부가 사실상 장악하는 셈이다. 인수위는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래부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스마트폰과 방송·영화사의 콘텐츠가 먹거리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강조했던 종편의 일자리 창출효과도 결국 사기극으로 판명된 지 오래다. 이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번 방통위 개편안은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무너뜨리는 최악의 개편안이라고 본다.
이번 개편안의 맹점은 권한 집중에 따른 감시기능 약화다. 미래부 장관은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하면서 각종 유료방송과 홈쇼핑사업자 인허가권은 물론 방송광고도 넘겨받는다. 합의제로 운영돼온 현재의 방통위도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홍역을 앓았다. 최시중 위원장이 ‘방통대군’으로 군림하며 밀어붙인 종편 사업자 선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야 추천위원으로 구성된 방통위는 그나마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견제장치는 작동했다. 그러나 청와대 의중이 곧바로 반영되는 독임제 장관이 방송정책의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나 다름없다. 방통위의 민간통제를 강화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이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정부 통제력은 방송장악 음모로 이어질 수 있다. 논란이 된 지상파 재송신 문제만 놓고 봐도 우려는 현실이 될 수 있다. KBS2 TV는 케이블방송 사업자에게 각종 콘텐츠를 공급하는 대가로 연간 350억원을 받고 있다. 장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를 없앨 수 있다. KBS는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내려면 이 돈을 날릴 각오를 해야 한다. 미래부는 한술 더 떠 방송광고도 통째 손아귀에 넣었다. 방송광고를 대행하는 코바코와 민영미디어렙은 그동안 방통위 견제를 받았지만 미래부 장관 직속이 된다. 연간 수천억원의 광고 물량을 장관이 틀어쥔 셈이다. 방송사들은 어떤 형태로든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론단체에서 “군사정부 시절 공보처의 부활 아니냐”며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방통위 개편안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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