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2-08일자 기사 '장관 인사청문회, 3월에 할 건가요'를 퍼왔습니다.
당선인 보이지 않고, 위원장 보일 수 없는 인수위원회
총리를 지명하는 자리에 박근혜 당선인은 나오지 않았다. 총리 낙마 이후에도 인수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용준 위원장 역시 등장하지 않았다.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 입장에서 이미 총리를 한 번 지명했던 마당에 또 다시 새 총리를 지명하러 나오는 것이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 역시 등장하지 못했다. 그는 바로 전의 낙마 당사자이다.

▲ 박근혜 당선인과 김용준 인수위워장ⓒ뉴스1
당선인은 보이지 않고, 위원장은 보일 수 없는
당선인은 보이지 않고, 위원장은 보일 수 없다. 주요인선 1차 발표는 어쩌면 박근혜 정부의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오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념과 진영을 넘어 ‘국민행복시대’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박근혜 인수위의 현재 성적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가의 비전은 공약 말 바꾸기 논란 속에 허우적대고 있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법치’와 ‘안전’에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 3.0을 한다면서도 소통에 있어선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
첫 총리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비슷한 양상이 반복된 것은 그래서 매우 불안한 요소다. 정홍원 총리 지명자는 “제안을 받은 것은 며칠 전”이라고 말했다. 며칠 사이에 얼마나 철저한 검증이 이뤄졌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온갖 것을 다 검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에 비해서는 훨씬 성의있는 자세를 보였지만, 그 역시 적절한 책임 총리감은 못된다.
상명하복의 질서인 검사 생활을 30년 간 한 그는 기본적으로 ‘보필’에 익숙한 인물일 수밖에 없다. 책임총리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통령을 정확하게 보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것은 총리의 대답이라기보다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답에 적합한 답변이었다. 어떤 컨셉으로 장관을 추천할 것이냐는 질문에 생각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미주알 고주알 까놓으라는 것은 심하다”고 말한 정홍원 지명자의 답변을 봤을 때, 각료 추천 역시 굉장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도 그렇다. 시간이 없다. 설 연휴가 끝나고 2차 인선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그 때 각료 명단이 모두 발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못 고른 것인지 안 고른 것인지 1차 인선에 포함될 것으로 보였던 비서실장 역시 발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벌써부터 ‘인선은 더디고, 검증은 두렵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 인사의 한 특징으로 드러나고 있다. 8일자 조간신문들이 총리 지명자의 낌새를 전혀 맡지 못했다는 것은 이정현 정무팀장과 일부 ‘문고리 권력’이 꾸려가는 검증팀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깜깜이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가장 적확한 반증일 것이다.
난항의 정부부처 개편, 악마의 디테일은 아직도 오리무중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부처 개편 협상이 난항이다. 7일 민주통합당은 사실상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협상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인수위와 새누리당이 “당선인의 뜻이다. 양해해 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여야가 애당초 합의한 2월 임시국회 일정대로라면, 정부부처조직개편안은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늦어도 18일에는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 그런데 인수위는 정부부처 이름을 확정한 것 외에 무엇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제 총리 이름이 나왔을 뿐, 부처 인선은 빨라야 12일이다.
이렇다보니 아직 ‘정부 직제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직제표가 없다는 것은 ‘국’과 ‘과’의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단 뜻이고, 부처 간의 업무 조정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단 뜻이다. 관가에서는 누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를 몰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말이 횡행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자신이 과천으로 가는 것인지(방송통신위원회) 아니면 세종시로 가는 것인지(미래과학부)를 알 수 없어, 주판알 튕기는 소리만 들린다고 한다. 인수위가 가동된 지 50여일 지났지만 아직도 정책 실행의 세부적 프로세스에 대해선 거의 하달이 이뤄지지 않고 있단 얘기다. 민주당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말로 묘사하고 있다. 부처 이름만 발표된 개편안으로는 뭣도 알 수 없단 말이다.

▲ 새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이 ⓒ뉴스1
3월 돼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장관 인사 청문회
이런 상황에서 14일 정부부처조직개편안이 통과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렇게 하자고 말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주장이다. 인수위는 야당에 20일은 되어야 정부 직제표를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야당이 통 크게 협조를 하려고 해도 최소 20일은 지나야 판단할 근거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대통령 취임식이 오는 25일이다.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는 26일 하기로 했다. 인사청문회법이 보장한 검증 기간은 20일이다. 정홍원 후보는 최소한 이 기간도 지키지 못하는 일정으로 발표됐고, 다른 부처 장관들은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기식 의원 같은 이는 트위터를 통해 “장관 인사청문회는 3월에나 있을 듯하다”며 정부직제표를 20일에나 제출하겠다면서 법은 14일 통과시켜 달라는 인수위와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벌써부터 회의감이 든다. 후보자 시절 무서울 정도의 ‘권력의지’를 보였던 박근혜 당선인은 정작 권력을 어떻게 운용해야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인수위 50여일 동안 국민들이 알게 된 박 당선인의 국정철학은 인선에 있어 법조인을 선호한다는 것과 한 번 맺은 인연을 몹시 중시한단 것 그리고 인사검증을 ‘신상털기’라고 생각한단 것 밖에 없다. 정부부처 개편에 대해 박 당선인은 단 한 번도 직접 설명을 하지 않았고, 등장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애초의 안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는 ‘독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체성을 담보해내는 능력, 일을 처리하는 실력 역시 신통치 않아 보인다.
이쯤되다보니 언론은 오늘도 박근혜 당선인이 왜 정홍원 후보를 총리로 지명했고,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는 그냥 나름대로 추측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제 막 총리 이름이 나온 상황에서 정부부처 개편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선 또 그저 맥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고 말이다. 이래저래 형편 없는 인수위, 야속한 당선인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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