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13-01-11일자 기사 '민주당,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를 퍼왔습니다.
18대 대선은 한 시대의 종언 – 거대한 정계 개편 가능할 수도…
어제 세계일보는 선거 막바지에 문재인 후보가 당 내외로부터 많은 요구를 받았으나, 하나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본인의 의원직 사퇴, 친노그룹 임명직 불참선언, 고참 민주당 의원 은퇴선언 등에 대한 요청이 많았는데, 단 하나도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 법륜 스님까지 나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등도 요구했으나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어떤 결정권도 갖고 있지 않은 듯했다."라고 전했다.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한 윤여준 전 장관은 어떤 인터뷰에서 "캠프에 들어간 후 당 사정을 아는 이한테 '누가 선거를 총괄하느냐?'라고 물었더니 '잘 모른다.'더라는 대답에. '대선을 총괄 없이 치르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물어도 '없다.'라는 대답만 들었다면서 "결국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얘기인데 납득이 안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캠프 관계자 얘기를 종합하면 문재인 캠프는 '수평적 리더십'이란 명분으로 선임한 10인 공동선대위원장 간 업무가 구분되지 않아 누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무슨 책임을 져야 할지 분명치 않았다고 한다.
이런 평가에는 신경민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선에 끝까지 공식적인 선장이 없었다. 물론 선대위원장, 선대본부장 다 있었으나 중요한 결정을 가지고 선대본부장이나 위원장을 접촉하면 '결정권이 없다.'라는 얘기만 들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나아가 "누군가는 책임이 있다.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 매일매일 있었다. 그걸 이제 알아봐야 하겠는데 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속 의원들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선거 캠프 한 실무자는 "대선인데 '배지'들이 뛰지 않는다."라며 "문재인 펀드 달성에 의원들이 발 벗고 뛰어야 하는데, 문희상 의원 2,000명, 신장용 의원 1,500명, 우원식 의원 1,500명 등만 열심일 뿐, 100명 이상 펀드 참여인원을 모집한 의원은 23명밖에 안 되고 선대위원장은 한 명도 없었다."라고 한탄했다.
유세 방식과 행태에 대해서도 여론은 좋지 않다.
문재인 캠프는 서울 광화문에서만 '광화문 대첩'이라며 네 차례 집중 유세를 했다. 마지막 유세는 용산참사 유족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 등을 출연시키며 젊은 층 취향에 맞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치렀다. 핵심 지지층은 열광했지만, 역설적으로 지지층의 외연 확장엔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홍종학 의원이 최근 홈페이지에 "민주당은 당을 경멸하는 공연기획자(탁현민 성공회대 교수)에게 유세 기획을 맡겼다."라고 개탄하면서 공론화됐다.
그는 "(탁 교수는) 과거 여러 차례 민주당을 경멸하는 발언을 했던 대표적인 민주당 혐오론자"라며 "민주당 의원이 당 후보를 위해 (광화문 유세) 무대에 올려달라고 부탁한 것이 (그의) 조롱거리가 됐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중 광화문 유세를 도와준 이는 한 명도 없고 무대에 올려달라는 의원만 많았다.'라는 취지의 탁 교수 트위터 글 때문에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자기 얼굴 내밀려고 청탁한 것도 모자라서, 이에 불만을 품은 한심한 인사가 됐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현장에서 유세를 준비하느라고 열성적으로 뛰어다닌 민주당원은 갑자기 민주당원이 아닌 것처럼 행세해야 했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결과적으로 보면 딱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오만한 누군가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소속 의원들마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남의 집 잔치 또는 사돈이 땅 사는 걸 구경하는 기분이랄까?
캠프는 두루두루 좋게 끌고 가려는 컨셉으로 방만하게 꾸렸지만, 이 또한 새누리당에 비하면 명함 장사에서 한참 수준 미달이었다. 결국, 몇몇 사람이 중요한 의사결정 단위를 구성해 후보와 직접 핫라인을 구축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문재인 캠프는 사령탑 없는 선거 캠프가 되었고, 이는 오히려 당내 의사소통의 문제로 불거져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나름대로 가진 역량을 최대한 투여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할 만큼의 대중적 추동력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 진단일 것이다.
아마도 문 후보의 주변에는 전통적 민주당 구조에 대한 불신이 크고, 새로운 흐름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있으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 능력은 모자라는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자발적 동력이 최정점에 이르렀던 2002년 방식의 아류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수준이었고, 결국 이벤트 위주의 선거 전략과 전술로 이번 대선을 치렀다.
선거가 끝난 지 벌써 오래인데 우리 사회가 어떤 담론과 정책으로 대립하고 경쟁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선거였다는 점에서 솔직히 필자의 단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역대 최악의 선거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를 둘러싸고 있던 이들은 누구일까? 누군지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이들은 이번 대선이 자신들이 역사에 이바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
적어도 개인의 영달보다 나라와 겨레의 발전이 그들에게 최대의 가치였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장담할 수 있다. 뭔가 성공할 만하면 염불보다 잿밥에 먼저 신경을 쓰는 옹졸한 이들이 경쟁자를 물리치는 데에 골몰하면서 치른 선거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단정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현실을 보라고..."
지금 민주당은 오도 가도 못한다. 민주당은 이미 정당이 가져야 할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소비자 협동조합도 아마 지금의 민주당보다는 나을 듯싶으니, 누가 있어 조금은 비민주적일지라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민주당 내의 건강한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수 있을까?
따라서 민주당이라는 역사의 산물은 이제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포스트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혼란을 수습하는 길은 어쩌면 민주당부터 자발적 해산을 함으로써 거대한 정계 개편을 이끌어내는 것이 유일한 답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필자의 상상이다.
박정원 편집위원 | pjw@pressbyple.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