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4일 목요일

[사설]새누리당과 이동흡 후보자, 더 미적댈 이유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23일자 사설 '[사설]새누리당과 이동흡 후보자, 더 미적댈 이유 없다'를 퍼왔습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어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이틀간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의 맨얼굴에 새누리당마저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야당과 법조계,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까지 부적격론에 가세한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의총 참석자 중 상당수가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박민식 의원은 “통합의 리더십과 사회갈등 치유능력 등 헌재소장으로서의 위신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고, 인사청문특위 소속 김성태·안효대 의원도 인준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앞서 당 지도부와 중진 사이에서도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 데 써서야 되겠느냐”(황우여 대표), “공금을 사적 용도로 쓰는 것도 부패”(이재오 의원) 등의 비판론이 제기됐다고 한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새누리당이 당론 결정을 유보한 채 의총을 종료한 일이다. ‘이동흡 구하기’의 선봉에 섰던 이한구 원내대표는 “아직 당론을 정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묘사하며 “도살장” “인격살인” 운운하던 데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아직 미련이 남은 어조다. 이 원내대표에게 묻고 싶다. 당론 유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사실상 첫 인사’를 사수하려는 뜻인가, 아니면 경북고 후배를 보호하려는 의도인가.

언급하기도 민망하지만 이 후보자는 요즘 시중에서 ‘흡사마’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모든 걸 ‘흡입하듯’ 챙긴다는 의미라고 한다. 싸늘한 국민 여론은 각종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동아일보, 통합진보당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부적격자라는 응답이 54~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이 후보자 인준을 밀어붙인다면 거센 역풍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박 당선인도 침묵만 할 게 아니라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단견이다. 잘못된 인사를 솔직히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은 체면 깎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 있는 지도자의 자세로 평가받을 일이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도 물건너가지 않았는가. 인사청문특위 구성상 단 한 명의 여당 의원이라도 부적격 판단을 내리면 보고서 채택이 불가능하다. 이미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부적격 의견을 표명한 터이다.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이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해야 표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직권상정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 큰 데다, 표결이 이뤄진다 해도 무기명투표여서 부결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인준을 포기하고 이 후보자는 물러나야 한다. 경기는 끝났다. 이제는 타월을 던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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