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2일 토요일

[기고]“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언제까지 관대할 것인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1-11일자 기사 '[기고]“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언제까지 관대할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용산참사 4주기를 맞아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윤용헌, 이성수.

1월 20일 열사력에 빼곡히 적혀있는 이름들을 본다. 이들의 이름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여전히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혀 있다. 구속된 철거민들의 법원 판결문에서는 다섯 철거민들의 죽음의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묻고 있지 않다. 오직 진압과정에서 사망한 경찰특공대원 한 명의 죽음에 대해서만 묻고 있을 뿐이다. 판결문에서 다섯 철거민들의 이름은, ‘피고인들(구속 철거민들)은 망 이상림, 망 양회성, 망 한대성, 망 윤용헌, 망 이성수와 공동공모하여.... 경찰을 죽였다’는 것으로 호명된다. 여전히 서럽고 서럽게 불리우는 이름들이다.

  
ⓒ양지웅 기자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박근혜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당선자에게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철거민 사면을 촉구하고 있다.

참사를 빚은 용산4구역의 개발은, 참사발생 4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개발이 멈춰진 채로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다. 망루가 불탄 남일당 자리는, 철거민들을 폭력적으로 내쫒던 철거용역 깡패들이 주차장 터로 사용하면서 임시영업을 하고 있다. ‘그렇게 허허벌판으로 방치할 걸, 왜 그리 빨리 내쫓으려 했냐’는, 유가족들의 애통함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해 SJM등 노동현장에서 ‘컨택터스’라는 경비용역이 진압경찰과 유사한 복장, 장비를 소지하고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사회적 비난이 일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용산참사 당시 현장을 누비며 ‘POLICIA’라고 적혀있는 사제 방패를 든 이들이 떠올랐다. 이들은 경찰로 오인되었던 철거용역들이었다. 당시 철거민들의 퇴로를 차단하고, 남일당 건물 3층에서부터 집기들을 불태우며 연기를 위로 올려 보냈던 용역들과, 경찰과 함께 물대포를 쏘던 용역들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의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

무리하고 성급한 진압을 한 경찰과 살인적인 개발을 밀어붙인 건설사, 폭력적인 철거용역은 제대로 처벌받거나 책임지지 않았다. 오직 철거민들만이 모든 책임을 지고 4~5년의 형을 받아 4년째 감옥에 있다. 대통령의 측근과 재벌 총수는 석방되지만, 용산 안건을 ‘독재’적으로 막은 이가 인권위원장에 연임되었지만, 철거민들에 대한 각계의 사면 요구는 거절당했다.

여섯 명이 죽었는데도 처벌받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은 경찰은 같은 해 쌍용차 노동자들을 똑같은 방법으로 폭력진압 했고 국가폭력은 더욱 극심해 졌다. 잘못된 개발의 책임을 면피한 용산4구역 시공사 삼성과 대림은 제주 강정에서 불법적인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며, 곳곳에서 살인을 멈추지 않고 자본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재대로 책임 지워지지 않은 용역깡패들은 자본의 사병으로 노동자와 철거민들을 폭행하며 활개를 치고 있다.

국가와 자본의 계속되는 폭력에 ‘우리의 관용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이승빈 기자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위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용산참가 유가족인 전재숙씨가 용산참사 관련 구속 철거민 사면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용산 투쟁은 2009년 1월 20일에 있었던 단일 사건의 문제를 해결하는 투쟁만이 아니다. 무관용 원칙에 입각한 국가와 자본의 계속되는 폭력에 ‘우리의 관용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용산참사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으면 이러한 폭력은 반복되고 인간의 존엄은 계속해서 짓밟힐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가 무관용으로 폭력기구들을 지켜보고 맞서야 한다.

1월 20일은 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의해 다섯 철거민 열사들이 돌아가신 용산참사 4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번 4주기는 이명박 정권 시대에서 박근혜 정권 시대로 넘어가는 정권이양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힘을 모아내야 할 때이다.

이번 4주기는 다시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를 구성해 구속철거민의 사면과 참사의 진상규명 그리고 또 다른 용산을 막기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추모위원들을 모아나갈 것이다. 그리고 19일(토)에 용산참사 현장과 서울역에서 범국민 추모대회를 통해, 다시금 “여기, 사람이 있다”를 외칠 것이다. 

화마에 휩싸인 이미지로만 기억되는 용산이 아닌, 끈질긴 싸움을 기억하고 연대해온 우리가, 용산을 잊지 않은 우리가, 책임자들을 다시 소환해 내자. 용산4주기, 국가폭력과 자본의 폭력에 맞선 우리의 힘을 모아내자!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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