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1-09일자 기사 '50대 이상을 설득할 미디어가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대선 이후 독립언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50대 이상을 설득할 미디어가 있어야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취지다. 이들의 노력은 꽃을 피울 수 있을까.
2012년 12월26일 오후 4시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약 보름 전 시즌2를 마치고 새롭게 시즌3을 준비 중인 (뉴스타파) 제작진 일부가 모여 있었다. KBS 최경영 기자가 (뉴스타파) 사무실을 찾아온 미디어 전문지 기자와 얘기 중이었고, 바로 옆 테이블에서는 KBS 박중석 기자가 기술담당 정대웅씨, 편집담당 최윤원씨와 함께 시즌3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에 대해 토의하고 있었다.
약 30분 후, MBC 전 노조위원장 이근행 PD가 (뉴스타파) 사무실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으며 “머리가 아파, 심각해”라고 말했다. 이 PD는 두 가지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하나는, 대선 이후 높아진 (뉴스타파) 시즌3 기대치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다른 하나는, MBC 김재철 사장이 이 PD를 ‘돌발적’으로 ‘특별 채용’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자신에게 쏠린 관심에 대한 부담감이다.

ⓒ시사IN 조남진 지난 12월26일 저녁 [국민TV방송](가칭) 설립을 추진 중인 이들이 모여 방송사 설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근행 PD는 물론 복직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의에 맞는, 명예로운 복직이어야 한다. MB 정부의 언론 장악 아래서 발생한 언론인 450여 명의 해고·징계 문제가 풀릴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홀로 직장에 복귀하기는 어렵다. “(뉴스타파) 회의를 하는 중에 인사부장에게 전화가 왔어요. 임원회의 결정에 따라 1월1일자로 특별 채용됐다고…. 대선 후 갑자기 김재철 사장이 시혜를 베푸는 듯한데, 사실상 머리 숙이고 들어오라는 거 아닌가요.”
이에 대해 MBC 홍보국은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12월24일 인사위에서 콘텐츠 역량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화합 차원에서 이 전 PD를 특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1990년대에는 노조위원장도 특별 채용으로 복직된 사례가 있다. 복직이 돼도 해고 사유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특별 채용)이다”라고 밝혔다.
(뉴스타파) 제작진 KBS 최경영 기자, KBS 박중석 기자, MBC 전 노조위원장 이근행 PD. 사람들은 여전히 이들의 이름 앞에 KBS와 MBC라는 방송사명을 넣어 부른다. 시즌1까지 참여했던 노종면씨에게도 ‘(뉴스타파) 전 앵커’보다 ‘YTN 해직기자’란 수식어가 더 자주 붙는다. (뉴스타파)가 ‘언론노조와 해직 언론인들이 만드는 대안언론’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호칭에는 KBS에서 6개월 정직 징계를 받은 최경영 기자, MBC 첫 해고자 이근행 PD 등이 원래 일터로 돌아가길 바라는 시민들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대안언론이면서 독립언론이기도 하다. (뉴스타파)도 스스로를 독립언론으로 규정한다. 2012년 7월26일 (뉴스타파) 시즌2 토론회 당시 는 스스로를 “2012년 1월27일 인터넷상에서 첫 방송된 (뉴스타파)는 … 독립언론 프로젝트다”라고 밝혔다. 또 주요 보도 이슈로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투표소 변경 의혹 △4대강 세굴 및 누수 현장 △민자 지하철 9호선 △삼성반도체 직업병 △콜트콜텍 해고 등을 꼽았다. 모두 지난 5년간 거대 보수 언론인 조·중·동과 공중파 메인 뉴스에서 접할 수 없던 이슈였다.
다음 정권에서는 이런 이슈들을 지상파 3사 뉴스에서도 볼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야권 패배라는 18대 대선 결과에 실망한 이들에게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들은 팟캐스트 대안언론의 원조인 (나는 꼼수다)를 비롯해 MBC 이상호 기자의 (go발뉴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가 진행하는 오마이뉴스 (이슈 털어주는 남자) 등이 2012년 한 해 맹활약을 펼쳤음에도 야권이 패배한 이유가 뭔지를 찾아 나섰다.
(뉴스타파) 후원 회원 대폭 늘어나
트위터 등 SNS에서 ‘문제는 편향된 방송이다’란 결론이 도출되고 나름의 대안이 나오기까지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대안언론’의 존재에 위안받는 데만 그칠 것이 아니라 메이저급 ‘독립언론’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지난 12월24일 ‘대선에서 야권이 패배한 것은 이명박의 방송 장악 결과다. 50대 이상을 설득할 미디어가 없는데 어떻게 이기나’라는 의견을 올렸다.
이 위기감은 기존 독립언론사 후원과 신규 독립언론사 설립 움직임을 불러일으키는 촉매가 됐다. 대선 직후 급증하기 시작한 ‘뉴스타파 후원 회원’은 일주일 사이에 2만명 가까이 늘었고, 에도 평소보다 많은 구독신청 전화가 쏟아졌다. MBC 시사교양 PD와 KBS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주축인 (뉴스타파) 팀은 에서 해직된 황일송 기자, 지상파 방송 출신인 아나운서 등이 가세해 오는 3월부터 주 1회에서 주 2회로 방송 시간을 늘려 시즌3을 시작할 예정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국민방송 설립을 바라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왼쪽). 대안언론인 [뉴스타파](오른쪽)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다.
대선 다음 날에는 포털 다음 아고라에 ‘공정한 보도를 들을 수 있도록 방송사 설립을 청원합니다’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12월20일 시민 임 아무개씨(37)가 ‘진보적 색채의 방송국 또는 기존 매체와 다른 시각의 방송을 원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중립적 성향의 뉴스라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모금에 나선 것이다. 12월28일 오전 11시까지 청원에 서명한 누리꾼은 무려 8700명이 넘었다. 임씨는 (시사IN)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조·중·동의 노무현 정부 흔들기와 ‘시사저널 사태’ 등을 보며 권력화되는 펜의 문제점을 느껴왔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의 활약은 화룡점정이었다”라고 말했다.
대선 직후 시작된 독립언론사 설립 움직임은 신문사나 잡지사가 아닌 방송사 설립에 집중된다는 특징을 보인다. 왜 방송일까. 임씨는 이번 대선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 50대 이상 세대가 유료로 구독해야 하는 활자매체보다 텔레비전 뉴스를 선호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공정한 방송도 리모컨 조작만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발상이었다.
오는 3월1일 첫 방송을 목표로 김용민씨 등이 추진 중인 (국민TV방송)(가칭)도 ‘방송’의 위력에 주목한 사례다. 지난 12월26일 저녁 서울 중구에 있는 식당 ‘달개비’에서 (나는 꼼수다) 출연진 김용민씨, (서프라이즈) 전 대표 서영석씨, (88만원 세대)의 공저자 우석훈씨 등 12명이 모여 방송사 설립을 위한 논의를 했다. 사주나 광고주 눈치를 보지 않고 보도하기 위해 ‘협동조합’ 형식의 방송사를 세워야 한다는 합의는 이루었지만 구체적 실천 방안은 아직 백지상태에 가깝다. (국민TV방송) 개설 움직임을 지지하는 다음 카페 ‘국민주권방송협동조합’의 온라인 회원 수는 12월28일 기준 7500명을 넘겼다. 12월27일 한 누리꾼은 “진보 편파 방송을 기대하지 않는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진실을 보도하는 공정한 방송을 기대한다. 선택은 국민이 할 수 있도록…”이라고 가입 인사를 남겼다.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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