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19일자 기사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거리, 40㎝'를 퍼왔습니다.
[리뷰] 쌍용차 철탑농성 옴니버스다큐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장영희씨는 오늘도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싼다. 메뉴는 호박볶음, 된장찌개, 그리고 생선이다. 요즘 따라 자주 된장찌개를 찾는 남편을 위해 장씨는 오늘도 지지고 볶는다. ‘한상균’ 석자가 적힌 뽀로로 수저통까지 챙겨 남편을 만나러 간다. 그는 하루 세 번 밥을 끌어올리는 줄로 남편의 손을 잡는다. 3년을 감옥에서 보낸 한상균은 출소한지 100일이 조금 넘어 다시 투쟁에 나섰다. 이번엔 고공농성이다.
고공농성 35일차, 남편이 달라졌다. “사랑해요”라는 말을 자주 외치고, 애교도 유난히 늘었다. “내복은 입었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남편은 “응”만 반복한다. 복기성 쌍용차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의 부인 전은숙씨는 “미안할 때만 저래요”라고 말한다. 복기성 부지회장과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이 셋이 선 곳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 위다. 이들의 40㎝ 옆은 낭떠러지다.
하샛별씨 등 영상활동가들은 낭떠러지에 앞에 선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모습을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이 다큐는 지난 10일 유튜브에 공개됐다. 현대차, 유성기업, 쌍용차 노동자들과 함께 촬영했다. 지난해 10월 17일 철탑에 오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같은 달 21일에 굴탑에 오른 유성기업 홍종인 아산지회장, 11월 20일 고공농성을 시작한 쌍용차 해고자들이 주인공이다. (유튜브 링크: [쌍용차 철탑농성 옴니버스다큐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 쌍용차 철탑농성 옴니버스다큐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세 번째 이야기 '쌍차 해고노동자들의 두번째 집, 와락' 중. 유튜브에서 갈무리.
쌍용차 해고자들은 지난해 11월 20일 새벽 맨손으로 철탑을 올랐다. 문기주 지회장은 “맨손과 어둠이 나의 앞날, 동지들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두려웠다”고 회고했다. 다시 돌아가야 할 공장, 2009년 77일 옥쇄파업을 진행했던 그곳이 코앞이다. “쌍용차 앞에서 저희들의 이 싸움을 끝내려 한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최근 복직에 합의한 쌍용차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도 들릴 것이다.
3년 8개월째다. 정치인에게 호소하기도 했고,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텐트도 쳐봤고, 상경투쟁도 진행했다.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은 40일 넘게 곡기를 끊었다. 조합원들은 대선 후보 박근혜의 그림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결된 것은 없었다. 대선 기간 ‘노동’을 외친 정치인들은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금세 말을 바꿨다.
그새 죽은자 2646명은 살길을 찾아 떠났다. 쌍용차 창원공장에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갑호 창원지회장은 “계속 마음이 아프다보니까 그 아픔에서 좀 벗어나고 싶던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틈나는 대로 서울과 평택, 그리고 창원을 오간다. 그는 아프지만 ‘동지’를 택했다.

▲ 쌍용차 철탑농성 옴니버스다큐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두 번째 이야기 '지금 평택으로 갑니다' 중. 유튜브에서 갈무리.
이 다큐는 슬프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울지 않는다. 이들의 표정은 초연하기까지 하다. 2009년 쏟아지는 최루액을 뒤집어쓴 시민들은 많이 울었다. 테이저건, 볼트와 너트를 맞은 노동자들은 울지 않았다. 하루 수십만 원의 벌금을 내며 한 평 남짓 철탑에서 겨울을 지내는 노동자들은 오히려 다른 철탑의 추위를 걱정한다.
연대하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2011년 ‘쌍용차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두 번째 집’ 와락이 생겼다. 와락은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다. 권지영 와락센터 대표는 “투쟁하는 오늘도 따뜻하게 서로 잘 챙기면서 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할을 더 찾아 챙기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공농성자들이 언제 하늘에서 내려올지 모른다. 경찰과 법원에 의해 타의로 내려올 가능성만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농성자를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노동자들을 줄 세워서 민주노조를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쌍용차는 단 한 번도 꿈쩍한 적이 없다. 그래도 이들은 절망 대신 희망으로, 자신들의 투쟁이 승리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있으니까.”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어머니'를 감독한 태준식 감독은 이 영상을 소개하면서 “이토록 부드럽게 흔들리고 따뜻한 로우앵글이 많은 영상은 보질 못했다”고 했다. 카메라가 위를 쳐다봐 멀찍이 그리고 커보여야 한다. 그러나 이 다큐는 ‘사실적’이다. 2013년 겨울의 한복판, 한국의 하늘 풍경이다.

▲ 쌍용차 철탑농성 옴니버스다큐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첫 번째 이야기 '하늘은 노래한다' 중. 유튜브에서 갈무리.
다음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이 시민들과 동지들에게 띄운 편지 전문이다.
높은 곳에 올라 노동자의 외침을-투쟁하는 동지들에게-
며칠 전 꽃샘추위에 어떠하셨는지요? 저는 핫팩을 3개나 붙여도 추워서 혼났습니다. 트윗과 페북으로 문자만 주고받다가 영상편지를 하려니 쑥스럽네요. 오늘로써 우리가 철탑에서 농성한지 23일 되는 날입니다.
하루하루 지나고 날씨가 추워질수록 저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동지들의 건강이 걱정됩니다.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허공에서 땅을 밟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눕지도 못하는 생활하는 동지들.
동지들이 외치는 투쟁의 목소리는 허공의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돌아오고, 정권과 자본은 외면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최소한의 요구들이 법원에서도 인정했는데 현대차 자본은 법원 판결 이행은커녕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징계하고 해고하고 조합비조차도 압류하는 행태를 벌이고 있습니다.
어찌 인간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유성 자본과 창조컨설팅이 합작해 민주노조 파괴하고 어용노조를 만들고 조합원을 협박해서 줄세우기를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2009년 77일 간의 공장점거 옥쇄파업을 벌이고, 지금까지 23명의 노동자와 가족을 떠나보냈지만 쌍용차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절망 대신 희망을 갖습니다. 함께 해주고 아파하는 동지들, 투쟁 승리를 확신하는 동지들이 있기에 동지들의 투쟁은 희망적이고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투쟁의 불씨들이 서로의 철탑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쟁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동지들의 외침에 실천적 투쟁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이제 일어서고 다함께 하나의 외침으로 전진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한 점의 온기도 찾기 힘든 철탑이지만 그래도 사람이 살고 있고 투쟁하는 노동자가 있습니다. 이번에 반드시 잘못된 제도들, 정책들을 깨부수고 민주노조 깃발을 다시 한 번 세워서 노동자들이 살맛나는 일터, 행복한 일터로 만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그 큰 길, 자랑찬 길들을 가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사랑합니다. 동지들, 화이팅!
다음은 각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이다.
첫 번째 이야기 ‘하늘은 노래한다’촬영: 문기주 복기성 하샛별편집: 하샛별
두 번째 이야기 ‘지금 평택으로 갑니다’촬영·편집: 한영희사진: 정택용제작: 연분홍치마
세 번째 이야기 ‘쌍차 해고노동자들의 두 번째 집, 와락’제작: 노동자뉴스제작단연출: 유명희
네 번째 이야기 ‘하늘에서 온 편지’기획·편집: 넝쿨

▲ 쌍용차 철탑농성 옴니버스다큐 '하늘을 향해 빛으로 소리쳐' 네 번째 이야기 '하늘에서 온 편지' 중. 유튜브에서 갈무리.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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