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9일 수요일

대선 3주 지나도,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멘붕’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08일자 기사 '대선 3주 지나도,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멘붕’'을 퍼왔습니다.
비대위원장 경선 가능성 높아져… 계파·세대 갈등에 정체성 논란까지

민주통합당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9일, 민주통합당은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임키로 했지만 각 계파·집단별로 입장이 달라 누가 될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현재까지 당 외 인사는 배제되는 분위기고 당 내에서 박영선, 박병석, 이낙연, 원해영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등 여러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이는 합의추대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상 정대철 고문-박영선 의원으로 중의가 모아졌다지만 박영선 의원을 지지하는 측이 ‘경선 불사’ 입장이어서 사실상 경선 외에 방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경선도 가능하다”며 경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설령 9일까지 합의추대를 이끌어 내더라도 이미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계파 간 힘겨루기 양상이 나타난 만큼 비대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민주통합당 중진·원로 그룹은 비노·중도 성향의 ‘관리형 비대위원장 합의추대’로 의견을 모았다. 7일 박기춘 원내대표와 전직 원내대표단 간담회에서 이들은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합의 추대해야 하며 여의치 않으면 박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추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기서 ‘대선패배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인사’를 기준으로 삼아 친노·주류 측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초선 의원들과의'미니의총'을 열고 비대위원장 선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전직 의원단 중심의 당 원로·고문 급 의원들은 정대철 상임고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부영 상임고문 등 '민주헌정포럼' 소속 전직 의원 20여명은 “민주당 내 주류와 비주류 간 논쟁 끝내야 한다”며 “정 고문이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4~60세대가 민주당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노·주류 소장파 의원들은 박영선 의원 추천으로 가닥을 모았다. 전당대회도 5월 경 치러야 한다는 입장으로 3월 말~4월 초라는 전직 원내대표단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인영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제는 어떤 인물을 내세웠을 때 당이 변했다, 혁신하겠다 이런 최선의 의지가 메시지로 전달될 것인가”라며 “박영선 의원이 최선의 카드”라고 말했다. 박 의원도 “소임을 감당해야 한다면 피하지 않겠다”며 비대위원장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민주당의 혁신’과 크게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정대철 고문은 지난 2004년 ‘굿모닝시티 4억원 수뢰’혐의로 구속된 뒤 2005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선고 받았다. 그나마 형기의 1/3도 채우지 않고 사면복권 돼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박영선 의원 역시 개혁적 이미지이나 문재인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는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적어도 대선 패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인영 의원은 이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아무런 책임이 없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분 말고는 없다”며 “박영선 의원은 최선을 다 했고 도의적 책임을 질 순 있겠지만 정치적 과오를 범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현재 민주통합당이 주류·비주류 간 계파갈등은 물론 세대 간 갈등에도 휩싸여있어 민주통합당의 회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분당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해 예산 처리 과정에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둘러싸고 당 내 갈등이 터져 나왔고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움직임도 이어지면서 친노세력이 단결력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당 정체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중도개혁으로 우클릭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종찬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좌클릭을 중지하고 중도에 있는 분도 같이 갈 수 있는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신학용 의원은 “중도층을 잡지 않고는 정권을 잡을 수 없음에도 너무 좌쪽으로 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부영 고문도 정대철 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면서 “지나치게 좌클릭 해온 정당을 중도로 가져가기 위해 정 고문을 추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계 출신인 김기식 의원은 3일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간 것이 대선패배의 원인이니 중도화, 더 나아가서 합리적 보수로 가야 된다는 목소리가 분명 있으나 이는 원인진단도 잘못됐을 뿐 아니라 당의 정체성 노선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조차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어서 당의 노선을 쫓아왔다. 그런데 우리가 더 진보한 것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는 것은 부적절한 평가”라고 말했다.정청래 의원 역시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당의 중도보수화에 대해)동의하기 어렵다”며 “민주통합당이 그럼 왼쪽에 있었는지도 의문이고, 왼쪽, 오른쪽이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좀 더 아래로 내려가자 라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고 실제로 그 방향이 맞지 않나”라고 지적했다.비대위원장 구성 관련 논란에 정체성 논란도 이어지면서 민주통합당은 대선 3주가 지나도 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고 위태로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 동네북이 되어 마땅하다. 욕먹고 돌팔매에 눈탱이가 밤탱이 되어도 싸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대선 패배했고 정신도 못 차린다. 버림받아 마땅하다. 희망도 없고 싹수가 노랗다”고 비판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당 주류가 일단 한 발 물러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박사는“답이 안나오는 것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지난 대선을 주도했던 쪽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단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태에서 민주당이 새로 태어나기는 어렵다"며 "당 노선이나 정체성 논란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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