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12-31일자 기사 '끝나지 않은 김재철, 끝나지 않은 2012'를 퍼왔습니다.
[2012년 결산 기획⑤ 방송·통신] 통신사와 방통위의 윈윈 정책
편집자주> 다사다난이란 진부한 표현으로 늘 부족한 한 해가 또 저물어간다. 뭔가를 뺏긴 것 같은, 뭔지 모를 억울함과 허탈감의 시간 속에서도 누군가는 올 한해를 정리해야하고, 그 유산들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가 아직 끝나지 않은 2012년을 결산한다. 대중문화, 정치, 출판, 미디어 이슈의 순이다. 들뜰 시간도 없이 훌쩍 이른 연말이지만, 부디 차분히 더듬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지난해 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했다. 종편은 출범당시 미미한 시청률로 사람들의 시선밖에 있었다. 하지만 출범 1년, 종편 4사의 시청률 합계는 MBC의 시청률을 뛰어넘기도 하는 등 매체 영향력을 키웠다. 18대 대선에서 5~60대 투표층 결집의 결정적 원인으로 종편을 꼽기도 한다. 종편이 5~60대 장년층에게 나꼼수의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종편을 비롯한 올해 미디어 이슈를 꼽아봤다.
KBS, MBC, YTN 총파업
정권교체의 실패 때문일까? 올 초를 뜨겁게 달군 방송사 총파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당시 구호도 유효하다. MBC노동조합은 파업으로 2012년을 맞았다. 그리고 파업으로 남겨진 상처를 새기고 ‘김재철 사장 퇴진’이라는 구호로 2013년을 맞는다.
KBS새노조 역시 MBC노조와 연대해, ‘낙하산 김인규 사장 퇴진’이라는 목표로 올 해를 시작했다. 김인규 전 사장은 올해 11월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하지만 후임에 길환영 사장이 취임했다. KBS새노조는 길환영 사장을 ‘MB특보 체제(김인규 사장) 계승자’라며 출근저지로 막아섰지만 길환영 사장은 청경들을 동원해 저지선을 가볍게 뚫고 출근을 했다.

▲ KBS 양대노조의 길환영 사장 출근 저지, 길환영 사장은 청경들을 동원해 큰 어려움 없이 첫출근에 성공한다 ⓒKBS새노조
올해 뜨거웠던 1월은 언론노동자들에게 상처로 남았다. 바로 해임, 징계, 전보발령, 신천교육대 등이 그 것이다. MBC파업을 이끌었던 수많은 기자, PD들은 보도국과 제작현장을 벗어나 외각을 전전해야 했다. 핵심 제작인력이 빠진 MBC 시청률은 최악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최근 MBC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종편 시청률 수준으로 떨어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민영 미디어렙 출범
핵심 제작인력에 대한 해임, 징계, 신천교육대로 MBC가 연일 최악의 시청률을 갱신했지만 MBC의 광고수익은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 MBC가 올해 수백억대의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막장 MBC를 먹여 살린 것은 공영미디어렙이다.
공영미디어렙의 전신인 한국방송광고공사(옛 코바코)는 지난 2월 미디어렙법 제정으로 공영방송만 맡게 됐다. SBS 민영미디어렙은 설립 초기 수십 년 노하우를 지닌 공영미디어렙의 시스템과 영업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MBC는 공영방송으로 공영미디어렙에 남아 민영미디어렙 설립 초기 혼선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린 셈이다.

▲ OBS 민영미디어렙 분할 지정 반대 농성장 ⓒ미디어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력 수준에서 전체 광고시장의 파이는 일정하다고 말한다. 반사이익을 얻는 데가 있으면 손해가 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SBS 미디어렙에 속한 지역·중소방송사다. 지역 민영 방송사는 SBS 네트워크 방송사이기 때문에 광고판매 감소에 큰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 대신 억울한 데가 있다. 바로 중소·종교 방송사이다. SBS미디어렙에 연계 판매되는 중소·종교방송사는 불교방송, 원음방송, 경기방송, OBS 등이 있었다.
올해 9월까지 OBS, 종교방송사들은 공영미디어렙이 자신들의 광고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OBS는 서울·수도권 등 방송권역이 겹치는 SBS가 소유한 민영미디어렙에 광고판매를 맡기는 것은 경쟁사에게 목줄을 쥐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불교, 원음 방송사는 종교방송의 특성상 공익적 목적을 수행하기 때문에 공영미디어렙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올해 9월 OBS 방송광고를 민영미디어렙이 전담하고 SBS에서 결합 판매하던 불교방송, 원음방송, 경기방송을 공영미디어렙이 맡는 내용의 고시안을 의결해 논란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OBS의 주장 처럼 SBS가 경쟁사 OBS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모순된 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새판 짜는 통신사들
대선을 앞둔 2달 앞둔 지난 9월 11일, ‘ICT대연합’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외연만 놓고 보면 ICT 관련 전문가집단, 학회, 포럼, 사업자 단체 등을 망라한 거대 단체이다. 이들은 ICT 통합 거버넌스, 옛 정보통신부 보다 더 큰 ICT 컨트롤 타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앞둔 선거용 조직인 셈이다.
출범식 당시 단상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통신사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이석채 KT회장이 사업자 단체를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ICT대연합에는 박근혜 당선인의 IT정책을 보좌했던 이병기 전 방통위원, 김대호 인하대 교수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ICT대연합 출범식 11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ICT 대연합 출범식'에서 이석채 KT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ICT 대연합은 한국방송학회와 한국통신학회 등 15개 학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등 11개 협회, 방송통신미래포럼 등 7개 포럼이 참여하는 조직이다. 앞줄 오른쪽부터 노준형 전 정통부 장관,안병엽 전 정통부 장관,이석채 KT회장,윤동윤 전 체신부 장관,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 2012.9.11/뉴스1
ICT대연합은 박근혜 후보를 불러 ICT 콘트롤 타워 필요성에 대한 강연을 듣고 지지를 약속했고 박근혜 후보는 ICT공약으로 화답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인이 된 현재 방송계, 문화예술계 등은 ICT 콘트롤 타워 위상을 절감하고 있다.
ICT대연합이 주장하고 박근혜 후보가 공약으로 받은 ICT콘트롤 타워는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등 ICT와 관련한 부처를 망라해 초거대 정부부처 출연을 예고하고 있다.
기구개편 논의가 아직 구체적이지 않아 현재로서는 막연한 추측이지만 거대 통신재벌을 중심으로 한 통신계의 힘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 방송계,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던 기금들도 함께 통합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렇게 됐을 경우 지원 범위·영역의 축소와 전문성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줄어드는 방송? 700MHz대 주파수는 통신에게
지난해 방통위는 ‘광개토플랜’을 만들었다. 신규 주파수 대역대를 확보해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방통위는 올해 말 지상파 DTV 전환을 완료하면 700MHz 주파수를 회수하겠다고 한다. 올해 이미 기존 700MHz 주파수를 사용하던 무선 마이크 주파수 대역을 회수해 700MHz 주파수 대역대를 거의 완벽하게 비워냈다.

▲ 방송통신위원회의 "700MHz 이용계획 및 모바일 광개토 플랜 토론회",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통위의 700MHz 통신 분배 계획에 항의해 참석하지 않았다. ⓒ미디어스
아날로그 방송대역으로 사용하던 700MHz 대역 가운데 40MHz는 벌써 통신용으로 공고가 났다. 나머지 700MHz 대역 역시 통신사들에게 경매될 가능성이 크다.
또 방통위는 권역별 방송을 하면서 국지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주파수 대역, 이른바 화이트 스페이스도 슈퍼 와이파이(super wifi)라는 이름으로 통신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통3사는 화이트 스페이스 대역 역시 노리고 있다.
그동안 700MHz대역을 사용하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 대역을 지상파 차세대 방송용, DTV 난시청 해소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방통위는 2008년 DTV 도입과 아날로그 종료 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상파 방송사가 700MHz 주파수 회수에 합의했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에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충분한 주파수를 배분했다는 얘기다.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에 미동도 없는 배경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플랫폼 영향력 축소와 그동안의 난시청 해소 의지 부족 등이 거론되고 있다. 통신사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주파수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방송사들은 난시청 해소용 주파수,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수요에 대한 제기가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자신들이 점유하던 주파수를 모두 빼앗긴 지상파 방송사의 박탈감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장의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려해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주파수가 없고, 난시청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난시청 해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ICT 통합 거버넌스, 초거대 ICT 정부 부처가 생겨나면 방송사의 목소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신사에 대한 채찍과 당근, 방통위-통신사의 윈윈 정책
지난해 최시중 전 위원장의 독단 중 유일하게 통신사들에게 비판을 받는 것은 기본료 1,000원 인하였다. 이후 다른 요금제 출시가 봇물을 이루면서 지금은 이용자의 체감도는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2011년 이통3사, 특히 가입자 수가 많은 SK텔레콤과 KT는 기본요금 1.000원 인하로 연간 400~6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이 줄었다고 한다. 이통사가 주로 기본요금에 기반을 둔 요금제를 수익 기반으로 삼았기 때문에 순이익 감소폭이 더 컸다.

▲ 지난 12월 24일 방통위는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이동통신 3사에 대해 20~24일간 영업정지 처분과 함께 총 118억9,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했다. 당일 서울 한 대형 전자상가를 찾은 시민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최근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는 통신사들이 겉으로는 난색을 표하지만 환영받는 제도다. 100억에 달하는 과징금, 20여일의 영업정지를 이통3사 모두가 받기 때문에 과징금, 영업정지에 대한 피해는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이동통신 경쟁시장은 가입자 한 명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만 원의 마케팅비를 들이는 구조로 단말기 보조금이라는 가장 큰 비용을 방통위가 규제할 경우, 비용 감소의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비용 감소 효과가 과징금, 영업정지 보다 크다는 얘기다.
방통위가 규제만 한 것은 아니라 특혜도 줬다. 바로 실명인증 기관으로 이통3사를 지정했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취약한 개인정보 관리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규제를 받았고 최근 이동통신 단말기 개통 시 주민등록증 요구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통3사를 실명인증 기관으로 지정해 이 같은 비판에서 벗어나게 했다.
방통대군, 독재자의 말로 최시중 전 위원장

▲ 지난 4월 30일 최시중 전 위원장 구속 당시 모습. ⓒ뉴스1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올해 1월 27일 자진 사퇴한지 3달만인 4월 30일 구속됐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된 혐의다. 최시중 위원장은 구속된 지 한 달 만인 5월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도 모르게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필귀정’이라며 최시중 전 위원장의 형집행정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최시중 전 위원장이 받은 8억 원 중 6억 원에 대한 관련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 추징금 6억 원을 선고했다.
대통령 멘토를 자처하며 전횡을 일삼던 최시중 전 위원장이 비리혐의로 퇴임하면서 ‘방송통신 위원장 독재’는 줄어든 듯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 추천 1인,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으로 여야의 비율이 3:2인 상황에서 이들 3인의 독재는 여전하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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