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8일 월요일

성범죄 재범 막자는 ‘DNA 채취’, 강력범·시위자 단속에 더 적용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08일자 기사 '성범죄 재범 막자는 ‘DNA 채취’, 강력범·시위자 단속에 더 적용'을 퍼왔습니다.

ㆍDNA 채취 대상 중 성범죄자 4%도 못 미쳐… 검·경 수사편의 수단으로

아동·여성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법으로 허용된 유전자정보(DNA) 채취가 주로 경찰의 강·절도범 검거에 이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DNA 채취 대상 중 성범죄자는 4%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강력사범은 28%에 달했다. DNA법이 사실상 경찰의 수사편의에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DNA법은 지난 2008년 경기 안산시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8세 여자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필요성이 거론됐다. 이후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2010년 7월 시행됐다.

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경찰의 구속피의자 DNA 채취 현황’ 자료를 보면 DNA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8월까지 채취된 구속피의자 DNA 자료 2만3818건 가운데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는 전체 채집인원의 3.9%(946명)에 불과했다.

DNA 정보 채집대상 가운데 성폭력과 관련된 강간·추행(1619명) 및 성폭력특별법 위반(2917명),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946명) 구속피의자 수를 모두 합해도 전체 채집대상의 23%에 그쳤다.

그러나 폭력(3278명)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3475명) 혐의로 DNA 채취 대상에 오른 구속피의자는 전체의 28.4%인 6753명에 달했다. 여기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용산참사 당시 철거민의 DNA 정보도 포함돼 있다. 

경찰과 검찰은 지난해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용산 철거민 15명의 DNA를 채집해 논란이 됐다. 성범죄를 비롯한 강력범죄를 막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 당초 취지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시민단체는 지난해 6월 검찰이 쌍용차 노동자와 용산 철거민의 DNA를 채취한 행위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변 측은 “DNA법은 애초에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제안됐지만 실제 집회 시위자들을 단속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DNA 채집 대상자 중에는 단순절도가 4111명으로 전체의 17.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강도 2994명(12.6%), 마약 2221명(9.3%), 살인 1717명(7.2%), 방화 478명(2%), 약취·유인 62명(0.3%) 순이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DNA법은 도입 초기부터 성범죄자의 범죄억제 효과보다는 검경의 수사편의에 악용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당국이 편의를 위해 범죄자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구속된 피의자에 한해 본인 동의를 받아 면봉으로 구강점막의 세포를 떼내 DNA 정보를 채취한다. 구속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DNA 감식시료 채취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채취할 수 있다. 경찰이 채취한 DNA 정보는 숫자와 부호로 조합된 신원확인정보로 바꿔 행정안전부 산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영구보관된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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