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10-07일자 사설 '[사설]담합비리 놔두고 공익제보자 색출에 혈안인가'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자료를 야당에 제보한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공무원을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말 공정위의 수사 의뢰에 따라 현재 객관적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 낭비와 공정거래질서 파괴 의혹을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를 색출해달라고 검찰 수사를 의뢰한 공정위의 적반하장식 태도와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의 편파적 처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은 드러난 것만도 부당이득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공정위는 2009년 10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폭로 이후 2년7개월이나 시간을 끌다가 지난 6월에야 솜방망이 제재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담합 행위에 참여한 19개 건설사 중 8개 업체에 과징금 1115억여원을 부과했을 뿐 고발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지난달 민주당 김기식 의원의 폭로로 드러났다. 입찰 담합 조사와 관련한 안건 처리 시기를 청와대와 협의한 정황이 담긴 공정위 내부 문건에 의해서였다.
백번 석고대죄하고 지금이라도 담합 업체를 고발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위가 해야 할 일이다. 마치 범죄집단이 배신자를 응징하듯이 내부 제보자 색출에만 혈안인 것은 낯 부끄러운 일일 뿐 아니라 옳지도 않다.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조사 지연 및 은폐’는 막대한 예산 낭비와 불법·비리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이라면 공익제보로 보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야당은 제보자 색출 작업이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 3곳도 지난달 25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을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내부 제보자에 대한 검찰의 발빠른 수사 착수도 문제가 있다. 수사 자체가 공익신고자 보호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문건 유출이 공익제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4대강 담합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뒤에야 판단할 수 있다. 문건 유출보다 4대강 담합사건에 대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4대강복원범대위 등이 공정위 전속고발권에 대한 유일한 통제장치인 고발요청권 행사를 검찰총장에게 요청해놓은 상태다. 공공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4대강 사업 담합사건에 대한 수사 없이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한 내부 제보자부터 색출하는 것은 본말이 바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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