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2-10-02일자 기사 '잘못된 투자, 과연 소비자만의 책임인가'를 퍼왔습니다.
‘부채 인간’은 결국 ‘금융 주도 사회’의 필연적 부산물이다. 최근 키코 사태, 저축은행 사태, CD금리 담합 등 매머드급 금융사건 역시 금융권의 지나치게 강력한 힘이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노골적 약탈로 귀결되어 왔다는 증거다. 최근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소비자협회, 금융노조, 사무금융노련, KIKO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저축은행사태 비상대책위원회, 민주당 김기준 의원실 등은 ‘금융소비자위원회 설치 및 금융감독 개혁’ 입법안을 제출했다.
금융소비자위원회 설치 법안은 문자 그대로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독립된 국가기관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키코 사태의 경우, 중소기업들은 키코라는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실상 강매당해 각각 수십억~수백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후순위채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이자가 높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갔다. 저축은행 경영진들이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 인사들과 결탁한 징후도 뚜렷하다.

ⓒ뉴시스 2011년 11월17일 열린 ‘키코 사태’ 규탄 시위.
그러나 국내 법원에서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는 인정되지 않기 일쑤다. ‘잘못 선택한’ 책임을 소비자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금융기관 측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을 소비자 처지에서 돌파하기 위한 기관이 바로 금융소비자위원회다. 입법안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위원회는 금융기관과 금융감독 당국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금융정책에 대한 개선 및 시정을 권고할 수 있으며, 감독 당국이 피해자에게 내린 부당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출된 ‘금융감독 개혁’ 입법안의 핵심은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고,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금융감독 집행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이다. 이른바 ‘모피아’ 집단의 금융감독에 대한 비공식적인 간섭과 전횡을 차단하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 임직원이 금융기관 감사 및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관행을 차단하는 조항도 명문화했다.
금융기관의 강력한 권력을 사회적으로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드디어 시민사회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재벌 견제가 ‘경제 민주화’로 불린다면, 지금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사회 권력인 금융에 대한 저항은 마땅히 ‘금융 민주화’ 운동으로 명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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