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4일 목요일

롯데, 이번엔 대전에서 특혜 시비?


이글은 시사IN 2012-10-04일자 기사 '롯데, 이번엔 대전에서 특혜 시비?'를 퍼왔습니다.
대전 엑스포 공원에 들어설 롯데복합테마파크가 온갖 특혜 의혹을 받는다. 대전시는 규정에도 어긋나는 싼 값에 땅을 빌려주고 공원 안 놀이시설도 정리해줬다. 롯데는 대형 쇼핑몰도 운영할 예정이다.

‘1만8900명 고용효과, 관광객 연인원 1140만명, 생산유발 효과만 2조6000억원.’ 대전 엑스포 공원의 33만㎡ 부지에 들어설 롯데복합테마파크가 지역경제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효과다. 이 시설의 면적은 서울 롯데월드의 6배에 달한다. 

지난 1월 대전시와 롯데쇼핑·롯데월드는  2015년까지 6000억원을 투입해 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업무조약(MOU)을 체결했다. 7월에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롯데의 장밋빛 청사진이 공개되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뿐 아니라 지역 언론 등에서는 특혜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은 롯데복합테마파크가 들어설 땅에 대한 임대료(지대료)이다. 대전시 안팎에서는 매년 100억원가량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롯데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것이 지나치게 낮은 임대료라고 주장한다. 엑스포 공원은 현재 자연녹지로 분류된다. 수익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연녹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야 한다. 이렇게 용도 변경을 하면 지가가 상승하므로 임대료가 훨씬 높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주변 상업용지와 비교해 임대료 산정을 해보면 매년 250억원은 받아야 하는데, 절반인 100억원 안팎을 받겠다는 건 명백한 특혜다”라고 지적했다. 

ⓒ대전시 제공 7월10일 열린 롯데복합테마파크 조성 사업제안 설명회.

현재 엑스포 공원 운영기관인 대전마케팅공사 자체 규정을 보면, ‘(연 임대료는) 부동산을 대부하는 경우에는 부동산의 부지 면적에 대한 공시지가의 4% 이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주변 상업용지의 경우 지가를 낮춰 잡아도 3.3㎡당 500만원선이다. 롯데가 사용할 부지 전체를 상업용지 지가로 환산하면 5000억원에 달한다. 대전마케팅공사 규정에서 가장 낮은 토지 사용료인 4%만 적용해도 임대료가 연간 20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임대료 100억원은 확정된 게 아니다. 다음 달에 용도 변경을 한 뒤 롯데와 협상을 통해 결정할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임대료 논란뿐 아니라 엑스포 공원 안에 있는 꿈돌이랜드 매입 건을 두고도 ‘롯데 길 터주기’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1993년 대전 엑스포 개최와 함께 개장한 꿈돌이랜드는 놀이시설이다. 애초 운영권을 가진 ‘대덕크리스탈’이 파산하면서 2001년 드림엔터테인먼트가 41억원에 낙찰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드림엔터테인먼트는 적자를 이유로 임대료를 체납하는 등 공사와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이 꿈돌이랜드를 대전마케팅공사가 다시 사들였는데 그 과정이 ‘속도전’이었다. 


지역 상권의 블랙홀 되나

지난 5월24일 오전 11시, 대전마케팅공사는 이사회를 열었다. 50억원가량으로 꿈돌이랜드를 매입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는 꿈돌이랜드의 자산평가액 118억원 중 임대료 체납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그러나 일부 이사들이 인수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으면서 회의는 유보되었다. 그런데도 마케팅공사는 다음 날 오전 7시30분 이사회를 다시 열고 표결을 강행했다. 11명 이사 중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7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승인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이날 오후 5시 다시 이사회를 열어 “자산매입은 이사 3분의 2 찬성이 아니라 과반 찬성 사항이다”라며 매입안을 통과시켰다. 

부자연스러운 승인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대전시는 “과반 승인 규정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직원의 행정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부지 사용권자인 롯데를 대신해 공사가 미리 사주려고 서두르는 것 아니겠느냐. 시민의 세금을 쏟아부었는데도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라고 꼬집었다. 

공사는 인수 다음 날 곧바로 꿈돌이랜드 직원들에게 해직을 통보하고 문을 닫았다. 무리수를 둔 매입이라는 비판이 그치지 않자, 대전시는 꿈돌이랜드 진입로 중 일부가 롯데복합테마파크와 무관한 HD드라마타운 조성 부지와 겹쳐 있어 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철거는 롯데와 상의하겠다는 엇박자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특혜 논란이 그치지 않자, 대전시는 지난 9월4일 전문가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 자리가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유통시설 때문이다. 지난 1월 MOU 체결 당시 테마파크·워터파크 외에 ‘문화수익시설’이 들어선다는 문구를 두고 시민단체와 지역 중소상인들은 긴장했다. 이른바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당초 대전시는 “백화점, 할인마트, 아웃렛 형태의 시설은 절대 입점시키지 않겠다”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대전시청에서 연 롯데 설명회 자리에서 ‘문화수익시설’이 베일을 벗었다. 부지 6만6000㎡에 연면적 10만7366㎡ 2층 규모로 들어서는 문화수익시설은 연면적으로만 따지면 테마파크나 워터파크 시설보다 더 컸다. 그 실체를 두고 질문이 이어졌다. 신원 롯데쇼핑 대표는 “판매와 문화예술이 이뤄지는 새로운 개념의 쇼핑시설”, “신개념 문화공간”이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그러면서도 대전시는 “일종의 부대시설인데 롯데가 투자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반대급부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는 현실론을 펴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대전시가 말을 바꾼 것이라고 비판한다. 대전시 관계자는 “테마파크에 들어설 롯데 쇼핑몰은 명품 쇼핑몰로 파는 물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지역 상권에 끼칠 피해는 적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설상가상, 신세계도 2015년까지 대전시 관저동에 대형 아웃렛 매장을 열 계획이다. 아웃렛 규모만 따지면 경기도 여주 아웃렛보다 3배 이상 크다. 이로 인해 두 공룡 매장이 지역 상권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여러 논란을 잠재울 복안으로 대전시는 롯데에 별도 법인을 대전에 설립하거나 본사 중 한 곳을 옮겨오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롯데가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별도 법인 설립이나 본사 이전을 협의하겠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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