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이명박 주연, 정동영 조연, 허경영 카메오


이글은 시사IN 2012-10-26일자 기사 '이명박 주연, 정동영 조연, 허경영 카메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연과 조연으로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두 편이 개봉된다. 은 이 대통령의 과거를 비추며 헛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맥코리아)는 맥쿼리의 민자 사업을 고발한다.

주연과 조연의 차이, 확실히 분량에 있었다. 주인공은 러닝타임 내내 화면에 등장하지만 조연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한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과)의 말대로 선거를 일종의 오디션으로 해석하자면 지난 대선, 17대 ‘대국민 오디션’의 주인공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그가 모처럼 ‘스크린 나들이’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10월18일 개봉하는 영화 (MB의 추억)과 (맥코리아)에서 각각 주연과 조연으로 등장한다.


[MB의 추억]의 한 장면. 김재환 감독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그를 영상에 담았다.

이명박 주연, 정동영 조연, 허경영 카메오

(MB의 추억)의 러닝타임은 65분이다. 장편영화치고는 짧은 분량이지만 김재환 감독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얼굴을 계속 보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감독의 배려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정동영·이회창이 조연, 김제동이 특별출연, 허경영이 카메오로 나온다. ‘MB의 관점에서 유권자를 바라보는’ (MB의 추억)은 ‘우리(유권자)의 추억’이기도 하다. 임기 5년차, 화면 속의 그는 벌써 ‘추억의 인사’가 되어 있었다. 

지상파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허울을 폭로했던 영화 (트루맛쇼)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을 만든 김 감독은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일 때 그에 대한 영화를 상영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다음 선거도 달라질 바 없다고 여긴 것. 그래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그를 영상에 담았다. 지금보다 5년 젊은 이 대통령은 화면에서 연신 웃는다. 그가 연단에서 외치던 말. “서민을 위한다고 했던 정부가 과연 무엇을 했는가?”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아야 하는데, 국민을 마음대로 하는 건 줄 안다.” 2007년의 그가 지금의 그에게 묻는다. 

[MB의 추억]의 포스터.

초반부는 주로 먹는 장면이다. 친서민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시장을 다니며 경제를 살리겠다고 장담하던 시절이다. 호기롭게 ‘국수 한 그릇 더’를 외치는 이 후보 너머, ‘음식 남기는 법이 없는 그의 인생철학’을 촌평하는 유인촌 전 장관도 등장한다. 욕쟁이 할머니가 국밥을 말아주는 장면이 담긴 그의 홍보 영상(‘이명박은 배고픕니다’)에 나오는 할머니가 연기 지도를 받는 장면도 나온다. 

지난 영상을 ‘보여주기’만 했을 뿐인데, 관객석에서 자주 웃음이 나왔다. 처음엔 다큐멘터리를 구상했는데 5년이 지나니 코미디가 되었다고 한다. 그 사이 4대강 사업,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가 있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여름 편집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정도면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4월부터 급격히 레임덕이 진행됐고 그 사이 (나는 꼼수다)(나꼼수) 등 ‘센 풍자’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골치 아픈 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측근의 구속이나 검찰 수사. 영화에 반영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었다. 이 다큐는 지난 4월 전주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이후에도 많이 달라졌다. 

MB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조롱을 더 얹는다고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고 김 감독은 말한다. 그보다 그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 누군가 당신이 한 말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걸 다음 후보에게 경고하는 의미다. 5년 뒤에는 ‘찰스의 추억, 근혜의 추억, 달(moon)의 추억’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주연배우의 무대 인사는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도 요원한 일이다. 유인촌 전 장관에게 내레이션을 부탁하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MB의 추억)은 (트루맛쇼)의 연장선이다. (트루맛쇼)가 왜곡된 맛집 소개 실태를 통해 방송의 이면을 보여줬듯이, 뉴스나 대선 중계를 통해서만 정치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정보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맥코리아]의 한 장면. 맥쿼리가 국가 기간산업을 운영하는 데 따른 복잡한 문제들을 직접적이고 쉽게 보여준다.

주연 맥쿼리, 조연 이명박·이지형

(맥코리아)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에 대한 고발을 담고 있다.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다. 그간 보도를 통해 ‘나온’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새로움이 아니라 관객에게 복잡한 사안을 단선적이고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가령 김형렬 감독은 인천대교·인천공항고속도로·우면산터널·마창대교 등 맥쿼리가 운영하는 전국의 민자 사업 도로를 직접 다니며 요금을 낸다. 몇 개월 단위로 100~300원씩 요금이 인상되는 현장을 다닌다. 고속도로를 사유지라 주장하며 촬영을 제한하는 그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김형렬 감독은 지난 2월 9호선 요금이 50% 인상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맥쿼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평소 9호선으로 출퇴근을 하는 처지라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지하철은 공공시설’이라는 상식이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매년 수천억원의 이자 수익을 내는 자산운용회사 맥쿼리. 그 핵심에 금융투자기업들의 이자놀이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맥코리아]의 포스터.

취재 과정은 거절과 문전박대의 연속이었다. 9호선 계약 당시 서울시의 결재 라인을 만나보기 위해 수십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서울시의회에서 특별조사위를 열어 이들을 소환한 자리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잊을 만하면 화면에 등장한다. 비중 있는 조연인 셈이다. 맥쿼리가 서울시와 체결한 우면산터널 사업권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진행됐다. 이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씨가 한때 맥쿼리 IMM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송경순 전 맥쿼리 감독이사는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고편이 공개되자 맥쿼리 측은 김형렬 감독에게 상영금지 가처분 등 법적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법률 조언을 받으면서도 편집하는 동안 심적 부담을 느꼈다. “이제야 민자사업의 ‘민’자를 알았다”라는 그는 2탄을 준비 중이다. 다음 목표는 이지형씨의 말을 직접 듣는 것. 어찌되든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한다. 

소설가 공지영씨와 공연기획자 탁현민씨가 내레이션을 재능기부했다. 공지영 작가는 “영화를 보며 한 살 된 조카손녀 생각이 났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예상 수입보다 실제 수입이 낮을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보장해주는 제도) 때문에 그 아이가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돈을(세금을) 내야 하느냐”라고 되물었다. 현재 맥쿼리가 운영하는 13개 사업장 중 12곳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규정이 적용된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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