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2-10-12일자 기사 '명절 전후 달라진 민심, 트위터로 추려보니'를 퍼왔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트위터 이용자를 통해 대선 민심을 모았다. TK는 요지부동, PK는 변화의 기운이 확실히 느껴졌다. 노년층은 잘못된 정보에 기인해서 대선 주자를 판단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안철수는 얌체다. 왜? 입술을 봐라. 박근혜는 이번에 찍어줘야 한다. 왜? 불쌍하잖아. 문재인은 안 된다. 왜? 민주당이니까. 야당 후보는 안 된다. 왜? 빨갱이 나라 된다.’ 추석 때 부모님, 일가친척과 정치 얘기를 했던 트위터러가 만난 ‘보수의 벽’이다.
반면 기적을 만났다는 사람도 많았다. ‘모태 새누리당’이던 어르신들이 변화의 기미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PK(부산·경남) 지역으로 귀향한 트위터러가 이런 소식을 많이 전했다. TK(대구·경북) 지역으로 귀향한 트위터러들은 20~40대는 성향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동안 트위터로 ‘트윗 대선 민심’이라는 해시태그를 활용해 트위터러들에게서 추석 민심을 모아봤다. 사흘 동안 1000개 이상의 멘션이 왔다. 일정한 경향성이 있었다. 주로 진보 성향의 트위터러들이 소식을 전했는데, TK 지역에서는 벽을 느꼈고, PK 지역에서는 변화를 느꼈다고 보고했다.
흥미로운 것은 대선 후보에 대한 호감의 이유가 비호감의 핑계가 되곤 한다는 것이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기성 정당에 속하지 않아서 지지한다는 의견과 정당 기반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의견이 비슷했고, 박근혜 후보는 여자도 대통령 한 번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와 여자가 무슨 대통령이냐는 이야기가 함께 나왔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당 기반이 있어서 안 후보보다 낫다는 의견과 후보는 좋은데 당이 싫어서 안 된다는 의견이 반반이었다.

ⓒ뉴시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9월29일 서울시립고덕양로원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물론 트위터로 알아보는 민심은 한계가 많다. 일단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 계층의 성향을 반영할 수 없고 기자의 트위터를 팔로잉하는 이용자들이 주로 응답했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용자들의 이야기가 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멘션 양이 많고 이들이 반대 성향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었기 때문에 얼추 민심의 추이를 가늠해볼 수는 있었다.
트위터를 통해 파악한 추석 민심에서 분명한 것은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토(거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추석 직전에 다운계약서 문제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어 그런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명박 돈이 안철수에게 갔다더라”
트위터에 올라온 안철수 거부 이유는 외모, 특히 입술에 관한 것이었다.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며 우리 공동의 미래를 얘기할 때 반대자들은 그의 입술만 보았다. “추석 민심에 제일 놀랐던 건, 안철수 입술이 싫어서 안 찍겠다는 분이 많다는 것이었다.(@chinablue9)” “시댁 방문하고 두터운 벽을 느꼈다. 안철수 입술이 너무 얌체같이 생겼다며 찍지 말라고 한다.(@Yyoung38)” “나도 안철수 입술 얘기 많이 들었다. 뒤통수 칠 스타일 같다고.(@alotlikeluv_)”
며느리가 미우면 며느리 발뒤꿈치도 밉다고 했다. 안철수에 대한 거부 심리는 그의 선행이 ‘착한 척하는 것’으로 비치게 만들었다. “전셋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어찌 전세 사는 사람 맘을 안다고 하냐. 착한 척하는 거라고들 했다.(@chinablue9)”
그리고 이런 비호감은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으로 발전한다. “경상도 토박이인 어르신들이 ‘그리 돈 많이 모은 거 보면 도둑놈이다. 북한이 안철수 밀어준다더라’ 따위 얘기를 했다.(@heali_)” “안철수연구소가 무료 백신을 제공해서 경쟁 백신 회사들을 죽였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이 있었다.(@Gwanghwamun_Yu)” “박근혜를 지지하는 대구 작은할아버지가 ‘이명박이가 사회 환원한 돈이 어디 들어갔는지 아나? 그기 다 안철수한테 갔다더라’라고 했다.(@pygmalion85)”
안철수 후보에 대해 이렇게 적대적인 노년층은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지극히 온정적이었다. 특히 박 후보가 사과한 박정희의 ‘과거사’에 대한 평가가 남달랐다. “지금 20∼30대가 김대중·노무현이 만든 교과서로 배워서 박정희가 나쁜 사람이라고 안다. 박정희는 대통령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다.(@heali_)” “부모님이 박근혜는 없던 시절에 배고프지 않게 만들어준 박정희의 딸이라며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시더라.(@overthefury)”
박정희에 대한 긍정은 자연스럽게 ‘박정희도 잘했으니 박근혜도 잘할 것이다’로 이어졌다. “외가가 충남인데 외삼촌, 외숙모 모두 박정희를 못 잊어서 박근혜를 지지한다. 안철수는 연구나 하지 왜 나왔냐는 것이다.(@deungchicgoll)” “부산 어르신들 생각은 이랬다. 야권이 집권하면 빨갱이 나라 된다. 정치 경험 없는 놈들은 대통령 하면 안 된다. 박정희 덕분에 밥 벌어 먹고 산다. MB와 박근혜는 상관이 없다.(@onething00)”

ⓒ뉴시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9월23일 서울 망원시장을 방문해 추석 음식에 쓸 채소를 고르고 있다
대체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논리는 감성적인 것이 많았는데 개중에는 제법 탄탄한 것들도 있었다. “어르신들은 아무리 괜찮은 사람도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검게 물든다. 정치판에서만 살아온 박근혜는 이런 생리를 잘 알고 이들을 자신의 뜻에 맞게 끌고 나갈 힘이 있다는 논리를 편다.(@MTB74)”
해운대 골프서클이 문재인 지지?
PK 지역에서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부산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보낸 멘션이다.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요동쳤다. 큰아버지가 박근혜는 절대 안 뽑는다고 한다. 이유는 대통령이 너무 무식하면 김영삼 꼴이 난다고.(@antisaenuri)” “해운대 골프서클 회원들이 문재인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노무현과 DJ는 욕만 했는데 대단한 변화다.(@pulgrim9)” “아빠가 뼛속까지 한나라당이었는데 이번에는 안철수라고. 비정치인이었던 것이 플러스.(@whyonelove)”
PK 지역에서 새누리당 지지자였다가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박근혜나 문재인은 옛 정치권 사람이니 새로운 안철수를 지지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근혜나 안철수는 흠결이 많은 사람이니 무난하고 안정적인 문재인을 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안철수 후보와 달리 외모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PK 지역이 후끈 달아오른 것과 달리 호남에서는 느긋하게 문재인·안철수, 양 후보를 비교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이 왔다. “광주는 저연령층은 문재인이냐 안철수냐를 고민하고, 중년층은 안철수를, 고령층은 민주당 후보(문재인)를 지지하는 양상이다.(@gyogamrain)” “순천 낙안민속마을에서 친구들끼리 논쟁을 했다. 도시에서 명절을 보내러 온 친구들은 문재인을, 시골에 있는 친구들은 안철수를 지지했는데 아침까지 이어졌다.(@kys9160)”
해시태그를 통해 올라온 글을 보면 세대 갈등을 담은 글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 갈등보다 세대 갈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보의 불균형이 문제였다. 특히 노년층의 편견이 잘못된 정보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댁에서 (힐링캠프)를 보는데 어른들이 ‘쟤가 빨갱이잖아~ 김제동이. 김미화도 그렇고. 북한 찬양하고 그래서 조사받았잖아’라고 말하더라.(@yoossem)” “노인정에 어버이연합이 있지 않나 의심될 정도로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노무현은 고졸 깡패고 문재인은 그 쫄따구라고.(@i_am_uma)”
노년층의 경우 후보에 대한 기본 정보나 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약한 경우가 많았다. “경기도 60대 어르신들과 식사 중에 안철수 후보가 의사 출신이라고 하니 놀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300억 기부할 때 1500억 기부했다고 하니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tinypencil)” “새누리당 지지자인 아버지에게 박정희가 일본군 장교였다는 얘기를 해주니 깜짝 놀랐다며 텔레비전에서는 그런 것 안 알려줘서 몰랐다고 한다.(@pusik0park)”

ⓒ뉴시스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9월28일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트위터나 팟캐스트와 같은 뉴미디어도 기존 미디어와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정희 덕에 경제 발전하고 박근혜만 한 여자 대통령감 없다고 하던 엄마가 아이폰을 구입한 후 트위터를 하고, (나는 꼼수다) (나는 꼽사리다) 등을 듣고 변했다.(@iiyoonii)” “기적의 한가위다. (뉴스타파)의 위력 대단하다. 혹시나 해서 산소로 이동 중에 아이폰으로 (뉴스타파)의 박근혜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박근혜는 안 뽑겠다고 한다. 거의 새누리당 당직자 수준이던 친척 어른들이 문·안 단일후보 지지하기로 하고 술판을 벌이고 있다.(@caukwangdae79)”
트위터를 통해 추석 민심을 알아본 결과 전반적으로 야당 지지자들의 선거 관심도가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진보의 ‘장기 집권 플랜’을 짜는 이용자도 있었다. “20대에서 60대까지 우리 집 5명은 의견 통일했다. 차기엔 문재인 대통령+안철수 책임총리, 차차기엔 안철수 대통령, 차차차기에는 박원순 대통령(그 사이 서울시장 연임)으로.(@Sungjin_NA)”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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