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19일자 기사 '‘장물재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려면…'을 퍼왔습니다.
[기고] 정수장학회·한국문화재단·영남학원·육영재단 4대 장물 내려놓아야
아버지가 도적질한 장물을 팔아서 그 딸을 대통령 만들기 위한 선거공작 자금으로 쓰겠다고 한다. 어디 아프리카나 남미쯤의 저개발국가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언필칭 G20 의장국을 지낸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결승의 날이 다가오는데 나도 한몫해야 될 것 아니오”라고 했다지? “정치적 임팩트가 굉장히 큰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던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지는 못할지언정, 한 점 양심은 지니고 살아야하거늘! 원래 장물아비들은 컴컴한 골방을 좋아한다. 누가 엿들을 새라 조심조심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린다. 장물은 빼앗을 때나 처분할 때나 떳떳치 못하기 때문일 터. 박정희 대통령의 장물 중 하나인 정수장학회 지분을 처분하려는 과정 역시 이를 꼭 닮았다. 자신 소유도 아닌 물건을 주인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몰래 팔아버리려는 짓거리가 장물아비의 행태 그대로다.
불법으로 취득한 장물을 불법으로 처분하려는 음모가 들통 났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8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 3인이 밀실에 모였다.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지분(전체 주식의 30%) 및 부산일보사 주식(100%) 매각과 그 활용 방안을 논의 하는 자리였다. 제 분수도 모르는 이들이 위험한 도박판을 벌이려 했던 것이다.

경북 구미 ‘박정희 체육관’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정수대전’에서 테이프 컷팅을 하는 박근혜 후보와 정수문화예술원 신재학 이사장(가운데), 김관용 경북도지사(오른쪽) ⓒ최민희 의원실
공영방송인 MBC의 지분을 팔기 위해서는 국민들과 MBC 구성원들, 그리고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뜻을 물어야 한다. 부산일보사의 지분 정리 역시 부산일보 구성원들과 원 주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리감독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최필립이나 이진숙, 김재철 MBC 사장 등 아무런 권한도 없는 객들이 허무맹랑한 사기극을 벌이려 한 꼴이다. 하긴 장물아비들의 안중에는 법 따위야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겠지만….
죄의 근원은 불의한 장물들이다. 박정희는 18년 철권통치 기간 동안 정수장학회 뿐 아니라 한국문화재단과 영남학원, 육영재단 등 덩어리 큰 장물들을 챙겼다. 이들 4대 장물을 합치면 현재 공시가격 기준으로도 조 단위를 훌쩍 넘어선다고 한다. 지금 박정희 장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은 물론 박근혜다. 이를테면 박근혜는 계열사들을 여럿 거느린 ‘장물재벌 회장’인 셈이다. ‘장물재벌’ 박근혜가 거느린 계열사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알짜배기는 역시 정수장학회다.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경향신문사 부지 2385㎡, 은행예금 200억여 원 등을 소유한 알토란같은 재단이다. 5·16 쿠데타 직후 박정희가 부산기업인 고 김지태로부터 강제로 빼앗은 장물이다. 김지태 유족들이 줄기차게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강탈한 재산임을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박근혜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11억3720만 원을 받았다. 상근도 하지 않으면서 많을 땐 2억 원 이상의 연봉을 챙겼다고 한다.
두 번째로 소개할 장물은 한국문화재단이다. 박근혜는 1980년 7월 이후 지금까지 32년 째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한국문화재단은 1979년 3월 삼양식품 창업자 전중윤 명예회장에 의해 ‘명덕문화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지만, 이듬해인 1980년 7월 전중윤 회장을 포함한 삼양식품 관계자 전원이 물러나고 대신 박근혜 후보를 이사장에 앉혔다. 박근혜가 사실상 재단을 상납 받았다는 게 세간의 해석이다. 이사진들이 하나같이 박근혜의 측근들로 구성된 걸 보면 이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 번째 장물인 영남재단은 1967년 대구대와 청구대를 통합해 만들어졌다. 삼성의 소유였던 대구대는 사카린 밀수사건 무마용으로, 경주 최부자집 소유였던 청구대는 회계비리 및 본관신축공사 붕괴사고 무마용으로 박정희에게 헌납된다. 그 장물을 상속받은 박근혜는 지금도 영남재단의 이사진 7명 중 4명의 임명권을 행사하면서 실질적인 소유주 노릇을 하고 있다.
지저분한 장물을 처분하다보면 반드시 지저분한 싸움이 벌어지게 마련. 서울 한 복판인 광진구 능동에 대지 10만3267㎡(3만여 평), 연건평 1만7176㎡(5200여 평)를 차지하고 있는 육영재단은 ‘30년 장물전쟁’을 촉발시켰다. 그 경영권을 둘러싸고 박근혜와 동생인 박근령, 박지만 등 세 남매와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 등이 뒤엉켜 법정 소송 등 추한 싸움판을 벌여온 것이다. 국민들의 세금과 성금으로 키운 육영재단을 놓고 왜 박정희의 자식들이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지….
박근혜가 챙긴 것이 어디 장물뿐인가. 박근혜는 1979년 10·26 직후 청와대 금고에서 나왔다는 현찰 6억 원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으로부터 받아 챙겼고, 1981년엔 신기수 당시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성북동 집을 공짜로 받았으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삼성동 집을 무슨 돈으로 샀는지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박근혜의 재산은 대부분 아버지의 장물과 그 부하들이 챙겨준 떳떳치 못한 재물들뿐이다.
‘장물재벌’ 박근혜가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다. 새누리 정권 재창출에 혈안이 된 박근혜의 측근과 지지자들은 장물 중 일부를 팔아 선거운동용 공작정치를 벌이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런 사태의 전개만으로도 어이상실이거늘 박근혜의 반응은 더 가관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 걸 가지고 야당이나 저나 법인에 이래라저래라 할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사회에서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제가 관여할 일도 간섭할 일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유체이탈 화법’의 정수다. 이사장을 포함한 다섯 명 이사진 전원이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져 있는 정수장학회가 어떻게 자신과 무관하달 수 있는가. 정수장학회 이사진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두터우면 자신이 직접 간여하지 않아도 이사회에서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을까.
심지어 전과 14범도 대통령이 되는 나라다. ‘장물재벌’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국민은 두 번 속지 않는다. 적어도 다음 대통령만큼은 유체이탈 화법과 거짓말, 꼼수, 말 바꾸기에 능한 인물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직하고, 진솔하고, 선한 인물이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다.
길은 있다. 그 길을 택할 용기와 양심이 부족할 뿐이다. 정녕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면,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아버지의 장물들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라. 마침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박근혜가 새로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단다. 또 다시 꼼수 혹은 임기응변식 처방, 정치공학적 접근 방식을 택한다면 아예 나서지 않는 편이 낫다. 정수장학회 뿐 아니라 한국문화재단과 영남학원, 육영재단 등 4대 장물들을 모두 내려놓아라. 정수장학회처럼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이 아니라 명목과 실질 모두 내놓아야 한다.
마음도, 곳간도, 모두 비우고 국민들 앞에 서라. 그리고는 겸허히 그 심판을 기다리시라.
박상주·언론인|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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