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이데일리 2012-10-03일자 기사 '[기자수첩]'原電 공포' 키우는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을 퍼왔습니다.
지난 2일 오전 8시쯤 신고리 원전 1호기가 제어봉 제어계통 고장으로 멈춰선 데 이어, 2시간 만에 다시 영광 원전 5호기가 주급수펌프 정지로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하루동안 원자력 발전소 2곳이 동시에 멈춘 것이다.
우리나라에 원전이 가동되기 시작한 지난 1978년 이후 하루 사이 2곳 이상의 원전이 한꺼번에 멈춘 건 총 25번이다. 하지만 해양생물 유입 등 같은 원인에 의한 동시 고장(12건)을 제외하고 이번처럼 개별 원인에 의해 2곳 이상의 원전이 동시에 고장난 건 34년 동안 13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극히 이례적인 일인 것이다.
계속해서 원전 사고 소식을 접하는 국민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고, 신경도 예민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잇따라 사고가 터졌는데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가동이 정지된 원전 2곳 모두 안전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수원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가슴을 쓸어내릴 국민이 얼마나 될까.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인식과 못 미더운 처신은 불신을 가중시킬 뿐이다.
올 들어 국내 원전의 사고·고장 발생 건수는 벌써 12번째로 지난해 연간 고장 건수와 같다. 한수원은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대국민 사과문’을 내놨다. 그 때마다 “드릴 말씀이 없다”,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상습화된 ‘사고후 사과’는 한수원을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어놨다. 원전 운영기관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의심하는 눈초리는 그만큼 늘어났다. 더욱이 한수원은 중고부품 납품 비리와 뇌물수수에 이어 일부 직원들의 마약 투여 사실까지 발각되는 등 총체적인 관리 부실로 불신을 자초했다.
동네 발전기 고장나듯 심심찮게 가동을 멈추는 원전, 그런 원전이 문제없다는 ‘안전 불감증’을 이해할 만큼 국민의 아량은 넓지 않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폐해를 지켜본 사람들은 원전이 고장났다는 소식이 들릴때마다 불안을 넘어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자신과 가족은 물론 후손에까지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한수원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문제를 고칠 수 없다면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대수술을 해서라도 안전 불감증을 바로잡아야 한다.
윤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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