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6일 토요일

[사설]도시 하천 물 공급, ‘제2의 4대강 사업’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05일자 사설 '[사설]도시 하천 물 공급, ‘제2의 4대강 사업’인가'를 퍼왔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물이 흐르지 않는 도시 하천(건천)에 4대강의 풍부한 수량을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같은 방안은 2010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1억6000만원을 들여 한 전문업체에 용역을 맡겨 작성된 ‘도시 하천의 건전한 물순환 및 이용에 관한 조사’ 보고서로 드러났다. 용역보고서는 4대강의 각 수계에서 확보된 물을 취수보나 취수탑으로 끌어올린 뒤 관을 통해 도시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한강 물을 끌어와 흘려보내고 있는 서울의 청계천과 비슷한 방식이다. 각 수계에서의 위치와 도시 하천 이용객, 생태 등을 고려해 전국 39개 하천을 우선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한강 수계 5개와 금강 수계 7개, 영산강 수계 7개, 낙동강 수계 20개 등이다. 보고서는 이외에 필요사업 대상 79개, 고려사업 대상 27개의 도시 하천도 정해놓았다.

문제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드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39개 우선사업 대상 하천에 투입되는 공사비만 무려 2조90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 별도로 용수 공급과 취수관 교체 등 도시 하천 유지운영비로 수백억원이 소요된다. 정부가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끝나자마자 보 설치로 확보된 4대강 물을 이용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후속 국책사업으로 벌이려 한다는 의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국토해양부는 수자원공사가 내부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수행한 연구용역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와 미리 협의된 사항이 아니라는 얘기이지만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상급기관과 의논하지도 않고 그런 조사용역을 추진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도시 하천은 그동안 무분별한 도시화 등으로 건천화가 심각한 상태인 만큼 어떻게든 물을 흐르게 해 생태계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시 건천에 물을 공급하는 일이 4대강 사업처럼 밀어붙이기식이나 마구잡이식으로 추진돼서는 안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도시 건천의 물 공급 사업에 따른 부작용 등을 치밀하게 점검한 뒤 차근차근 추진해도 늦지 않다. 4대강 사업에 거액을 투자한 수자원공사로서는 투자비 회수 차원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이런 사업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수자원공사에 매년 수천억원의 이자 보전비를 예산으로 줘야 하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급하지도 않은 사업에 거액을 쏟아부어서는 안된다.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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