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6일 토요일

불산 사고, 잔류오염 측정도 않고 주민 복귀시켜 화 키워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05일자 기사 '불산 사고, 잔류오염 측정도 않고 주민 복귀시켜 화 키워'를 퍼왔습니다.

ㆍ매뉴얼 안 지켜 2차 피해…대책도 오락가락 ‘총체적 부실’

늑장 출동, 매뉴얼을 무시한 초동 대처, 안전대책 없는 방제작업, 성급한 주민 복귀….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의 불산가스 유출 사고 당시 관계당국의 총체적 부실대응이 화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5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부의 부실한 대처를 질타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사고가 일어난 지 1시간17분이나 지난 27일 오후 4시50분에야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사고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늦은 보고 때문에 환경부 상황실은 사고가 발생한 지 4시간이 지난 같은 날 오후 8시에 차려졌다.

현장 대응도 전반적으로 매우 늦었다. 불산이 새나오던 탱크로리의 밸브는 사고 발생 6시간40분이 지나서야 잠갔다. 이 사이 8t의 불산이 유출됐다. 전국에 한 대밖에 없는 특수화학분석차량이 인천에서 현장까지 도착하는 데는 6시간이 걸렸다.

불산 흡입한 환자 폐 사진 2009년 대구의 한 공장에서 불산가스를 흡입한 환자의 폐 사진. 왼쪽부터 입원 첫날, 닷새째, 열흘째의 사진이다. 계명대 의대 서익권 교수는 “폐 가운데 희뿌연 부분은 염증”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 연합뉴스

매뉴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매뉴얼에 따르면 사고 현장 반경 1.5~4㎞ 지역 주민들까지 대피를 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밝혔다. 불산은 바람을 타고 밤사이 7.9㎞까지 퍼질 수 있었지만 주민들에게 위험신호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강한 산성인 불산은 염기성 물질인 소석회로 중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방제작업에는 물이 사용됐다. 물은 불산을 중화하는 대신 토양만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 방제작업을 벌이던 소방관들은 아무런 방호장비도 갖추지 않아 불산 피해를 입었다.

독성물질이 모두 없어졌는지 확인되기도 전에 환경부가 주민을 복귀시켜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매뉴얼에는 인명구조, 제독작업, 잔류오염도 조사를 한 뒤에 주민 복귀 결정을 하도록 돼 있지만 (환경부는) 종료 선언 5시간 반 전에 주민을 복귀시켰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주민들을 복귀시킨 것은 28일 오전 11시였다. 그러나 불산 제거를 위해 소석회가 뿌려진 것은 4시간이 지난 같은 날 오후 1시쯤으로 드러났다.

이날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는 100여명이 참석해 정부에 불만을 쏟아냈다. 김한광씨(53)는 “사고 다음날 과일이나 농작물은 먹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구미시 관계자가 깨끗이 씻어서 먹으면 된다고 했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자 그때서야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고 하는 등 갈팡질팡해 주민 피해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임천리 주민대책위원장인 박종욱씨(53)는 “주민 대부분이 지금도 두통과 따끔거리는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며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이주대책과 앞으로 10년간은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중앙재난합동조사단 한상원 단장(국무총리실 안전환경정책관)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지역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701명이 병원을 찾아 지금까지 이번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1594명으로 늘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환경연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체내에 흡수됐다가 소변으로 배출되는 불산의 반감기는 2~9시간이지만 불산의 농도가 높거나 장시간 노출되었을 경우 뼈에도 축적돼 반감기가 8~20년까지 간다”고 말했다.

이혜인·최슬기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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