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0일 금요일

“자영업 덜 악화”… 현실과 다른 KDI보고서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09일자 기사 '“자영업 덜 악화”… 현실과 다른 KDI보고서'를 퍼왔습니다.

ㆍ“급격한 몰락, 현실화 가능성 낮다” 진단
 ㆍ3년전 자료 바탕 영세사업자 실태 분석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의 자영업자 보고서를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책 연구기관인 KDI의 통계가 최근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분석에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9일 발표한 ‘영세사업자의 실태분석’ 보고서를 통해 “산업 전체의 이윤율이 낮아지는 추세인데 영세사업체의 경영성과는 상대적으로 덜 악화됐다”며 “최근 사회적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영세사업자 문제는 산업 구조조정의 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영세사업자들의 위축은 계속되겠지만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영세사업자들의 급격한 몰락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KDI 보고서는 통계청의 2009년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어서 최근 급증한 자영업자와 과잉경쟁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은 “자영업자가 2010년 이후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전 자료로는 최근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하위 20% 계층이 저축도 잘 못하고 적자도 많다는 게 입증되는데, KDI 보고서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보고서 지적사항이 요즘 영세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영업자는 2009년 705만명에서 지난 6월 현재 718만여명으로 불어났다.

보고서는 또 ‘영세사업체’ 개념을 종사자 수만 고려해 자의적으로 설정했다. 보고서는 “영세사업체는 편의상 명명한 것이며 5인 미만 사업체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KDI 보고서만 보면 일반의원·한의원·약국 등 고소득 전문직 업종과 5인 미만이 근무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영세사업체인 셈이다. 통상 영세자영업자로 분류할 때 종사자와 함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매출액은 고려하지 않았다.

보고서를 보면 2000~2009년 종사자 5~9인 사업체의 경우 영업이익이 9900만원에서 7700만원, 10~99인 사업체는 3억2000만원에서 2억43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5인 미만 영세사업체는 32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이를 근거로 KDI는 영세사업체의 경영성과가 덜 악화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계청은 지난 4월 2010년 경제총조사 자료에서 1~4명 사업체의 영업이익률이 17.7%로 가장 높고, 연 매출액 1억원 미만 사업체의 영업이익률도 33.1%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영세자영업자의 수익성이 가장 높으니 KDI의 분석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KDI가 영세자영업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영세자영업자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자신의 급여가 비용으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자기 월급 까먹기’ 효과다. 예컨대 부부가 치킨집을 운영한다면 이곳은 2인 근무 영세사업장이고, 부부에게는 별도의 월급이 없다. 치킨집의 영업이익에는 부부의 월급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영업체에선 운영자의 월급을 빼고 나면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곳도 많다”고 했다.

영세사업자 실태분석 보고서는 당초 KDI가 지난해 말 180여쪽의 책자 형태로 발간했다. 최근 자영업 문제가 부각되자 과거 자료를 ‘KDI포커스’로 포장해 언론에 ‘재탕 배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슈에 편승하는 데 급급한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