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1일 금요일

[사설] 새누리당, ‘내곡동 특검’ 하지 말자는 것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30일자 기사 '[사설] 새누리당, ‘내곡동 특검’ 하지 말자는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구입 의혹은 우리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다. 현직 대통령이 부정비리 의혹의 피의자 신분이 된 것 자체가 검찰 수사로는 진상규명을 기대할 수 없는 숙명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여야가 어렵사리 도입한 특별검사 법안마저 새누리당의 약속 파기로 물건너갈 상황에 처했다.새누리당의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앞장서 제기하는 주장의 요체는 ‘민주당이 특검 후보의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야당에 특검 후보 추천권을 줘서는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는 마치 고발인이 검사를 마음대로 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법리적·현실적 측면에서 허점투성이다.첫째, 특검의 수사 대상이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수사의 중립성 원칙을 굳이 따진다면 ‘피의자’인 이 대통령이 특검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부터가 난센스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국민적 신뢰를 받기 어렵다. 그나마 야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게 되면 수사의 독립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하는 보완 효과가 있다. 특검의 자격도 정치권에 몸담은 적이 없는 사람으로 국한했고, 특검 후보를 복수로 추천해 대통령이 한 명을 선택하게 했다.둘째, 특검 제도의 삼권분립 위배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위헌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특검을 무산시키기 위한 트집잡기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사실 특별검사가 임명돼도 실제로 수사로 진행하는 사람들은 기존 검찰에서 파견되는 검사와 수사관들이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의 태도를 볼 때 이들이 제대로 수사를 할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셋째, 여야의 정치적 합의를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겉으로는 특검법안의 표류 원인을 권 의원 탓으로 돌리고 있으나 내심 권 의원을 은근히 응원하는 모습이다. 엄청난 폭발성을 안고 있는 내곡동 사건의 특검 수사 결과가 자칫 박근혜 후보의 대선 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지금의 새누리당 분위기에서 지도부가 마음만 먹으면 권 의원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권 의원 등 뒤에 숨어 특검을 피할 궁리를 하지 말고 여야 합의를 지키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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