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1일 금요일

재벌 딸, 영화관서 팝콘 팔아 665% 수익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30일자 기사 '재벌 딸, 영화관서 팝콘 팔아 665% 수익'을 퍼왔습니다.

롯데시네마. 한겨레 자료사진

총수일가 ‘땅짚고 돈벌기
’144명 206개사 13년간 연34.78%
SK 김준일, 개인투자 수익률 1위
CB 헐값배정’ 등 이재용 연83%
롯데시네마는 팝콘 팔아 연665%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시네마는 전국 83곳에 영화관을 두고 있다. 이곳에는 어김없이 팝콘과 음료를 파는 매점이 있다. 덩치는 작지만 짭짤한 수입을 안겨주는 이들 매점은 시네마통상이 운영한다. 이 업체의 대주주는 28.3%의 지분을 가진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다. 롯데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딸이기도 한 그는 시네마통상에 투자해 20대 재벌의 총수 일가 가운데 단일 투자 건으로 가장 높은 연평균 66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 사장은 2005년 시네마통상 설립 이후 1억7300만원을 투자했는데, 배당으로만 23억70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지분 가치도 2010년 기준으로 22억원이 넘는다고 경제개혁연구소가 밝혔다. 이 연구소의 채이배 회계사는 “롯데쇼핑이 직접 매점을 운영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기회를 지배주주 일가가 유용(회사기회 유용)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라고 말했다.경제개혁연구소는 30일 ‘재벌그룹 지분승계 양상과 총수 일가의 부 축적에 관한 보고서’에서 1997년 말부터 2010년 말까지 삼성·현대차 등 20대 재벌 총수 일가 144명의 206개사에 대한 612건의 계열사 지분투자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수익률이 34.7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높은 수익률은 같은 기간 평균 5.42%인 은행 예금 금리의 여섯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재벌가들이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재벌 총수 일가가 이런 높은 수익을 올린 배경엔 시네마통상의 사례처럼 ‘문제성 투자’가 뒷받침된 경우가 적지 않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은 지분 44%를 갖고 있는 에스케이씨앤씨(SKC&C)에 약 2억8000만원을 투자해 연평균 220%를 웃도는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에스케이씨앤씨는 에스케이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빠르게 성장해왔고, 최 회장은 주식의 저가 인수 및 회사기회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재벌 총수 일가 및 2·3세 개인의 여러 계열사에 대한 지분 투자 수익률을 모두 더할 경우, 최 회장의 여동생 전남편인 김준일씨가 422%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의 동생 이재환씨가 연간 224%의 수익을 올렸다. 이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연간 201%로 3위를 기록했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배정’ 등 12건에 이르는 문제성 거래 등을 통해 연간 83%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고 경제개혁연구소는 밝혔다.현대차 일가도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등이 해마다 104~12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의 경우, 현대 계열사의 일감을 독차지하면서 급속히 성장한 글로비스에 약 30억원을 투자해 연간 290%에 이르는 수익률을 얻었다.기업 집단별로 보면, 삼성의 총수 일가가 연평균 86.2%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대림(53.7%), 현대중공업(52.9%), 현대차(52.6%) 등의 차례였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재벌 총수 일가의 높은 수익률은 투자회사가 속한 산업의 고속 성장이나 지배주주의 존재가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도 볼 수 있지만, 회사기회 유용과 지원성 거래, 부당 주식거래 등에 기인한 측면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20개 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투자 대상인 총 206개 회사 가운데 약 38%에서 일감몰아주기나 회사기회 유용 등의 문제성 거래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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