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9일 수요일

'박근혜 빅카드' 안대희는 안철수 겨냥한 노림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9일자 기사 ''박근혜 빅카드' 안대희는 안철수 겨냥한 노림수?'를 퍼왔습니다.
[대선읽기] '안대희 효과', 실체 있나…문제는 '소통'이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법관 출신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을 영입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초반 '차떼기 수사'의 주역으로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을 초토화시켰던 '원흉'을 영입한 것이다.

그렇지만 차떼기 수사 파장으로 새누리당이 박근혜를 선택하게 됐고, '천막 당사'로 상징되는 쇄신이 가능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대법관 퇴임 48일만에 대선 캠프로 직행한 안 위원장의 행보나, 노무현 사람으로 각인된 그의 이미지가 뒤집혔다는 점 등에서 파격적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겠다. 특히전자의 경우 박 후보의 대선 승리를 상정한다면, 사법부 수장급 인사가 '예비 내각'으로 직행하는 것이 될 수 있어 논란의 여지는 많다. 그러나 이것도 과거 이회창 전 대법관이 감사원장과 총리를 거쳐 여당인 신한국당,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 적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 정치사에서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후보 확정 후 봉하마을을 찾은 박근혜 후보의 '결단'의 연장선에서 '노무현의 사람' 영입을 바라볼 수도 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정치 쇄신으로 포장된 '안대희 영입'에 숨겨져 있는 박근혜 후보의 노림수다.

 
▲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 ⓒ뉴시스

안대희-남기춘, 공정 + 재벌개혁 겨냥한 포석?

박근혜 후보는 28일 안대희 위원장과 함께 정치쇄신위원으로 남기춘 전 서울지검장도 영입했다. 남 전 지검장은 지난해 1월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다가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검사복을 벗었다. 그는 '칼잡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재벌가 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해 주목 받은 인사다. 영화 '공공의 적 2'에 등장한 검사의 실제 모델이 남 전 지검장이었다.

정치권력과 재벌권력에 맞섰던 검사로 유명세를 탄 두 사람의 영입은 다분히 현재 대선에서 지지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의 주요 이미지인 '공정성'을 겨냥한 인선이라 할 수 있다. 안 원장이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통해 '공정성'을 보여줬다면, 박근혜 후보는 실제 부당한 권력에 맞섰던 두 명의 검사 영입을 통해 '공정성'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벌 변호사로 변신한 재벌 수사 검사

하지만 두 검사의 행보를 자세히 보면 과연 이들이 '대쪽 검사'라 칭송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대희 위원장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대법관 퇴임 후 48일 만에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노무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인사가 박근혜 캠프로 간 것도 전형적으로 '양지만 좇는' 권력지향형 검사의 행보라 할 수 있다.

재벌 수사로 유명한 남기춘 전 지검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6월 결국 김앤장에 '취업'을 해버렸다. 김앤장이 한화 그룹 비자금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 전 지검장은 구설수에 올랐다. 한화 그룹 수사 검사가 한화 그룹 변호 회사에 들어간 셈이다.

남 전 지검장은 최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상득 의원 구속을 야기한 임 회장을 잠시나마 변호했던 그의 이력은 '깨끗한 검사' 이미지를 상쇄시킬 뿐이다. 남 전 지검장 영입의 '정치적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바보야, 문제는 '소통'이야!

또 이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필요도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새누리당에 필요한 것이 과연 '새인물 영입'이었을까.

이른바 '김종인 효과'는 올 초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할 때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재벌 개혁론자이고, 야권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됐던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의 '의지'를 업고 단박에 쇄신의 아이콘이 됐다. 경제민주화라는 상징성도 거머쥐었다. 이후 새누리당은 처절한 '인적 쇄신'작업에 돌입했다. 결과는 총선 승리였다.

결과론적인 분석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 필요한 것이 있었다면 그 답은 '인적 쇄신'이었다. 구세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우수수 떨어져나갈 때, 박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에 비판적이었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 27살의 이준석 비대위원, 역시 27살의 손수조 당시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후보를 영입했다. 그리고 총선이 끝난지 4개월이 지난 지금, 박 후보는 '안대희 영입'이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안대희 효과'가 있을까? 관련해 최근 주목할만한 여론조사가 나왔다. 와 ,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0일부터 나흘 동안 전화면접조사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8.9%가 "안철수 교수의 소통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박근혜 후보의 "소통 능력"이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57.3%)에게조차 뒤진 54.9%에 불과했다.

이어 차기 대통령의 중요한 자질로 응답자의 46.4%는 소통을 잘하는 대통령을 꼽았고, 27.2%는 국정운영이 뛰어난 대통령, 22.9%는 도덕성이 뛰어난 대통령을 꼽았다. 국정 운영 능력에서 박근혜 후보가 1위를 했지만 유권자들은 '소통'을 더욱 중시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선을 앞둔 박근혜 후보의 '환부'가 어디인지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박근혜 후보가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가 '소통 부족', '사당화'라는 점은 지겹게 지적돼 왔다.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했던 '비박' 주자들은 "독재"라는 말까지 동원해 박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지난 7일 한 토론회에서 "당이 두번이나 위기에 빠졌을 때 살려낼 수 있었던 비결은 국민과 통했기 때문"이라며 "국민하고는 통한 것인데 정치권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정치공세라고 본다"고 '소통 부족'에 대한 비판을 일축했다.

지난 26일 박 후보가 서교예술실험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가 건넨 녹음기를 보고 "녹음기가 있으면 진솔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며 돌려주는 모습을 보면 '소통'에 대한 박 후보의 인식이 크게 변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 사당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선 캠프 역시 박 후보의 측근들이 재배치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친위'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외부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의 '홍수' 속에서 박근혜 후보의 선택은 '새인물 영입'이었다. 당의 비리를 캐낸 검사를 영입하고, '노무현 사람'을 영입하는 방식은 '김종인 영입'과 같은 '파격 인사'의 재탕일 뿐이다. 8개월 째 '인물 영입'에만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한번 효과를 본 '이벤트'는 두번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정치권 통설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라는 상징성이라도 있었다. 안대희 위원장은 '소통'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가? 부정적이다.

관련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박근혜 후보가 정공법을 버리고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박근혜 후보가 '소통 부재'라는 자신의 '환부'를 제대로 보지 못했거나, 보고도 덮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이다. 이 소장은 "결국 '정치권의 때가 묻지 않은 외부 인사 영입'은 새누리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는 안철수 원장의 활동 공간을 자꾸 넓혀주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는 냉정하게 봤을 때, 큰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희-남기춘 영입의 진짜 목적은...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전직 고위 법조인 영입을 두고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대선 과정에서 검찰의 움직임은 '변수'가 될 수 있는데, 검찰 내부에 영향력이 강한 두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한 것은 결국 '검찰 길들이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이다. 안대희 위원장은 취임 일성에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었다. 박근혜 후보가 의도한 안대희, 남기춘 영입의 '컨셉'은 그들의 향후 행보가 보여줄 것이다.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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