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1일 금요일

[사설]헌법재판관 9명 중 공안검사 출신이 2명이라니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30일자 사설 '[사설]헌법재판관 9명 중 공안검사 출신이 2명이라니'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이 여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안창호 서울고검장을 추천했다.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지낸 안 고검장은 이른바 ‘공안통’으로 꼽히는 인사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대검 공안부장 출신의 박한철 재판관이 있다. 안 고검장이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통과하면 재판관 아홉 자리 가운데 두 자리를 공안검사들이 채우게 된다. 검사 출신 재판관이 2명 포함되는 것은 2007년 주선회 재판관 퇴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헌재는 헌법의 최종해석권을 가진 기관이다. 국가가 법률이나 공권력 행사를 통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 헌법 위반을 선언함으로써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온라인선거운동 규제 한정위헌 결정 등은 헌재의 권능을 보여준 사례다. 헌법재판관을 인선할 때도 기본권 수호에 대한 신념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 공안검사는 국가공권력의 집행자이다. 직무 성격상 기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다. 검사 개개인의 자질이나 품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터무니없는 색깔론을 제기해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이번에는 헌법재판관의 기본 덕목과 어울리지 않는 공안검사를 추천하는 배짱을 부리고 있다.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검찰 출신 김병화 후보자가 탈락한 데 대한 보상 차원인가.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헌법재판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검찰과의 거래수단으로 삼은 것이 된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도 이번 기회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헌법상 재판관 9인 중 3인은 대통령이,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에서 선출토록 돼 있다. 이는 헌재 구성에 입법·행정·사법부의 의사를 균형있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법정신은 사라지고 정치적 나눠먹기만 남았다. 이제 대법관 임명 과정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임명 시에도 ‘후보자 추천위원회’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시민들이 재판관 인선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헌재에 들어가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헌재에 필요한 이는 파업 노동자를 처벌해본 사람보다 파업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준 적이 있는 사람이다. 헌재마저 기존 권력과 질서를 강화하는 데 복무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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