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목요일

금산분리 강화, 넘어야할 산은 ‘삼성’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9일자 기사 '금산분리 강화, 넘어야할 산은 ‘삼성’'을 퍼왔습니다.


새누리 공청회, 재벌 제2금융 지배규제 강화가 핵심
금융사 의결권 제한-중간금융지주사 도입 추진에
삼성, ‘이재용-에버랜드-생명-전자’ 지배 흔들릴라 
삼성출신 등 전경련 패널, 공청회 불참 반대 분명히

지난 28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하 실천모임)이 주관한 ‘금산분리 공청회’를 보이콧한 주체는 토론자 추천을 의뢰받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아니라 사실상 삼성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애초 패널 구성은 금산분리 찬성 쪽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성진 참여연대 변호사 등 3명과, 반대쪽의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전경련 자매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최병일 원장, 민세진 동국대 교수로 균형이 맞춰져 있었다.전경련은 보이콧 이유로 “국책연구소장은 중립으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교수 출신인 윤 원장은 대표적인 친대기업 성향 인사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윤 원장은 공청회에서도 삼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등에 모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흥미롭게도 함께 불참한 민세진 교수는 삼성 금융경제연구소 출신이다. 그는 2005년 삼성이 공정거래법 11조(재벌 소속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을 때 실무를 맡은 주역이기도 했다. 민 교수는 “공청회 불참 통보를 하기 전에 전경련에서 보이콧 방침을 전달받았지만, 이번 공청회처럼 정치적 성격이 짙은 자리에 나가는 게 적절치 않다는 개인적 판단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전경련이 애초 실천모임의 공청회 참석 요청을 받아들였고, 자신이 추천한 토론자들이 채택됐는데, 패널 구성을 계속 꼬투리잡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실천모임의 금산분리 강화 방안의 핵심은 재벌 소유 제2금융권에 대한 두가지 규제다. 첫째는 일반지주회사에 금융자회사 지배를 허용하되, 그 수와 규모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해 금융-산업 간에 방화벽을 치자는 것이다. 둘째는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재벌에 대해서는 소속 금융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도록 공정거래법 11조를 개정하자는 것이다.이 두가지가 입법화되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삼성그룹이다. 현대차 등 다른 재벌은 금융계열사가 주력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전경련 관계자가 “금산분리 문제는 사실상 삼성 하나의 문제로 봐도 무방하다”고 인정했다.우선 삼성으로서는 지금처럼 이재용-에버랜드-생명-전자로 이어지는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생명과 화재가 갖고 있는 전자와 물산 등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삼성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 회장 일가를 비롯한 그룹 차원의 전자 지분은 현재의 15%에서 8.93%로 줄어든다. 물산 지분도 현재의 13.95%에서 9.16%로 축소된다. 이를 막기 위해 생명과 화재가 갖고 있는 전자 지분을 총수일가나 다른 계열사가 인수하려면 현 주가 기준으로 16조원 가까이 필요하다.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이점과 부담이 교차한다. 이점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으로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 지주회사체제에서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에버랜드가 생명 지분을 가질 수 없다. 반면 삼성생명과 화재가 갖고 있는 전자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가장 유력한 새로운 소유구조는 지주회사인 에버랜드가 한손으로는 삼성생명(중간금융지주회사)을, 다른 한손으로는 삼성전자를 거느리는 구도인데, 지주회사체제의 요건을 맞추기 위해 에버랜드가 삼성전자 지분을 20% 이상 취득하려면 최소 35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삼성에는 득과 실이 교차하지만, 아무래도 부담이 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경련과 보수 언론이 삼성전자가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에 노출된다거나,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김상조 소장은 “실천모임 구상대로 입법이 되면 삼성은 어떻게 하든 생명-전자의 수직적 출자고리를 끊어야 하고, 일정한 비용과 함께 조만간 그룹 구조를 바꿔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공청회를 보이콧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새누리당의 금산분리 강화는 결국 삼성이라는 산을 넘어야 가능한 셈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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