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9일 수요일

여당 수사에 야당 끼워넣기 기계적 균형… ‘정치 검찰’ 비판 자초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8일자 기사 '여당 수사에 야당 끼워넣기 기계적 균형… ‘정치 검찰’ 비판 자초'를 퍼왔습니다.

ㆍ돈봉투 사건·저축은행 수사 이어 공천비리까지

검찰의 최근 정치권 수사행태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새누리당 수사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민주통합당이 ‘덤’으로 얹히는 형태다. 최근 돈 공천 의혹 수사도 마찬가지다.

형평성 논란을 의식한 검찰의 ‘균형 맞추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그러나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 정치검찰의 행태라는 논란도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4·11 총선 때 민주당 비례대표 자리를 얻게 해주겠다며 32억여원을 주고받은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씨 등 4명을 28일 구속했다.


그러나 수사의 타이밍이 절묘하다. 검찰이 양씨 등을 체포한 시점은 부산지검이 지난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위원들에게 3억원의 ‘공천 뒷돈’을 전달하려 한 혐의로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다. 새누리당 돈 공천 의혹의 핵심은 박근혜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현기환 전 의원이다. 새누리당 돈 공천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때 검찰 주변에선 “민주당의 공천 문제도 조만간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여권에 대한 수사의 불똥이 야권으로 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대의원들의 표를 매수한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고승덕 전 의원의 공개 폭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박 전 의장의 비리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이 돌연 민주당의 돈봉투 살포 의혹에 시선을 돌렸다. 검찰은 경기 부천갑의 민주당 예비후보였던 김경협 의원이 봉투를 돌리는 장면을 포착하고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나서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김 의원이 돌린 것은 돈봉투가 아니라 출판기념회 초청장인 것으로 드러났고, 검찰은 이틀 만에 무혐의로 내사 종결하며 망신을 샀다.

지난 7월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구속하면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같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렸다. 

검찰의 수사가 그나마 ‘기계적 균형’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은 새누리당의 돈 공천 의혹을 부산지검 공안부에 배당했다. 반면 민주당의 돈 공천 의혹은 공안부가 아닌, 검찰에서 수사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대검 중수부에 맡겼다.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말 그대로 전방위로 벌어지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비리 합수단은 물론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보해저축은행)와 대검 중수부(돈 공천 의혹)의 수사선상에도 올라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고려조선 수사도 박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검찰에서 특수수사를 잘한다는 조직이 총동원돼 박 원내대표의 혐의를 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대선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과 박근혜 후보는 정치적 동류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정권 실세들의 비리 혐의는 박 후보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다르다.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선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선까지 수사가 결론 없이 이어질 경우 그 자체가 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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