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목요일

[사설] ‘정치 이벤트’에 치우친 박근혜의 ‘국민통합 행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9일자 사설 '[사설] ‘정치 이벤트’에 치우친 박근혜의 ‘국민통합 행보’'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후보 확정 뒤 선보인 이른바 ‘국민통합 행보’는 정치적으로 매우 탁월한 선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 지지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행보에 힘입은 바 크다. 정치적 적대관계였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방문한 것이나, 자신에게 독설을 퍼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 등이 모두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박 후보의 이런 행보가 득표 전략 차원 이상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엊그제 박 후보가 시도했다 무산된 전태일재단 방문 계획은 박 후보 행보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일방통행식 화해 공세’의 부적절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방문 때도 그랬지만 박 후보 쪽은 상대편과 충분히 상의하고 조율하는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발표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상대편으로서는 울며겨자먹기로 방문을 ‘당하는’ 처지가 되며, 만약 거절하면 옹졸한 사람으로 손가락질받게 된다. 박 후보로서는 문전박대를 당하는 게 오히려 유권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정치적으로 유리할지 모르지만 이는 화해를 구하는 기본자세가 아니다.이보다 더욱 아쉬운 점은 현실에서의 실천 노력 없이 이벤트성 행사에만 골몰하고 있는 점이다. 박 후보 쪽은 전태일재단 방문에 대해 “상처받고 어두운 곳에 있는 분들을 어루만지고 포용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상처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해온 게 새누리당과 박 후보다. 당장 쌍용차 해고노동자들만 해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20일 넘게 노숙농성을 하고 있으나 박 후보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희생자 가족 등 소외된 이웃들의 애타는 절규는 외면하면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해와 통합’을 말하는 것은 참으로 공허하다.박 후보가 5·16 쿠데타, 유신헌법,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문제에 여전히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과거 피해자들과의 화해를 말하는 것도 진정성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에 대해 박 후보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는가”라고 말해 이미 ‘지나간 일’임을 강조했다. 유신독재 시절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출범하는 ‘장준하 선생 의문사 범국민진상조사규명위원회’에도 삐딱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태도로 과거와의 화해 주장을 되풀이하니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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