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9일 수요일

[사설] MB·박근혜, 기어이 ‘김재철 체제’ 고집하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8일자 사설 '[사설] MB·박근혜, 기어이 ‘김재철 체제’ 고집하나'를 퍼왔습니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9기 이사장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인 김재우 8기 이사장이 연임됐다. 김 이사장은 문화방송의 공정성 훼손을 방치한 잘못은 차치하고 논문 표절과 공금 유용 의혹 등 도덕적으로 흠결덩어리였다. 그런 탓에 연임이 가능하겠느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보란듯이 그를 방문진 수장으로 다시 앉혔다. 최소한의 상식조차 내팽개친 임기말 ‘측근 인사’ ‘오기 인사’의 극치다. 그 뻔뻔함에 분노보다 허탈감이 앞선다.김 이사장의 연임으로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문화방송의 공정성 회복이 요원해졌다는 사실이다. 그의 연임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문화방송의 김재철 사장 체제를 12월 대선 때까지 끌고 가겠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이기 때문이다. 8기 위원장 시절에 김 사장을 노골적으로 비호했던 그가 이제 와서 새삼스레 김 사장의 책임을 묻고 나설 리는 만무하다. 방문진은 김 이사장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가 결론날 때까지 ‘조건부 연임’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소낙비를 피해가려는 얕은 술수에 불과하다. 김 사장 퇴진을 통해 문화방송을 정상화시킬 마음이 있다면 현시점에서 김 이사장을 연임시킬 이유는 눈곱만큼도 없다.김 이사장 연임을 묵인·방조한 새누리당,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태도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정치권력이 여론을 제 입맛대로 유도·조작하지 않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있는지 가늠하는 주요한 잣대다. 그런 점에서 박 후보가 그동안 문화방송의 공정성 상실을 줄곧 외면해온 것은 그의 민주주의적 소양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의 ‘불공정 문화방송’이 대선 가도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살 소지가 있다. 여권의 일인자나 다름없는 박 후보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김 이사장의 연임을 밀어붙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김재우 이사장과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야 할 이유는 이제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여야는 지난 6월 문화방송 파업사태와 관련해 ‘8월 초 구성되는 방문진 새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합리적 경영판단과 법 상식, 순리에 따라 처리되도록 협조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는 김 사장을 물러나게 한다는 사실상의 약속이다. 아울러 여야는 국회 문방위 차원의 언론청문회 개최에도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하루빨리 이 약속들을 이행해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면모를 지키기 바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