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1일 금요일

현대차 노사, 45년만에 ‘밤샘 노동’ 폐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30일자 기사 '현대차 노사, 45년만에 ‘밤샘 노동’ 폐지'를 퍼왔습니다.

문용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장(맨 왼쪽) 등이 30일 오전 임금협상 교섭장인 울산시 북구 양정동 현대차 본관 아반떼룸을 나서고 있다. 노사는 이날 밤샘 근무를 폐지하고 내년 3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에 합의했다. 울산/뉴시스

완성차업체 중 처음…제조업 전반에 영향 예고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인력충원 없어 갈등 ‘불씨’
현대차 노사 ‘주간 2교대’ 잠정합의

현대자동차 노사가 공장을 가동한 지 45년 만에 ‘밤샘노동’을 없애기로 잠정 합의했다. 노사가 ‘주·야간 맞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로 바꾸는 논의를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다음달 3일 노조 조합원(4만5000여명)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합의안이 가결되면, 현대차는 완성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밤샘노동을 폐지한다. 이는 기아차·한국지엠(GM) 등 다른 완성차 업체와 880여개에 이르는 자동차부품업체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현대차 노사는 30일 울산 북구 양정동 본관에서 본교섭을 열어, 밤샘노동을 없애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내년 3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은 단순히 근무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임금, 노동시간, 일자리, 노동강도, 생산물량 유지 문제 등과 얽혀 있어 자동차산업에서는 일대 ‘혁명’으로 받아들여진다.현재 현대차 노동자들은 주·야간 맞교대로 10시간씩 일을 한다. 야간조는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식사시간 등 1시간 제외) 밤을 꼬박 새운다. 주간연속 2교대가 시행되면 주간 1조 8시간, 2조 9시간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새벽 1시10분까지만 일을 하게 된다.현대차에서 밤샘노동이 없어지면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 동안 지속됐던 밤샘노동은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현대차 생산직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11년 2678시간으로, 우리나라 연간 평균 노동시간(2193시간)보다 무려 485시간이 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1749시간)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전국금속노조 관계자는 “기아차와 한국지엠, 부품회사 노동자들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며 “장시간 야간노동 탓에 근골격계 질환, 만성피로, 수면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암연구소는 2007년 ‘심야노동은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급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현대차의 합의로 현재 교섭중인 기아차에서도 밤샘근무가 폐지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그동안 원청회사의 눈치를 보거나 재정 부담 탓에 밤샘노동을 없애지 못했던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문제는 노조 내부 반발로 최종 합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 총사퇴(2008년)를 불러왔을 정도로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사안이다.이번 잠정합의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물량 유지 문제와 관련해, 노사는 노동강도를 지금보다 30UPH(시간당 생산대수) 올리기로 했다. 현재 현대차 울산·아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는 402가량이다. 그러나 이와 맞물린 노조의 인력충원 요구에 대해서는 “제도 시행 뒤 검증기간을 거쳐 필요 인원 등은 협의로 풀자”고 어정쩡하게 의견을 모아, 앞으로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경영 상황이 열악한 부품업체들이 밤샘노동 폐지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중소업체들의 경우 야간근로를 없애는 등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설비투자와 인력채용이 불가피해 경영위기에 몰릴 수 있다. 원청의 적정한 단가 보장, 정부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울산/신동명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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