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1일 금요일

이명박 정권 '친서민' 구호는 새빨간 거짓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31일자 기사 '이명박 정권 '친서민' 구호는 새빨간 거짓말'을 퍼왔습니다.
[민생복리가 경제민주화다] '최고임금제'로 바뀐 '최저임금제'

임금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전에만 해도 억대연봉은 거의 없었다. IMF 사태가 몰고 온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는 억대연봉이 아니라 억대월급이 수두룩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버는데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도 이보다 훨씬 많이 버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현실에서 법제화된 최저임금마저 제구실을 못 한다.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활급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최저임금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야 하나 오히려 억제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가 현재와 같이 파행적으로 운영된다면 소득양극화는 더욱 벌어지고 이에 따른 복지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되었다.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가 그 이상의 임금을 주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국가는 적정임금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2001년에야 모든 사업장에 최저임금이 적용됐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한다. 시행 초기에는 적용범위를 상시적으로 10명 이상 고용한 제조업체로 제한했으나 이제는 모든 사업과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가 연례행사처럼 인상폭을 둘러싸고 파행을 되풀이한다. 2012년 인상률을 결정하는 2011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용자측은 상투적으로 동결을 주장하며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가서 소액인상을 내놓고 파국으로 몰고 갔다. 2011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4320원인데 2011년에도 또 동결을 주장했다. 반대가 심하자 0.7%, 30원 인상안을 내놓았다가 최종안으로 3.1%, 135원 오른 4455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인 5410원에서 후퇴해 타협안으로 10.6%, 460원 오른 4780원을 내놓았다. 공익측은 조정안으로 2011년보다 6.0~6.9% 오른 4580~4620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사 양측위원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동반사퇴함으로써 파국을 맞고 말았다.

2011년 들어 소비자물가가 1~6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11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3%로 2010년 동기의 2.7%에 비해 크게 뛰었다. 이에 따라 1/4분기 실질임금이 4.1% 감소했다. 임금이 뛰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해 급여소득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 2010년 6월 24일 서울 마포 경영자총협회 건물 앞에서 청년실업네트워크 회원들이 2011년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2010년보다 8원 많은 4118원을 제시한 경영계를 규탄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역시 '부자정권'…이명박 정부, 최저임금인상률 역대 최저

정부통계를 볼 필요가 없다. 생필품 값이 폭등세를 보여 주부들이 장보기가 겁나고 월급쟁이들이 점심 먹으러 가기가 무섭다. 여기에다 전기요금, 대중교통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을 대기한 상태다. 이런 판에 저임지대에서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의 최저임금을 동결하자니, 사용자위원들이 임금을 논의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최저임금법은 생계비, 유사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따져 인상률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생계비는 물가상승률과 연관성이 깊다. 나머지는 업종-지역의 특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수화가 어렵다. 물가상승률이 가장 유효한 지표이다. 그런데 고작 30원이 뭔가? 10원짜리 동전은 통화가치를 상실한 지 오래다.

하루 10시간 일해 봤자 고작 300원을 더 번다. 사흘 일해야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 타면 그만이다. 최종인상안인 3.1%, 135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크게 밑돌았다. 어떤 임금인상협상도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 이외에 달리 해석이 어려웠다.

최저임금액 이상의 지급의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문제는 사법처리된 사례가 거의 없어 이 규정이 사문화되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250만 명이고 이마저 못 받는 노동자가 200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청년유니온이 면접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지역 편의점의 46.5%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전교조 조사에 따라도 아르바이트 고교생의 46.8%가 최저임금을 못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종의 경우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으로 자리매김한 꼴이다.

이런 현실에서 2011년 7월 13일 새벽 공익위원들이 사퇴했던 사용자위원들과 합세해 260원 오른 4580원안을 기습처리했다. 자체조사한 생계비 상승률이 6.4%라면서 이보다 낮은 6.0%로 날치기한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3년 최저임금을 2012년보다 6.1%, 280원 오른 4860원으로 결정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저임금 산정기준으로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권고한다.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시간당 실질 최저임금수준은 2010년 한국이 3.06달러로 프랑스의 30%, 일본의 40%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이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가장 인색하여 부자정권의 면모를 확인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명박 정권의 인상률이 가장 낮다. 2008~2011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5.0%으로 물가상승률 3.6%를 감안하면 실질 최저임금인상률은 연평균 1.4% 수준이다. 역대정권의 연평균 인상률을 보면 김영삼 8.1%, 김대중 9.0%, 노무현 10.6%로 이명박 정권보다 훨씬 높았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 이래 역대 최저치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유지하면서도 친서민이란 구호를 외쳤으니 그 허구성을 말하고도 남는다. 단속하지 않아 최저임금 위반이 많은데도 그것을 지급능력 부족이라고 호도했다. 더러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논의하나 그보다는 저임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려는 정책의지가 더 중요하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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