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1일 금요일

검찰, '정봉주구명위원회' 계좌 털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30일자 기사 '검찰, '정봉주구명위원회' 계좌 털었다'를 퍼왔습니다.
[단독] 지난 2월 '미권스' 지원 추적한 듯... 검찰 "저축은행비리 수사 과정에서" 해명

▲ 검찰은 지난 2월 15일 정봉주구명위원회 운영비 관리 계좌를 압수수색했다. ⓒ 구영식

검찰이 민주통합당 '정봉주구명위원회'의 운영비를 관리하는 계좌를 추적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농협의 '금융거래정보 등의 제공 사실통보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15일 박영중 민주통합당 조직국 부국장의 농협 계좌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된 농협 계좌는 지난해 12월부터 민주통합당 '정봉주구명위원회' 운영비를 관리해온 것이다.   

특히 (오마이뉴스)의 추가 취재 결과 '사실통보서'에 적시된 것과 달리 계좌를 추적한 곳은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라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인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쪽은 "사실을 확인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합동수사단이 왜 저축은행 비리와 연결될 고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정봉주구명위원회 운영비 관리 계좌를 추적했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 워낙 많은 계좌를 추적했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정봉주구명위원회 계좌추적에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특정수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계좌를 추적하는 관행이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이 정봉주구명위 계좌 추적

민주통합당은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BBK 사건 의혹 제기(2007년 대선 당시)로 구속되자 당내 기구인 'BBK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정봉주)를 '정봉주구명위원회'로 개편했다. 정봉주구명위원회 위원장은 1기 천정배 전 의원에 이어 지난 6월부터 박영선·안민석 의원(2기)이 맡고 있다. 위원회는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 정봉주 사면 촉구 결의안 등을 추진해왔다. 

검찰은 지난 2월 15일 박영중 민주통합당 조직국 부국장의 이름으로 개설된 농협 계좌를 압수수색했다. 이 농협 계좌는 정봉주구명위원회 운영비를 관리하던 것이었고, 명의자인 박 부국장은 정봉주구명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당에서 파견한 당직자였다. 

박 부국장은 29일과 30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제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정봉주구명위원회 운영비를 관리해왔다"며 "지난 12월부터 3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총 400만 원의 운영비가 당으로부터 입금됐다"고 전했다. 그는 "4월 총선에 들어가면서 위원회가 활동을 하지 않아서 2기가 출범한 지난 6월부터 다시 운영비가 입금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매달 100만 원씩 입금되어온 운영비는 주로 식사비, 자료구입비, 유류비 등으로 사용됐다. 박 부국장은 "이 운영비는 정치자금법상 현금으로 쓸 수 없고 체크카드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과 지출 내역이 투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정봉주구명위원회 운영비 관리계좌를 추적했을까? 계좌 추적이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된 이후와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언급한 '사실 통보서'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의 목적으로 계좌를 추적했고, 계좌를 추적한 곳은 "서울중앙지검"이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확인해본 결과, 계좌를 추적한 곳은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라 대검 중수부 산하에 설치된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이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영업이 정지된 7개 저축은행 대주주 등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대검 중수부 산하에 설치됐다. 최운식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1부장이 단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저축은행비리 수사와 정봉주구명위원회가 연결될 만한 고리는 거의 없어 보인다. 

박 부국장은 "위원회 운영비를 관리해온 계좌는 지난 2005년 개설돼 열린우리당 축구단과 민주통합당 교육연수위원회의 운영비 관리 계좌로도 활용됐다"며 "교육연수위원회 시절 몇몇 국회의원들에게 30만 원의 강사료를 지급한 것 외에는 특별한 자금 지출이 없는데 왜 이 계좌를 추적했는지 모르겠다"고 계좌 추적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이 들여다본 정봉주구명위원회 운영비 관리 계좌. ⓒ 구영식

검찰 "워낙 많은 계좌 추적해 일일이 확인해줄 수 없다"

민주통합당 일각에서는 검찰이 저축은행비리 수사를 빌미로 무차별적인 계좌추적을 진행하면서 당과 정봉주 팬클럽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 사이에 이루어진 자금 흐름을 들여다 보려고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 핵심 당직자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당이 미권스에 자금을 지원했는지 등을 검찰에서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중 부국장은 "검찰이 정봉주구명위원회 운영비 관리 계좌 외에 정봉주구명위원회 후원 계좌까지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봉주구명위원회에 미권스 카페지기가 부위원장(1기)과 위원(2기)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봉주구명위원회 1기가 출범한 지난해 12월부터 2기 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6월 이전까지 후원계좌로 들어온 후원금은 총 2662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460여만 원을 영치금 등으로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박 부국장은 "미권스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서울북부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왜 서울중앙지검에서 계좌를 추적했는지 모르겠다"며 "2월에 뭔가 사건을 만들려고 계좌를 털었다가 나온 게 없어서 덮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일간지에 '한미FTA 반대 광고'를 낸 미권스의 운영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운영진 2명을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정책광고에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과잉수사' 눈총을 받았다.  

정봉구구명위원회 계좌 추적과 관련,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람들의 경우 영장을 발부받아 많은 계좌를 추적했다"며 "(비리와) 관련된 사람은 조사를 받았고, 관련이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봉주구명위원회 계좌 추적도 저축은행 비리 수사와 관련있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체적인 수사내용은 얘기할 수 없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합동수사단의 또다른 관계자는 30일 박 부국장의 질의에 "워낙 많은 사람들의 계좌를 추적해 일일이 그 이유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검찰은 계좌를 압수수색한 지 6개월이 지난 후에 관련사실을 통보했다. '사실통보서'에 따르면, 검찰은 '6개월 통보 유예'의 이유로 "공정한 사법절차 방해 우려"를 내세웠다. 박 부국장이 계좌 추적 사실을 알게 되면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 등이 특별한 이유를 들어 통보 유예를 신청하면 최소 6개월, 최대 1년까지 통보를 미룰 수 있다.

구영식(ys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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