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9일 수요일

안대희 부적절 처신 논란… “퇴임 후 활동 제한해야” 여론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8일자 기사 '안대희 부적절 처신 논란… “퇴임 후 활동 제한해야” 여론'를 퍼왔습니다.

안대희 전 대법관(57)이 퇴임 40여일 만에 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을 놓고 법조계가 시끌벅적하다. 법조계에서는 “개인적인 직업 선택권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모양새는 아주 나쁘다”고 말했다. 일부 판사들은 “검찰 몫 대법관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대법관이 정당에 진출한 사례는 전에도 있다. 1985년 이성렬 대법관이 민주정의당 전국구 16번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하지만 이는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최근 퇴임한 대법관들은 변호사 개업도 잘 하지 않는다. 대법관직을 수행하면서 얻은 경험과 능력을 개인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대법관 후보 시절인 2006년 6월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이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지만 국민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며 “그 능력이 자신의 것만이 아닌 만큼 개인을 위해 쓰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0일 안 전 대법관과 함께 퇴임한 다른 3명의 대법관들도 모두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10년 이후 본격화됐다. 대부분의 퇴임 대법관이 공직을 맡거나 로스쿨 석좌교수가 됐다. 이 관계자는 “전직 대법관에게도 정치적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지만 안 전 대법관의 선택은 국민들의 정서나 후배 법관들의 기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겨우 자리잡아가고 있는 사법부의 신뢰를 흔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법부가 정치에 예속돼 있다는 느낌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법원 관계자는 “안 전 대법관이 ‘재직 중에는 전혀 계획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국민들이 믿을지 의문”이라며 “대법관은 재임 중에 집권당 눈치나 볼 뿐 독립성이 없다는 인식이 생길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법관들은 안 전 대법관의 태도를 따라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대법관들도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법원 판사들의 분위기는 더 좋지 않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검사장에 오를 정도로 평생을 검찰에서 보낸 분이라면 정치권력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며 “사법 독립에 대한 고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부의 일부로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검찰 출신은 사법부 출신들과는 사고와 고민의 종류·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박정희 정권 시절 대법관을 감시하기 위해 생긴 대법관의 검찰 몫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임 대법관들의 활동 범위를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이들의 나이가 60세 안팎에 불과한 만큼 적당한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김영란 전 대법관이 위원장으로 취임한 국민권익위원회도 엄격하게 따지면 대통령 직속기구이기 때문에 권장할 곳은 아니다”라며 “김 전 대법관이 워낙 올곧고 할 말은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대법관의 퇴임 시기가 너무 이른 상황이 됐다”며 “이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정치 중립의 의미를 확대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수도권의 부장판사는 “한국은 법관에게 주어지는 정치적 자유가 너무나 없다”며 “법관도 어느 정도 정치적 자유를 가질 수 있게 하되,재판에서 독립성을 엄정하게 유지하도록 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 퇴임 이후 개인적인 선택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 법관들이 정당에도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이범준·유정인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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