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목요일

MBC ‘나도 기자다’?… “뉴스나 제대로 하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9일자 기사 'MBC ‘나도 기자다’?… “뉴스나 제대로 하지”'를 퍼왔습니다.
뉴스데스크 시청률 추락에 시민참여형 코너 제작키로…회의론 많아

MBC가 '나도 기자다'라는 코너를 신설해 시민 참여형 뉴스를 제작하고 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하기로 했지만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 노조 파업 이후 시청률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MBC로서는 어떻게든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고육책인 셈인데 현재도 정통 뉴스에서 타 방송사와 비교해 비판의 날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 참여형 뉴스가 자칫 흥미 위주의 연성 뉴스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도 기자다' 코너는 지난 24일 안광한 부사장이 주재한 임원회의에서 언급돼 화제가 됐다.
MBC는 특보를 통해 "현재 준비 중인 '나도 기자다'라는 코너에서는 시청자가 기자가 되어 뉴스 아이템을 제작해 보내주면 완성도에 따라 뉴스에 반영하기로 했다"며 "인터랙티브 뉴스 시대에 선보이는 쌍방향 뉴스 '나도 기자다' 코너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도본부는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도 기자다' 코너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뉴스데스크의 낮은 시청률에 있다. 파업 이후 MBC 뉴스는 시청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지난 28일 전국 단위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시청률 조사회사 TNmS)을 살펴보면 KBS 뉴스9는 21.4%, SBS (8시 뉴스)는 16.3%를 기록했지만 MBC는 KBS의 반도 못 미치는 9.8%에 그쳤다.
지난 27일에는 태풍 볼라벤에 대한 관심으로 뉴스 시청률이 대폭 올랐지만 MBC 뉴스는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당시 KBS 뉴스9 전국 시청률은 무려 32.2%를 기록해 지난 20일 시청률보다 7.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록은 지난 2003년 이후 최고 시청률로 기록됐다.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7.7%를 기록했고, 지난 20일 시청률에서 불과 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SBS 8시 뉴스의 경우 15.8%를 기록해 지난 20일보다 3.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MBC 뉴스데스크의 낮은 시청률은 여러 요인이 제기되고 있지만 뉴스 신뢰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시청자들이 뉴스 시청 패턴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청률 조사 기관 사이에서는 MBC의 시청률을 보고 종합편성채널과 비교해 참담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파업 도중 방송 편성 시간까지 줄인 이후 방송 시간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고 현장출동, 심층, 집중, 뉴스플러스의 기존 포맷을 복원시키는 등 외형적으로 정상화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뉴스의 내용은 정권 편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업 이후 업무에 복귀한 보도인력 50여 명을 뉴스 비제작부서로 인사 발령을 낸 것도 뉴스 경쟁력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민 참여형 뉴스 제작에 나선다고 해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회의론과 함께 흥미성, 화제 위주의 뉴스를 통해 시청률을 깜짝 끌어올리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나도 기자다' 코너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5000만이 평범한 일상에서 경험하는 삶의 작은 조각들. 세상과 소통을 원하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있습니까?"라며 우수 제보자에 대해서는 매월 상금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시민 참여형 뉴스 주제도 시사 고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나만의 건강비법, 존경할 만한 이웃 이야기, 30년 이상된 가게 이야기, 울고 웃는 가족이야기, 나만의 좌절극복기" 등을 예로 들고 있다는 점에서 신변잡기식 혹은 개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흐를 가능성도 높다.

▲ MBC '나도 기자다' 홈페이지 화면

시민참여형 뉴스를 제작하는 주체가 뉴미디어뉴스국이라는 점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뉴미디어뉴스국은 지난 런던 올림픽 당시 구글과 SNS 협약을 맺어 쌍방 중계를 소개하는 뉴스데스크 리포팅에서 여의도 MBC 사옥 6층 뉴미디어뉴스국 사무실을 '한 기업체의 사무실'이라고 소개해 물의를 빚은 뉴스 제작 책임부서다.
과거 MBC에서는 시민 기자를 임명해 뉴스 통신원과 비슷한 역할을 줘서 일반인의 뉴스 참여 길을 열어놨지만 보도 책임자가 바뀌면서 흐지부지된 사례도 있다.
이재훈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뉴스데스크의 정치부 뉴스는 편향적으로 나가면서 알게 모르게 시청자들에게 정권에 가까운 이미지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면서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고 절감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뉴스데스크 채널 자체 이미지가 '김재철 뉴스'로 낙인 찍혀 채널을 돌려버리는 시청자들의 패턴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간사는 "뉴스 내용이 엉망인 상황에서 더 잘 만들지 고민하지 않고, 다른 일을 벌이는 식의 생각으로 결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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